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enothing
Jul 13. 2023
미운 사람이 생겼다. 그는 사소한 일에도 홀로 책임을 지려 하지만, 회사라는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한 함께 수습해야 할 일들도 있는 거다. 그가 혼자 끙끙대는 이유는 아마도 죄책감일 것이다. 민폐 끼치는 마음, 미안한 마음, 끝까지 책임지려는 마음. 마음의 알갱이들은 곱고 매끄럽지만,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흠집이 가득하다.
잘못을 고하고 고개를 숙이고 도움을 청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귀찮거나 껄끄러운 까닭일 수도 있다. 당장 본인이 손해를 보더라도 치부가 낱낱이 까발려지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심상일 수도 있다. 그는 이타적인 것과 무분별하고 효용 가치가 없는 희생의 기준을 구분하지 못한다.
다른 팀이나 거래처에게 볼멘소리를 넘어선 무례한 공격을 받았다. 불유쾌한 일이다. 하지만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다고, 본인이 무지했거나 미숙한 탓이라며 상대를 두둔한다. 공적인 자리에서의 이러한 불화는 사적인 의미로 해석이 어려움에도 개인적인 일이라 단정 짓는다.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지고 짜증이 치솟는다.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며 혼자 책임지려 하지 말라고 못 박지만 멋쩍고 무구한 그의 미소에는 회피와 비동의의 뜻이 서려있다.
답답하고 밉다.
그의 행동의 기저에는 자기혐오가 깔려있다. 또는 타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과 그로 인해 미움받을 거라는 확신, 더 깊이 들어가면 유기 불안이 상시 내재되어 있는 탓이다.
물론 이것은 모두 내 추측이다. 그가 자기혐오가 있는지 유기 불안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일머리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간 업무적인 충고들이 그를 이렇게 만들 걸 수도 있다.
사람은 대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당연한 일이다. 추측이야말로 아는 것들을 조합하여 완성한 허상이다. 내가 미워하는 그는, 잘 알고 있는 누군가와 닮아있기에 가늠이 가능했던 것이다.
누군가는 예상대로 나다.
아주 고약하게 미운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어두운 면을 거울로 비추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생각이 내 탓으로 귀결되는 것 또한 위에 나열한 정신 작용이 이룬 결과물일 수도 있다.
미워하는 마음 없이 살아가는 방법. 추측 금지 단정 금지 자기혐오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