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샐러드 소스로 아주 그만!
마리네이드란 무엇인가. 재료를 액체에 담가두는 것 정도? 보아하니 스테이크 고기를 올리브유, 허브, 소금, 후추에 담아두었다가 굽는 것도 '마리네이드 한다'고 말하는 거 같다.
작년까지는 방울토마토보다 그냥 완숙토마토를 주로 먹었다. 일단 값도 싼 편이고, 달지 않은 것도 좋다. 일년 내내 접시 위에 토마토를 썰어 담을 수 있으면 진짜 행복한 거다. 토마토는 여름이 지나면 값이 올라가서 쉽게 많이 사기가 어렵다. 비닐 하우스에서 온갖 인공 조명과 열기를 이용해 길러내니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도 할거다. 토마토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호치민에 살 때부터다. 거기는 진짜 빨간색 토마토가 사시사철 싼값에 진열되어 있어서 수시로 작은 포장으로 싱싱한 것을 동네 앞 마트에서 사다먹으면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땐 아빠가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 드셨다. 그 시절엔 다들 그렇게 했다. 토마토는 채소였지 단 과일이 아니니까. 호치민에서는 각종 과일에 주로 소금을 찍어먹는다. 우리처럼 푹 익은 과일보다 약간 설익었을 때 썰어 소금을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참 특이하다. 소포장된 애플망고에는 작은 소금봉투가 같이 있기도 하다. 우리 순대 소금처럼. 작년에 '스테비아 토마토'라는 걸 처음 먹어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뭐 토마토에 스테비아 푼 물을 주어 길러낸 거 같은 맛이었다.(진짜 그러나??) 토마토의 진정한 맛은 그게 아닌데. 여튼 약간 딱딱한 상태로 집에 오는 토마토를 뒷베란다에 두고 하나씩 꺼내 먹으면 점점 색깔이 진해지고 맛있어진다.
드디어 방토값이 떨어진 여름, 과감히 3킬로를 샀다. 슬슬 씻어 자르지 않고 먹을 수 있어 편하다.
아! 마리네이드를 만들자! 큰 토마토로 만들어도 되지만, 냉장고에 넣었다 먹으려니 자르는 게 일이었으니 간편하게 방토로.
1. 깨끗이 씻은 방토를 보글보글 끓는 물에 넣어 3분 정도 익히고 불을 끄고, 체에 건져놓는다.
2. 양파 1개를 채썬다.
3. 유리통에 올리브유를 붓고(100ml쯤?) 발사믹식초(글레이즈드 말고 그냥 발사믹 식초)를 신맛을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붓는다.
4. 다진 마늘 1큰술 이상 취향에 따라 양을 조절한다.
5. 바질가루나 생바질을 썰어 넣는다. 이것도 향을 좋아하는 취향껏 양 조절.
6. 통후추를 10알 정도 넣고 취향에 따라 정향이나 팔각, 계피(가루 말고)를 넣어 섞는다. 소금은 넣어도 안넣어도 좋다.
7. 잘 섞은 후 토마토를 넣어 수저로 살살 버무려준다. 통의 반 정도만 용액이 차면 된다. 토마토에서 즙이 나오면 수위가 올라온다.
8. 향이 배길 원한다면 다음날부터 먹을 수 있다.
9. 와인 안주로 사둔 올리브가 남아있어 다 넣었다.
이제 푸른잎 채소만 있으면 뿌려먹으면 된다. 달걀반숙이나 연어구이를 얹으면 단백질도 보충된다.
아. 다음엔 큰아들에게서 배운 달걀반숙 만드는 손쉬운 방법을 소개해야겠구나.
비싼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듬뿍 넣었으니 나머지 국물까지 싹싹 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