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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달 Jul 02. 2024

장마가 시작되는 아침


습관이 되어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먼저 떠지곤 했는데 오늘은 두 번째 알람 소리에도 몸을 일으키는 것이 힘겹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솜 같은 게 비가 오려나 보다. 침대에 누운 채로 아이팟을 꽂고 30분을 미적거리다 내려와 보니 온다. 비가.


일기예보를 검색해 본다. 다음 주까지 온통 우산 일색이네. 한동안 걷기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곧이어 수영을 배워둬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몸매 관리가 아닌 정신 관리를 위해 몸을 써야 하는 필요성이 점점 절실해진다. 내가 쌓은 하루치 체력이 그날의 마음의 평화와 직결된다. (나이 드니 완충도 잘 안되나 보다. 독서도, 운동도 며칠에 한 번 해서는 어림도 없다.)


옷을 갈아입으러 드레스룸에 들어가니 여기서도 장마를 감지한 듯 쿰쿰한 냄새가 난다. 나는 당분간 하루 두 번 에어 드레서 문을 열고 제습 모드를 작동할 것이다.


새벽 배송 박스를 가지러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선다. 코끝에서도 장마가 느껴진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비릿한 냄새를 나는 참 좋아한다. 오늘은 커피가 더 맛있겠네라고 생각하며 박스를 들고 집안에 들어선다.


창문을 열어 장마의 소리와 냄새를 안으로 들이고 커피를 내려 홀짝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하루라도 아침 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금세 날카로워지는 이 나약한 인간아! 가족들을 웃는 낯으로 깨우려면 그만 쓰고 어여 책 한 줄이라도 읽거라!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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