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 초임 시절,
‘가족’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반엔
가정에서 통학하는 아이가 단 한 명뿐이었다.
말 그대로, 가정을 책으로 배우는 상황이었다.
초임이라 무모했는지, 아니면 열정이 앞섰는지.
그해 여름방학, 시설장님들께 허락을 받고
아이들을 내 고향집으로 데려갔다.
며칠이었는지, 일주일쯤이었는지
같이 먹고, 자고, 씻고, 장을 보며
가족처럼 지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마트 장보기.
“뭐 먹고 싶어?”
한 아이가 말했다.
“돼지고기 삼겹살이요.
실컷 먹어보고 싶어요.”
—
그 후로도 아이들은 나를 보면
늘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반겨줬다.
어느덧 고학년이 된 한 아이에게 물었다.
“그때, 선생님 집에 갔던 거 기억나?”
“네.”
“뭐가 제일 기억에 남아?”
“돼지고기 삼겹살이요.”
이제는 이십대 후반이 되었을 너.
나는 여전히 삼겹살을 구울 때마다
그 여름날의 너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