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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Aug 18. 2015

나무 2: 착한 저주

햇살을 닮은 한 여자아이 이야기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웃는 얼굴이 그 누구보다 빛나 보이던 그녀를 사람들은 좋아했다.


    그녀는 동네에서도 착하기로 평판이 자자했다. 짐을 든 사람을 발견하면, 한걸음에 달려가 도와주었고, 낯선 이에게도  스스럼없이 따뜻한 인사를 건넸고, 심지어 버스에서 내릴 때도 기사 아저씨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고 했던 소녀.


심각하게 바라보면, 좀 모자란 아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미련하게 착했던 소녀.


그녀는 천사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림자가 존재했다; 아주 길고, 깊은 그림자.


그녀의 그림자는 이러한 모습이었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항상 싸우고 있던 부모님. 몸 구석구석 우울증인 엄마에게 받은 폭력으로 인한 멍 자국들.


그녀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으며, 그녀가 매일 문을 닫아놓고 홀로 흐느끼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몰랐다.


그 누가 저 아름다운 미소 뒤에,
저런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그녀는 대체 왜,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슬픔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그녀는 모든 아픔을 혼자 떠안고,
어떻게 삶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녀는 너무나도 외롭고,

너무나도 사랑을 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착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고,

착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착한 사람만을 선호하는 사회.


아픔을 숨기는 것이 미덕이라고 착각하는 사회.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사회.

그래서 삐뚤어진 사회.


    낮과 밤이 공존해야만 하는 세상이라지만, 밤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낮의 품을 내어 줄 수 있는 사회였다면, 그녀에게 받은 한줄기의 빛나는 햇살처럼, 우리도 그녀에게 따뜻한 햇살이 되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를 만나고 온 밤에는 잠들지 못한다. 나의 낮을 조금이나마 나눠주기 위해서.

사람이기에 그리고 사람이므로
결코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음을

사람이기에 그리고 사람이므로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그림자를
밝혀주는 것 또한 사람임을

이것을 나는 사람에게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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