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하면 해운대, 송정, 광안리를 떠올리지만 사실 영도만큼 아름다운 바다도 없다. 섬이지만 섬이 아닌 부산 속 섬, 영도. 이미 그곳엔 피아크, 모모스커피 등 대형 카페가 자릴 잡았고 영도하면 커피, 커피 하면 영도를 떠올릴 만큼 카페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영도엔 태종대, 봉래동 말고는 가본 적이 없던 게 사실. 가끔 SNS에서 여기 부산, 아니 한국 맞아? 라며 봐왔던 영도 영선동 흰여울마을, 영도 5 구역 재개발이 한창인 영선아파트 바로 아래에 위치한 그리스 산토리니가 연상되는 이곳에 왔다. 영도 흰여울마을에 오면 꼭 한 번은 들른다는 카페 에테르에 말이다.
에테르에 들르기 전 흰여울마을 길을 산책했다. 일렁이는 바다 위로 노을이 지고 있었고 산들 부는 바람에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거 맞지? 스스로에게 묻고는 일행이 기다리는 카페 에테르로 스며들었다.
내가 알던 영도가 아니었고 흔히알던 카페가 아니었다. 진짜 영도는 바로 이곳, 흰여울마을이구나 싶었고 진짜 카페는 한눈에 바다가 펼쳐지는 파노라마 오션뷰, 이곳 에테르구나 싶었다. 그래서 난 지금, 진짜 영도, 진짜 카페 에테르에 발을 디딘 거구나.
영도 토박이인 이곳 에테르의 대표는 아직 30대로 30대 초반 흰여울마을의 상업화가 시작되기 전 부지를 산 후 우여곡절 끝에 3층 건물을 신축해 에테르를 오픈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도로가 유실되어 평생 먹을 욕이란 욕은 다 들었다고. 그래서 그런가. 우직해 더 믿음직한 친구였다.
에테르의 시그니처 브런치 메뉴들
아메리카노 6,200원, 카페라테 7,000원. 다소 비싼 듯하지만 오션뷰와 함께하는 고즈넉한 순간을 생각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에테르는 커피도 맛있지만 브런치로도 유명하다. 바질 크림 뇨끼뽀끼, 로제 뇨끼뽀끼, 랍스터 롤, 한치 먹물 리조토, 치킨 아보카도 롤 등 아난티코브에 근무했던 젊은 셰프의 손길이 그대로 살아있다.
우리가 흔히 먹던 흔한 맛이 아닌 크리에이티브하면서도 맛깔난 음식이다. 19,000원~29,000원 사이의 가격대로 음료나 커피를 함께 곁들이면 훌륭한 한 끼 식사로 그만. 호텔 부럽지 않은 뷰와 맛, 그리고 바다 바람이 어느새 여행을 온 듯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준다.
대관으로 진행되어 더욱 다양하게 즐긴 맛의 신세계
커피도 브런치도 좋지만 특별한 순간 대관도 가능한 곳이라 지인분들과 특별한 저녁을 함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운치와 귀를 가득 채워준 개구리 소리. 나 지금 부산에 있는 거 맞지? 하는 마음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밤.
에테르에 마음을 잠시 내려두고 왔다. 가족과 함께 꼭 다시 들를 마음으로. 부산에 살면서 한 번도 오지 못했던 흰여울마을 길을 걷고 에테르의 맛있는 음식과 커피로 여유로운 오후를 함께 하리라고. 부산 영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공존하는 영선동 흰여울마을. 세련된 애틋함으로 여전히 부산의 핫플로 남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