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데카르트급 철학자 신하
思(생각 사) : 田(밭 전) + 心(마음 심)
금문 思(생각 사)는 천문(泉門=숫구멍)(X)이 선명하게 그려진 두개골(△)과 심장(心)이다. 아마도 글자 思는 사람이 생각하는 동안에 뇌와 심장 사이에 일어나는 긴밀한 상호작용을 포착한 듯하다. ( 【 표 】 (A), (A1), (A2), (A3)) 주 1)
그러므로, 예서(C) 이후에 思의 상단이 바뀌어 田(밭 전)이 되지만, 그 뜻이 '밭'인 것과 思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저 단순한 서체변화의 결과로 설명된다.
뇌는 인간의 모든 신체 부위들 중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서, 뇌 속에 흐르는 혈류량 역시 마찬가지이다. 혈액은 에너지를 실어 나르는 운반체이기 때문이다.
뇌혈류가 정지되면 인간은 신체의 기본적인 활동은 물론이고, 생각, 기억 그리고 느낌까지 그 어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뇌 활동과 혈류를 만들어 내는 심장의 움직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중에서 특히나 생각이라는 고도의 뇌작용은 인간의 혈액을 순환시키는 심장의 박동과 각별히 예민하게 동조한다. 이런 일련의 인체해부학적인 사정에 대한 고대인들의 깨달음이 글자 思자에 담겨 있는 것이다.
특별히 소전 思에 관심이 가는 것은, 그 머리에 잠시 붙었다가 사라진 丿(삐침 별) 때문이다. 丿은 思의 자형변천 과정에 소전시기에 돌연 튀어나왔다가 잠깐 사이에 금방 사라져 버린다. 왜 그랬을까?
보통의 설명에 따르면, 丿을 붓(毛筆)이 남긴 꼬리 자국이라 한다. 닫힌 테두리 모양을 한 획으로 긋고서 붓을 마지막으로 뺄 때, 붓 끝이 그 가던 힘에 삐친 것일 뿐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설이다. 그러니, 예서(隸書)의 서법이 직선화하면서 테두리 모양을 한 획으로 쓰지 않게 되자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그 모양이 너무나 분명하고 꼿꼿하다. 게다가 삐침이 붓이 회전하는 방향과 반대쪽을 향하고 있다. 붓 길에 끝이 아니라 처음에 강하게 꾹 찍어서 일부러 그려 넣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런 모양이 나올 수는 없다. 무언가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된 목적이 없었다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사족, 데카르트는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었다는 이원론을 주장했다. 육체는 고도의 기능을 갖춘 물질들의 복잡한 조합이며 본질적으로 기계와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런 육체에 정신이 깃들어 그 육체를 통제하는데, 그 과정에서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이룬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이런 주장이 성립하려면 존재 방식이 완전히 다른 정신과 육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계는 물질과 물질 간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인간의 정신은 물질이 아니므로 물질인 육체를 작동시킬 방법이 없다.
이 지점에서 데카르트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송과선이다. 송과선(松果腺, Pineal gland)은 빛에 감응하여 그 강도와 노출시간의 길이를 재거나, 위치 또는 방향을 감지하는 뇌 안쪽 깊숙한 부분에 숨겨져 있는 솔방울 모양의 기관이다. 이 감광능력 때문에 제3의 눈이라는 별명까지 붙어있다. 그러나 어류, 양서류, 파충류 그리고 조류에는 그 기능이 남아 있지만,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에는 그 기능이 퇴화되어 사라지고, 멜라토닌을 생성해서 몸 전체에 분비하는 기능만을 담당한다. 주 2)
멜라토닌은 여러 가지 효과를 내는 호르몬인데, 일반적으로 수면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낮에 빛을 받아서 생성되고, 밤이 되면 교감신경계에서 신호를 받아 분비된다. 비록 인간의 송과선은 빛을 감광하는 기능을 잃었지만, 빛과의 관련성은 여전히 흔적기능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데카르트의 송과선이론은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 철학적인 망상 정도로 비판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후대의 많은 데카르트주의자들조차 폐기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양자물리학을 필두로 한 현대과학의 여러 성과들로 인해 이 이론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전통과학의 입장에서는 정신이나 영혼, 자아관념 등이 고도로 복잡한 뇌신경 작용에서 우연히 흘러나오다가 체계화된 착란이라고 설명한다. 정신과 영혼도 궁극적으로는 기계 또는 화학적 작용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영혼과 정신은 상상할 수 없이 자유롭고 광대하며 의지가 있는 전체 존재의 질서 안에서 흘러 다니는 그 무엇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현대과학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 생각은 다시 정신과 육체를 이어주는 특수한 기관으로서 송과선과 같은 실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존재의 본질은 빛과 관련이 있다는 여러 발견들도 계속해서 출현하고 있다. 정신, 영혼, 생각 그리고 존재와 빛, 그 모든 것들의 진실은 도대체 무엇인 걸까?!
옛날 그 비밀을 알게 된 어떤 사람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여러 글자들을 소전으로 정리하다가 思에 일부러 비밀코드를 남겨 둔 것이 丿일지도 모른다. 뇌 또는 육체가 정신 또는 영혼 그리고 궁극의 전체와 소통하는 통로가 따로 존재한다는 천기(天機) 말이다. 그러나, 그 엄청난 비기를 알아주는 자들이 아무도 없으니 곧 사라지고 말았다. 그 기록이 思(생각 사)이고 그 변천이다. 이상은 진시황이 데카르트급 철학자를 신하로 두었을지 모른다는 썰이다. 哈哈。
주) 1. 천문(泉門) : 신생아 때부터 유아기에 걸쳐 머리뼈에 걸린 섬유성 막으로 덮여 있는 부드러운 부분을 가리키며 숫구멍이라고도 한다. 출산 시에 태아가 산도를 원활히 빠져나오도록 두개골의 용적이 축소되게 하고, 출산 후에는 유아의 성장과 함께 커지는 뇌의 크기에 맞추어 용적이 다시 확대되도록 만들어 준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두개골 뼈들이 맞물려 굳어지면서 닫혀 없어진다.
2. 파충류는 송과안(Pineal Eye)의 감광기능을 통해서 일주기(日週期)를 감지한다. 이를 통해서 수면과 생식의 주기, 체온의 조절 필요성 등을 인식하여 대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