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비극을 양분으로 삼아 세상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그녀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자기 연민이란 어쩌면 충만한 행복감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아닐까?
<도서협찬>
달 출판사의 신간,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15살에 세상을 못 볼 거라는 선고를 받은 조승리 작가의 에세이이다.
작가의 추억과 과거에 대한 회상, 그리고 일상생활이 그녀의 시각으로 고스란히 담겨있는 에세이 작이다.
작가는 말한다.
나의 새로운 장래희망은 한 떨기의 꽃이다...
그 혹은 그녀가 내 향기를 맡고 잠시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내 비극의 끝은 사건의 지평선으로 남을 것이다. (P.238)
그녀의 장래희망은 이미 이루어진 듯하다. 그녀의 독자인 나는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라도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고, 책에서 등장하는 마사지사로서 만난 손님들에게도 그녀는 위안이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책에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주해야 할 수많은 벽과 편견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는 행복감으로 충만하다고 말한다. 어디서 그런 강인함이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가면서 점점 그녀의 이야기에 빠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책의 첫 이야기에서 택시를 타고 가며 눈에 보이지 않는 여의도 불꽃축제의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그녀는 과거의 추억을 회상한다. 그리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저 불꽃을 볼 수 없다 해서 아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불꽃은 더 찬란하고 빛나기 때문이었다.‘ (p.15)라고.
이 대목에서 나는 느꼈다. 작가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과거를 회상했을 시, 보통의 사람들은 아마 과거의 회상에 젖어 지금의 현실을 책망하거나 자기 연민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달랐다. 그녀에겐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강인함과 긍정적으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녀의 강인함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작가는 자신에게 닥친 가혹한 불행의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받아들이며 누구보다 빨리 체념한다. 그러므로 자기 연민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나는 눈이 먼 게 불행한 게 아니라 이 상태로 영원히 살아가야 한다는 게 진짜 불행이라고 말했다.’ (p.159)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빨리 체념한다. 그것이야말로 불행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빠른 길이다.‘ (P.185)
그녀는 가족들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한다. 특히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녀의 어머니는 눈이 안 보이게 된 작가를 창피해했다. 작가와 엄마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로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다. 그 사랑이 자양분이 되어 지금의 강인한 작가를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녀의 열정과 농담을 이어받았으니 그것은 나의 힘이 될 거라고 믿는다’ (p.106)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아려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작가는 충분히 아파했다.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시각 장애가 결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현실이 아님을 알 수 있게 된다.
’부모가 나를 창피해한다는 사실에 나는 주눅들었고 무기력해졌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p.207)
‘나는 부모에게 부끄러운 자식이 되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p.234)
‘ 누군가는 평생을 그리 살기도 한다고. 방구석에서 자유를 상상하며 자기위안에 빠져 평생을 사는 이들이 있다고.’ (p.159)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지려 노력한다. 해외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탱고와 춤에 빠져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의 그녀는 용기와 희망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행복은 바라는 대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과 의지로 맺는 열매 같은 것이라는 걸….’ (p.52)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다르게 살려 노력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p.203)
‘내 꿈은 무병장수예요. 누가 봐도 호상이라고 할 때까지 살면서 글을 계속 쓰는 게 내 꿈이고 목표예요.’ (p.198)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자기 연민이란, 행복의 최대의 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 자신을 깎아내리고 자기 연민에 빠질 때 우리는 불행해진다.
고된 하루를 보낸 후 나의 하루는 왜 이런가 자기 연민에 빠질 때 우리는 불행해진다.
이 외에도, 개개인의 수많은 연유의 자기 연민은 인간을 쉽게 불행에 빠뜨린다.
작가의 책은 쉽사리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불행을 체념하며 강인하게 행복을 위해 부단히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내가 책을 읽으며 그랬듯이 힘겨울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당신도 이 책을 읽고 잠시라도 위안을 받고, 한층 더 강인해지길 바라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