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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품

by 꿈꾸는 달


워셔액이 새어서

앞 유리 얼룩 사이로 시야를 확보하느라

미간의 주름이 깊어지던 차에

어제 수리를 마쳤다.

가격도 저렴하고 바퀴도, 핸들도 아닌 것.

하찮디 하찮게 느껴졌던 소모품.

너 역시 꼭 필요한 것이었다.

어릴 땐 2.0,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쪽 1.5를 유지하던 나의 시력.

별다른 노력 없이도 유지되던 당연했던 것.

그런데 작년부터

글자 하나를 읽기 위해

애써 초점을 맞춰야 하는 날이 많아졌고

운전이 힘들어졌고

급기야 안경의 도움을 받게 됐다.

어두운 데서 책 보기, 과다한 휴대폰 사용.

눈도 소모품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워셔액통처럼 갈아 끼울 수도 없는데.

잃고 나서야 깨닫는

특별하지 않았던 소모품의 소중함.

그리고 금세 또 망각하는 어리석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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