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나락에서 얻은 한 줄기의 빛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태초의 근원은 어디일까.
인간은 왜 세상에 태어났으며, 수많은 고통을 감안해가며 왜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영화 '나이트 오브 컵스'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인간의 운명을 점 칠 수 있는 타로카드로 풀어나간다.
주인공이 선택한 카드들:
[The Tower: 재난, 불명예, 전락]
[Judgment: 부활, 승리, 결과]
[Kight of cups: 관능, 수용, 책임]
[Death: 격변, 파멸, 새로운 시작]
[The hermit: 진리, 조언, 고독]
[The sun: 행복, 빛, 승리]
첫 번째 카드 [The Tower: 재난, 불명예, 전락]
영화의 주인공 릭(크리스찬 베일)은 다소 평탄하지 못한 성장환경을 겪었다. 그의 막냇동생 빌리의 자살 때문에 가정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 버렸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남아있던 남동생 베리역시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방황하며 한 평생을 살아간다. 그의 성장기는 아마 재난 속에서 불명예를 낳아가며 전락해 나아가는 삶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 카드 [Judgment: 부활, 승리, 결과]
그 와 중에 주인공 릭은 다시 일어서지 못한 가족들과는 다른 삶을 이루어 낸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유명 작가이며, 동시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까지 성공한 모습은 그의 완벽주의자적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힘을 내어 오르고 올라온 길이였지만, 완벽한 가정을 꿈꿔왔던 그에게 신은 결코 행복한 결말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의 아내 낸시(케이트 블란쳇)의 불임으로 인하여 그는 어릴 적 받지 못했던 부모로부터의 무조건적인 사랑인 아가페적 사랑을, 자식에게 되돌려 주는 방법 대신, 아내에게 요구하는 순간에서부터 그가 이루어 놓은 가정은 위태로워지고 서로가 없이는 못 살 것만 같았던 그 둘의 사랑은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세 번째 카드 [Kight of cups: 관능, 수용, 책임]
그런 아픔들 속에서도 릭은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한없이 깊은 어둠에 빠져버린 남동생 베리와, 스스로를 부정하는 아버지를 위해 희생을 하며 자기 자신은 사라진 삶을 살아가는 릭.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모든 것을 묵묵히 잘 이겨냈다는 이유 하나로, 남은 동생 베리와 아버지는 모든 것이 릭의 탓인 것처럼 가족들은 그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한다. 위태로운 가족들 사이에서 릭 또한 위태로움을 수시로 느끼며 삶에 권태감을 느낀다.
네 번째 카드 [Death: 격변, 파멸, 새로운 시작]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삶의 권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릭은 발버둥을 친다;어두운 속세 속을 방황하며 파티 생활과, 방탕한 생활을 지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여자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만)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뿐, 타인에게로부터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려고 하면 할수록 채워지지 않는다는 진리는 그의 새로운 시작마저 멈추게 한다.
다섯 번째 카드 [The hermit: 진리, 조언, 고독]
진심으로 사랑하고 미래를 함께 바라봤던 전 부인 낸시.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는 불안해 보이는 남동생 베리. 절망의 늪에 빠져버린 아버지. 그리고 성공하지 못한 낸시와의 사랑의 마무리표를 지어 줄 것만 같았던 연인 엘리자베스. 릭은 무엇인가를 갈망하며 관계를 맺어 온 사람들 속에서 그는 그가 없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괴로워했지만, 그가 비로소 홀로 남겨진 순간 그는 삶의 지표와 잃어버렸던 자신을 드디어 찾아낸다.
여섯 번째 카드 [The sun: 행복, 빛, 승리]
영화 속 릭은 끊임없이 황무지를 방랑하며 걸어 다닌다; 생의 활기가 넘치는 에덴동산이 아닌 곳을. 그리고 끊임없이 물 속을 헤맨다; 어릴 적 행복했던 시절의 무의식 속을. 릭의 주변 인물들은 그에게 희망의 빛이자 무한한 어둠이었고, 그는 어둠과 빛 사이에서 무의식 속 존재했던 한줄기의 빛을 잡아내며 삶의 방황을 스스로의 힘으로 끝마친다.
현대인들의 삶과 닮아있는 릭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거울을 내비친다.
쉽게 무너져 내려가는 가정들.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삶들.
스스로를 잃어가 버리는 삶들.
하지만, 영화는 말하고 있다.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인 가정이 무너져 내린다 해도, 서로 노력한다면, 그리고 간절히 원하게 된다면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고.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삶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삶이라면 결코 부질없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를 잃어가 버리는 삶이 초라해 보일지라도, 스스로 다시 잃어버린 나를 찾아 보려는 노력의 여정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용기를 북돋아 준다.
주인공 릭이 선택한 카드들은 릭만의 카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에 한 번쯤은 꼭 겪을 만한 희로애락이 섞인 삶의 진리인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우리가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가야만 하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오직 우리를 존재하게 만드는 우주와, 우주를 만든 그 누군가만 알뿐. 그러므로, 삶은 한없이 부질없지만 내가 살아가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 되느냐, 가치 없는 삶이 되느냐는 당신의 선택일 뿐이다.
릭처럼, 먼 여정을 떠나와야지만 꼭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니, 고통스러워하는 모두가 하루빨리 고통에서 스스로 빠져나와 나만의 길을 찾아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