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보스J Nov 05. 2023

아비투스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폭로한다

(독서일기) <아비투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7가지 자본

어떤 책을 읽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


라디오를 듣다가 알게 된 책,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읽고 있는 책에서 언급돼서 관심 갖게 된 책,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등


<아비투스>라는 책은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아비투스'란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중요한 개념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던 터라

부르디외 이론의 해설서라고 생각했다.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다산초당 2019


한국어판 서문 ‘아비투스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폭로한다’를 읽고 내 예상이 빗나갔음을

단박에 깨우쳤지만 끝까지 읽었다.   어설프게만 알고 있던 부르디외가 개념화한 ‘아비투스’와 ‘자본’의 의미를 찾아보고 공부했으니 소득이 없진 않았다.


아비투스 Habitus

'가지다' '보유하다' '간직하다'를 뜻하는

라틴어 동사 'Habere'에서 파생한  Habitus


아비투스는 몸에 밴 버릇이나 습관이다.

부르디외는 이를 ’ 개인적인 ‘ 것으로 보지 않고 ’ 사회적, 계급적, 집단적, 역사적인 ‘ 것으로 개념화했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개인이란 계급적이고 사회적인 습관인 아비투스를 체화한 존재다.

쉽게 말해 동질적인 생활 조건에 있는 사람들은 생활 방식이 유사하다. 생활조건이 다른 계급별로 상이한 삶의 양식을 보유하게 되고 후세대에 전수된다.  예를 들어, 상류층은 요트를 타고 오페라를 즐기고 하류층은 축구를 좋아하고 대중음악을 즐기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그 개인이 소속된 계층이 보유한 경제적, 문화적 조건에 따른 결과물이다. 


자본 Capital

부르디외는 자본을 “희소재 및 그와 관련된 이윤을 전유할 수 있는 능력이며, 물질의 형태로든 또는 내재화되어 체화된 형태로든 모든 축적된 노동을 포함한 것”이라고 개념화한다.  부르디외의 자본 개념은 스스로 증식한다는 측면에서 마르크스의 자본(capital)의 의미를 띠며, 베버적인 의미의 자산(asset)의 성격도 지닌다.

(정선기“생활양식과 계급적 취향”, 김동일 <피에르 부르디외> 이상길 <문화와 계급 부르디외에 한국사회 인용)>


<아비투스>의 저자는 자본을 7가지로 분류한다.


1. 심리자본,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는가

인간을 강하게 하는 자원(희망, 자신감, 낙관주의, 회복탄력성)

정신력, 감정적 평온


2. 문화자본,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

내면화된 문화적 관점(일상에서 가치관, 취향, 지적 관심으로 표현됨)

문화를 통해 만들어졌거나, 문화적 즐거움을 누리 하게는 제품(책, 악기, 예술작품, 스포츠 장비 등)


3. 지식자본,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졸업장, 학위, 자격증

유익하고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


4. 경제자본, 얼마나 가졌는가

물질재산, 노령연금, 국민 연금, 상속 등 추후 예상되는 자산


5. 신체자본, 어떻게 입고, 걷고, 관리하는가

건강, 외모, 체력, 젊음, 체중 등 생물학적 특징

신체 의식, 그리고 신체와 정신을 대하는 태도

파트너 선정, 경력, 사회적 상승 때 작용하는 신체의 실용적 가치


6. 언어자본, 어떻게 말하는가

언어 자산과 표현 형식, 그리고 이와 연결된 소통 및 사회적 역량

교육 수준, 출신, 사회적 지위를 추론하게 하는 언어적 특징


7. 사회자본, 누구와 어울리는가

모든 영역과 분야에서 쉽고 안전하게 움직이는 사회적 역량

사회적 관계망


저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아직 상류층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선행학습’하면

소수만 누리는 최정상의 리그에 발을 디딜 수 있다고.


"아비투스는 아우라처럼 인간을 감싸고 있다. 협상할 때, 데이트할 때, 어린이집을 고를 때, 사업상 접대 자리에 나갈 때, 심지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드러난다.  아비투스는 인생 설계, 명성, 사고방식 및 생활방식, 식습관, 말투, 만족감, 신뢰, 사회적 지위, 성숙한 삶을 좌우하는 결정적 구실을 한다.


아비투스란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를 말한다.  아비투스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아비투스는 일부에게만 평평한 길을 만들어주고, 누군가에게는 날개가 되어주기는커녕 날아오르는 것 자체를 방해한다.  하지만 이런 아비투스는 바꿀 수 있다.  


당신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든 무엇을 위해 노력하든 계급 상승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고, 아비투스의 변화는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 당신이 만드는 모든 것, 당신이 해내는 모든 과제가 아비투스를 만든다.  올바른 방향 설정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열쇠는 당신 손에 있다.  당신의 아비투스에 날개를 달아라!


날아올라 꼭 최정상을 차지하길 바란다."


언뜻 보면 인간이라면 모두 품고 있는 상승 욕구를 긍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몇가지 대목에서는 거북함을 느꼈다.


-먼저 사회계층을 뚜렷한 기준 없이 상, 중, 하로 도식적으로 나눈다.

 -각 계층의 삶의 방식의 우열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보편적인 미덕을 상류층의 전유물로 상정한다.

-금수저 특권층의 나눠먹기 행태를 미화하고 정당화한다.  


무엇보다 저자가 결정적으로 놓치는 게 있다.  


’ 아비투스‘는 말 그대로 몸에 밴 무엇이다.  

지금까지의 내 생애를 집약한 나의 진짜 아비투스를 감추고

더 멋져 보이는 아비투스를 입고 다른 사람인 ‘척’ 하는 것이 과연 ‘고급’ 아비투스일까?  


저자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최정상’을 뛰어넘는 '극강'의 리그가 있다는 걸. 


자신이 어느 계층에 속해 있든지 상관없이,

애써 나를 바꾸어야 한다는 필요도 느끼지 않고 (발전의지가 박약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 뿌리와 문화를 받아들이고

 '내가 나임이 편안한 사람들' 말이다.  

Those who feel comfortable in thier own skin


그들에게는 고급스러움을 뛰어넘는 ‘진짜 여유’,

함께 하는 사람까지 편안해지는 위화감 없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책 <아비투스>는 부르디외의 '아비투스'와 '자본' 개념을 빌려온

일종의 '계층상승 속성 가이드'다.


'속성 가이드'가 대가 그렇듯

어느 정도는 유용하지만

깊이를 기대하지는 말 것.



표지 사진: UnsplashInside Weather

#아비투스#독서#취향#부르디외#계층#습관





작가의 이전글 다운사이드는 늘 업사이드보다 구체적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