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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강주 Apr 23. 2023

월요일과 1일

보고 싶은 게 있다면 눈을 감으려고 노력해야 해요 얇은 눈꺼풀이 파르르르 떨리며 소나기 속 우산처럼 나를 감싸 안아요 5월의 햇볕에 말린 포근한 이불 같은 것들, 병원에서 나오는 길의 구름과 냄새 같은 것들을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마음껏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분명 살다 보면 눈물이 고일 만큼 아름다운 것들은 참 많은데 다만 그들을 부를 이름이 없을 뿐이죠 나는 10월에는 바삭하게 익은 그윽한 노란색 빛을 띤 플라타너스 잎을 밟으면서 외로움을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카페 구석에 앉은 사람의 손목시계를 찬 마른 손목이 목덜미를 문지를 때 타인의 사색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길을 걸을 때 눈물이 흘러도 닦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창밖의 사람들이 비 오는 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걷는 모습을 보며 나갈 채비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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