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앞서 1편에서 말했듯, 크게는 무사 중심 통치 체제, 미시적으로는 다이묘 중심 통치제제로 인해 와문화가 비롯되었다. 그리고 문화적 뿌리라는 것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막스 베버가 언급한 관료제적 사회를 넘어 정보화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도요타 시대에서 혜택을 보았던 일본 노동자들의 자신의 맡은 바 업무에 열중하는 성향은 시대에 뒤처지고 있음이 통계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일본 경제에서 가장 심각한 이슈로 꼽히는 것 중 하나인 노동자의 생산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27위에 불과하다. 한국은 이보다는 나은 OECD 20위이다.
하지만 모든 것엔 장단이 있는 법이다. 와문화의 특수성으로 인해 그만큼 디테일에는 강하다. 실제로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일본 대기업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세상 누구보다도 잘하는' 강소기업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몇 년 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일본의 반도체 수출제재가 위협적이었던 건 이 때문이다. 가장 좋은 재료를 수입할 수 없으면, 제품 경쟁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므로. 특히 반도체처럼 제조자가 한정된 엣지 테크놀로지 산업은 더더욱 그 영향력이 막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일본을 이끌어가는 건 이런 강소기업들이 아니다. 08년도 금융위기 이후로 일본의 무역수지의 평균값은 0이 채 되지 않는다. 보통 적자를 기록한다는 소리다. 다시 말해 일본의 기업과 생산문화는 더 이상 일본이라는 거대한 공룡국가를 홀로 이끌어나갈 만큼의 생산성을 내지 못한다.
신기하게도 무역수지를 포함한 일본의 총 경상수지는 항상 흑자이다. 잃어버린 30년 동안에도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이는 70~80년대의 일본이 너무나도 강대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상당수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일본 경제가 쇠퇴일로를 겪기 이전에 자신들의 주식과 일본 내 자산들을 처분하여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데 열중했다. 그리고 앞서 말한 일본 주식시장의 당시 위엄과 더불어,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 자산시장의 버블은 엄청났기에 이들은 일본 내 자산을 팔아 충분한 해외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지난 30년 간 단 한 번도 전 세계 국가 중 해외순자산('순'자산이다!)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여기에서 나오는 소득으로 일본은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부자는 망해도 3대가 먹고산다는 걸 국가의 모습으로 입증하는 사례이지 싶다. 그리고 이 돈이 잘라파고스의 생태계를 살아 숨 쉬게 한다.
23년 현재 일본은 지속적인 엔저 정책으로 다시금 무역(상사)에서 나름의 활기를 되찾았지만, 언제까지 일본 내의 은행과 엔화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저금리 배짱장사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과연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회복할 수 있을까? 다시금 혁신의 나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80년대 일본보다 상황은 훨씬 안 좋지만,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걷는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 또한 일본의 발걸음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