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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Sep 12. 2024

너의 꿈을 응원할게

6개월간 수업을 했던 멘토링 수업을 종결해야 했다.

교육청 멘토단으로 활동한 지 2년 차이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예산 부족으로 인하여

조기 종결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어제 부랴부랴 학부모님에게 연락드리고

오늘 아이를 만나 수업을 마무리하겠다고 전달했다.


나의 멘티는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힘들어하던

아이였다.

이유 없는 따돌림으로 힘들어해 학폭위까지 열었지만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처리 과정이 힘이 들어

도중 포기했다.


다행히 큰 괴롭힘은 없지만 여전히 반 친구들과는

원활한 관계를 유지 못하고 있다.


이 아이를 만나기 전

이미 다른 수업에서 만났기에

서로 반갑게 첫 수업을 시작했다.


며칠 전에도 글을 썼듯이 이 아이는 참 긍정적인 아이다.

오늘 나를 만나자마자

- 선생님 도대체 왜 그만하는 거예요? 왜?


마지막이기도 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버블초코 한잔 사주며 이야기하려고 학교 앞

카페에서 만났다.

아이는 눈이 똥그래져서 왜 그만두냐고 한다.

- 그러게 선생님 의지와 상관없이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하는구나.

우리 정이 많이 들었는데 그렇지?

그래서 오늘은 마지막이기도 하고 선생님이랑

6개월간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해

- 네 선생님.




나는 아이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Q : 멘토링을 하기 전과하고 난 후에 달라진 점이 있을까?

A : 전에는 친구와 사이도 안 좋아서 힘들었는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Q : 그동안 선생님과 했던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A : 49게임과 폴딩 퍼즐, 그림책 중에서는 가장 빛나는 내 친구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자판기 부수는 장면이 너무 웃겼어요.


Q : 멘토링이 끝나서 아쉬운 점은?

A : 선생님을 만났던 매주 목요일 2시 30분이 그리울 것 같아요.  이제 그 시간에 뭐 하죠?


Q : 너에게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이었어?

A : 퍼즐, 게임 등 다양한 수업으로 즐겁게 해 주고 내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선생님이었어요.


Q : 멘토링을 하면서 도움이 된 것은?

A :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과 사귀는 방법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Q : 너의 꿈은 뭐니?

A : 요리사예요.




아이와 나는 마지막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친구 때문에 힘들어했던 아이였기에 중학교 가면

좋은 친구도 사귈 거라고 말해주었다.

멘토링 수업 때부터 아이가 요리를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꼭 중학교 가면 요리를 배워 보라고 말해주었다.

수제비나 스파게티를 곧잘 만드는 아이라

꼭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아이도 꼭 그러겠다고 말한다.


아이는 11월에 베트남 여행을 간다며 꼭 선생님에게

기념품을 사주겠다고 말한다.

농담으로 여행지의 마그넷을 모은다고 말했더니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멘토링 수업은 끝나지만

선생님 퍼즐 수업 신청해서 다시 선생님을 보러 올 거라고 말한다.


6개월이지만 친구가 해 줄 수 없는 부분들을

나라도 대신해주고 싶어 최선을 다 했던 것이

아이에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 듯하다.


아이와 수업을 마치고

아이 어머니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수업 잘 마무리했다고.

어머니도 힘든 시기에 선생님 만나서

너무 좋았다고 말해 주어 기분이 좋았다.


봉사에 가까운 수업이지만

나로 인해 아이가 달라지고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행복했다.


더운 여름방학에도 자전거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수업에 오던 아이

이 아이는 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


아이에게 선생님이 생각나면 언제든지 문자해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길을 가다 선생님을 만나면 인사도 꼭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꼭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너의 꿈이 이루어 지는날 선생님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달라며 우린 꿈을 이룬거마냥 그렇게 작별인사를 나눴다.


나로 인해 아니가 달라지기를 바랐던 건 아니다.

나와 함께 함으로써 다친 마음이 조금이라도

아물기를 바라며 매주 아이를 만났다.

다행히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말도 웃음 많아지고

항상 즐겁게 함께 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덩달아 즐거웠던 것 같다.


아쉽지만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정든 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지금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소년으로 자라주길 바라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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