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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꽂쌤 Apr 29. 2024

마음의 보폭_타인의 기대를 넘어 나답게

다르게 걸어도 괜찮아!

얼마 전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배가 이렇게 말했다.


"언니! 언니 키면 말이야. 일본에서는 큰 키야. 거기 가니까 다 자그마해서 언니한테 딱 좋겠더라"


나는 키가 160cm가 안 된다. 한국에서 이 키면 작은 키에 속하기 때문에 '아담하다'라는 말을 자주 들으며 살아왔다. 키가 작고 왜소하다 보니 옷을 고를 때도 남들보다 배로 신경이 쓰인다. 체격에 맞는 옷이 많이 없고, 바지 길이도 늘 길기 때문에 줄여 입어야 했다. 그래서 치마를 즐겨 입는 편에 속한다. 걸음을 걸을 때도 종종걸음으로 걷는 것 같다. 나는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런가 보다. 다른 사람 걸음걸이에 맞추려다 보면 힘이 들고 지치게 마련이다. 혼자서 천천히 걷고 싶을 때도 다른 사람 걸음을 신경쓰다 보면 내 걸음걸이에 맞는 속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불편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앞으로도 계속 불편할 예정이다.


남편은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다. 처음 가게를 오픈할 때부터 일요일은 휴일로 정했다. 남편이 교회를 가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요일까지 일한다는 것은 너무 큰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휴일도 없이 일만 하며 사는 하루하루를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남편 가게 주변에는 다양한 가게가 있다. 그들 대부분이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편이어서 남편이 일요일에 쉬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다들 열심히 살자고 문을 여는데 혼자서 문을 닫는다는 것이 이기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15년을 그렇게 유지해왔다. 작년부터는 내가 남편에게 자주 말한다.


"여보, 이제 주 5일만 일하는 건 어때?"


애들도 어느 정도 성인이 되었고, 남편 나이도 이제 중년을 넘어서다 보니 조금씩 쉬어가면서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돈도 좋지만 일만 하다 한 달이 가고 한 해가 가는 것이 내심 안타깝다. 남편은 말한다.

"그래도 아직은 더 열심히 일해야지"


내 말을 듣지 않는다. 하루 더 가게 문을 열고 닫는 것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고 매월 지출되는 경비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최고의 장점은 점주가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남편은 십수 년 동안 그 장점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또 내년부터'라며 남편은 자신의 휴식을 미루고 있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휴식으로 몸의 피로를 풀고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얼마 전 호주로 이민 가서 5년 정도 자리를 잡은 여성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 학원을 운영하다가 호주에 자리 잡기 위해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갔는데, 한 번씩 한국에 나오려면 2-3주 정도 시간을 갖고 나온다고 한다. 왕복 경비가 비싸서 자주 못 나오는 이유도 있고, 호주는 쉬고 싶을 때 언제라도 쉴 수 있고, 일하고 싶으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간호사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일할 거야?'라는 제안이 들어오면 응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렇다면 악착같이 일해서 더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가요?"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열심히 일하려고 애쓰지 않고 적당히 타협해 최소한의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유롭게 시간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할 기회가 많으면 더 많이 일해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텐데...... 복지가 잘 되어 있고 일하는 시간에 대한 제한이 없는 환경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나 혼자 쉰다면 내심 불안할 것이다. 남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나 혼자 쉰다면 그 또한 불안할 것이다. 남들이 다 노는 시간에 나 혼자만 열심히 일만 한다면 심통이 날 것이다. 우리는 다 남들이 어떻게 사느냐에 기준을 두고 살다가 탈이 난다. 160cm가 안 되는 키를 가진 내가 잘못은 아닌데도 자꾸 키가 작다며 자신의 외모를 꾸짖거나 자신 없어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작은 키는 작은 키대로, 큰 키는 큰 키대로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 지금 당장 주 5일만 일하는 것이 힘들다면 한 달에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 일만 하다 여가 시간을 확보하기 힘든 사람들은 월 1회 몇 시간만이라도 나를 위해 사용해야겠다라는 규칙을 세워놓으면 좋겠다. 남들처럼 똑같이 살아가려는 것도 남들처럼 살려는 당위에 해당한다. 그러니 효율적인 문화나 습관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맞는 수준으로 적용해보는 것이 좋겠다.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남들이 무언가를 안 한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살 이유도 없다. 그저 남들은 그렇게 살더라도 나는 다르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다른 이들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오래 밴 습관을 밀어낼 때, 비로소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찾아온다. 이러한 습관은 우리가 살면서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에 부응하려는 태도로 생겨난 것이며, 학습된 것이다. 그러나 이 습관이 우리 내면의 소리를 방해한다면, 자유는 떠나가고 결국 삶이 주는 기쁨 또한 놓치게 될 뿐이다.


나는 오랫동안 남들의 시선과 남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살아왔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과 기대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살아왔을 것이다. 그들의 속도에 맞춰 걷느라 우리의 두 다리는 이미 많이 힘들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남들의 속도가 아니라 내 두 다리가 편안해하는 속도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떠한가? 다른 사람들의 눈치와 기대에 맞춰 살고 있는가? 아니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살고 있는가?


쉴 때도 내 스타일대로, 걸을 때도 내 보폭으로, 일에 전념할 때도 내 수준으로 일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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