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특허 제품을 판매했을 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까
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특허 제품을 판매했을 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까요?
특허 라이선스 계약은 특허권자(특허 소유자)의 특허를 실시권자(특허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데 대한 대가를 특허권자에게 지급하도록 약속하는 계약입니다. 그 대가를 로열티라고도 하고 특허 기술을 사용하는 데 대한 대가이므로 기술료라고 하기도 합니다.
실시권자는 특허 라이선스 계약으로 특허권자의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실시권)을 얻습니다. 그리고 특허권자의 특허를 사용한 제품을 만들어 팔아서 남긴 이익의 일부를 기술료로 특허권자에게 지급합니다.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얻고 갤럭시 스마트폰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팔고 난 후 노키아에게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이죠.
기술료는 제품 가격에 일정 비율을 곱하고 판매한 제품의 수에 비례하여 매겨질 수 있습니다. 이것을 경상기술료(Running Royalty)라고 합니다. 판매한 제품의 수가 많을수록 실시권자의 이익도 커지겠지만 특허권자에게 지급해야 할 기술료도 비례해서 커집니다.
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제품을 판매했을 때에도 기술료를 지급해야 할까요?
특허권자는 특허권자가 만드는 제품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게 되므로 관련 기술의 특허를 보유하게 됩니다. 특허권자의 특허를 필요로 하는 사람 중에는 관련된 여러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 특허권자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특허권자의 특허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납품업체는 특허권자로부터 라이선스를 얻어 다른 제3자에게 제품을 판매하거나 혹은 특허권자에게 납품해서 매출을 얻고자 합니다(여기서 제3자는 특허권자의 경쟁자일 가능성이 큰데, 특허권자는 실시권자가 경쟁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실시권자가 제3자에게 제품을 팔아서 매출을 올렸을 때 특허권자에게 기술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제품을 판매해서 매출을 올렸을 때에도 특허권자에게 기술료를 지급해야 할까요?
계약에 따라 지급할 수도 있고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제품을 판매했을 때 기술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기술료를 지급하기로 했을 때 아래 2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품가격 상승 가능성
만약 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제품을 판매했을 때 기술료를 지급하도록 계약을 맺었다면 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납품하는 제품가격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실시권자는 제품을 판매해서 얻은 이익에서 기술료를 빼고 남은 이익을 가져갑니다. 제품가격에 기술료를 포함시키지 않으면 실시권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잘못하면 팔수록 손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시권자 입장에서는 제품가격에 기술료를 반드시 포함시켜서 이익을 더 높이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허권자는 실시권자로부터 기술료를 받아서 수익이 생기니까 좋겠지만 제품가격이 그 만큼 올라가므로 결국 본전입니다.
실무에서 저는 회사 라이선스 담당자로서 기술료 수익을 위해 기술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구매 담당자는 구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술료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해서 부딪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제 쪽에서 양보했죠. 기업에서 원가절감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형평성 문제
두 번째 문제는 아래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실시권자인 최실시는 특허권자인 김특허로부터 A제품에 관한 라이선스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기술료를 지급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최실시는 A제품을 팔았을 때 제품가격의 10%를 김특허에게 기술료로 지급한다.”
최실시는 김특허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서 김특허에게 A제품을 납품하고 싶어합니다. 기회가 되면 A제품을 다른 사람(업체)한테도 팔아서 매출을 더 올릴 수도 있습니다.
김특허의 다른 납품업체인 박납품은 김특허에게 라이선스를 받지 않고도 이미 A제품을 김특허에게 납품하고 있었습니다. 박납품이 A제품을 다른 사람한테 팔지 않고 오로지 김특허만을 위해 A제품을 제조하고 김특허한테만 판매한다면 문제되지 않습니다.
최실시와 박납품이 A제품을 제조하는데 드는 원가는 동일하게 80원이고 A제품을 김특허에게 납품하는 가격도 동일하게 100원이라고 가정합니다. 박납품은 김특허에게 A제품 1개를 팔면 20원이 남습니다. 그런데 최실시는 A제품을 김특허에게 팔고 나서 10원을 김특허에서 기술료로 지급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실시는 A제품 1개를 팔면 10원이 남습니다.
최실시는 박납품과 동일한 A제품을 김특허에게 납품하는데 박납품은 20원을 얻지만 최실시는 10원밖에 얻지 못합니다. 최실시가 김특허로부터 라이선스를 얻으면서 김특허에게 납품하였을 때 기술료를 지급하도록 한 것이 다른 사람과 형평성을 잃게 만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최실시의 A제품을 110원에 납품받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최실시는 김특허 외에 다른 사람(업체)에게 A제품을 팔아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습니다. 박납품은 그렇지 못합니다. 하지만 최실시가 열심히 영업을 해서 다른 사람(업체)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죠.
결론
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제품을 판매했을 때 특허권자에게 기술료를 지급해야 하는지는 결국 계약에 따라 실시권자와 특허권자가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이런 경우 기술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특허권자가 실시권자에게 라이선스를 허락한 것은 특허권자의 특허를 사용하여 제3자를 위해 실시하는 것을 허락한 것일 뿐, 특허권자 본인을 위해 특허 사용을 허락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앞에 예시에서 최실시나 박납품 모두 특허권자를 위해 A제품을 만들고 납품하였습니다. 이것은 특허권자가 최실시나 박납품에게 A제품을 발주할 때부터 이미 특허권자가 본인을 위해 A제품에 대한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최실시나 박납품에게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제품을 판매하였을 때는 기술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