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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마담 Mar 17. 2022

귀신에게 반말을 써야 할까 존댓말을 써야 할까

호러 재판 시리즈 3. 유교스트

CASE 3. 

가끔 이런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예전에 돌아가신 분을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하냐는 것. 조선시대에 죽은 소년이 있는데 사망 시점이 10대였다면 그 사람에게 우리는 반말을 써야 할까, 존댓말을 써야 할까? 아무래도 우리 문화권이 유독 높임말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이 논쟁은 역사적 위인을 칭할 때 더욱 가열찬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보통 얘기를 하다 보면 위인은 무조건 존댓말이 '국룰'로 결론이 내려지긴 하지만.

 그렇다면 그냥 얘기만 꺼내는 것이 아니라 유령이 우리 눈앞에 직접 나타나서 대화를 시도한다면? 초면이니까 처음에는 높임말로 예의를 차려야 하겠지만 친해져도 계속 그래야 할까? 뭔가 반말은 어색할 것 같다. 갑자기 그 유령 친구가 ‘반모’를 신청하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겉모습은 같은 20대여도 그 사람은 1800년대에 태어났거나 적어도 나보다 50년은 더 먼저 태어났을 텐데? 

 꼬마 유령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컨저링 유니버스의 ‘애나벨’이나 주온 시리즈의 ‘토시오’에게는 아무도 존댓말을 안 하지 않는가? (물론 그들이 우리에게 살의가 없다는 판단 하에) 주온 시리즈 어떤 자막을 봐도 토시오에게 존댓말을 쓰는 번역가는 보지 못했다. 분명 토

시오나 애나벨 같은 친구들은 우리보다 먼저 태어났겠지. 그렇다면 겉모습으로 우리는 높임법을 판단해야 하는 것인가. 유령들이 우리에게 한을 품는다는 것은 분명 그들도 감정을 느낀다는 것인데 이런 모순에 서운해하지는 않을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론은 상황 따라가는 게 맞겠지. 어차피 이런 걸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다. 대화보다는 도망이 우선일 테니까. 보통 귀신은 친구가 필요하기보다는 무차별적인 가해가 우선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눈앞에 나타남은 우리에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뜻할지도. 

 역시 더 살고 싶으면 생각보다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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