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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보스J Feb 26. 2024

세상이 내미는 헛된 즐거움을 넘어

개인적인 심도 있는 집중을 확보하는 방법


창작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 꽤나 오만하게 들리겠지만 어쨌거나 사실이다.  

늘 주위의 눈치를 살피면서 풍파를 일으키지 않도록,

타인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도록 무난한 결론만 생각하며 생활하는 사람은 어떤 분야가 됐건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다.  제로의 지평선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려면 개인적인 심도 있는 집중이 필요한데, 개인적이고 심도 있는 집중은 많은 경우 타인과 협조하는 것과는 무관한, 굳이 말하자면 초인간적인 부분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개인적인
심도 있는
집중


하루키와 같은 유명 작가가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만들어내려는

또는 해내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인적이고 심도 있는 집중이 필수다.


개인적이고 심도 있는 집중 없이는

바늘에 실 하나조차 꿸 수 없다.


차고 넘치는 스트리밍 서비스,

소셜 미디어, 유튜브 영상 등

우리는 세상이 내미는 온갖 헛된 즐거움

정신이 산만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크고 작은 창작물이 계속 쏟아지고

(앞서 열거한 ‘헛된 즐거움’도 누군가의 창작물이다),

여전히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면

’ 개인적이고 심도 있는 집중‘은

인간의 필수불가결한 존재 조건이 아닌가 싶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나에게도 개인적이고 심도 있는 집중을 위한

나름이 방법이 있다.


1.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덩어리 시간 확보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가족의 방해를 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만들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방문에 ‘엄마 일하는 중’이라고 걸어놓아도 소용없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확실한 방법은 단 한 가지.


가족들이 모두 잘 때 나만 깨어있기다.  

아침 한두 시간이든, 밤늦은 시간이든.


2.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차단 시스템 마련


TV 없이 산 지 십 년이 훌쩍 넘었지만 예전엔 나도 꼭 챙겨보던 TV프로그램이 있었다.  일요일 아침에 방영되었던 <키다리 아저씨>라든가, 수준급 단막극 <MBC 베스트 극장>, 인정옥 작가의 작품  <네 멋대로 해라> 같은 명작 드라마 말이다.  

평범한 일상 가운데 한 두시간짜리 청량제였다.

오늘날의 엔터테인먼트는 무도하다.

개인 취향을 속속들이 파악한 알고리즘이 이리저리 요리한 화려한 콘텐츠가 상시 대기하고 있다.  

무료해진 순간의 단 한 번의 클릭의 결말은

고약하다.  


‘의지’로 덤빌 일이 아니다.

뇌신경 과학자들까지 동원한 ‘주의력 뺏기’ 기술력에 대항하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처음부터 안 보이게 하는 게 상책이다.

필수적인 정보가 아닌 나머지는 모두 알림기능을 꺼둔다.

불필요한 뉴스도 미리 차단해둔다.

예를 들어, 내 인터넷 검색창에는 뉴스가 뜨지 않게 설정해 두었다.  카톡의 친구들 리스트도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만 ‘즐겨찾기’로 묶어두고 그 이하는 스크롤다운 하지 않는다.


요즘은 유튜브 녀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차단할지 궁리 중이다. 요리부터 여러 분야 강연에 공부까지 정말 잘 활용하고 있는 유튜브인데 Shorts가 심히 거슬린다.  아무리 구글링 해봐도 Shorts를 뜨지 않게 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실패담만 무성하다. (주의력 뺏아가는 기술력은  나날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3. 체력, 체력, 체력


스스로를 관찰한다.


나는 언제 ‘세상이 내미는 헛된 즐거움’에

나를 내던지고 마는가?


내 경우에는 활력이 없는 날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해서 활력과 생기가 넘치는 날에는 내 정신은 한 없이 고양된 상태가 된다.  그런 날에는 정크푸드 같은 콘텐츠는 좀처럼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마구 비뚤어지고 싶은 날은

역시나 내 정신의 본거지인

육체가 최상의 상태가 아닌 날이다.


결국 체력이 모든 일의 바탕이다.


내 주의력 만큼은 최고로 도도한 자원으로 남겨두고 싶다.  그 소망이 비록 세상이 내미는 헛된 즐거움 따위에는 넘어가고 싶지 않는 알량한 자존심일지라도.

커버사진 Unsplash: Lena Taranenko

중간사진 Unsplash:Andy T

#주의력#집중#집중력#시간#하루키#무라카미#체력#차단#창작#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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