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장 아빠 Apr 07. 2022

선생님이 응가 닦아주는 사람입니까??


1.

"선생님~ 죄송하지만 아이가 혹시 화장실을 가고 싶어할 수도 있는데 아직은 혼자 뒷처리를 못해서요~" 


간혹 아이가 수업 중 응가를 하면 응가를 좀 닦아 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이 있을 때가 있다. 나야 아들 둘 키우면서 수 없이 했던 일이라 거부감이 덜하지만 젊은 선생님들은 이 때문에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2. 

"오늘 수업하면서 보니까 굉장히 열심히 해서 기특했어요. 그런데 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선생님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번 확인 받으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먼저 스스로 고민해보고 선생님한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게 하도록 지도했습니다."


Q: 두 개의 이야기가 무슨 상관이 있는 것 같은가? 그리고 이 두 이야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하나의 이야기를 더 해보겠다.


3. 

"선생님, 여기에는 조명을 달아서 표현하면 어떨까요?", "오~ 좋은 생각인데~" 선생님과 사뭇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는 9살 친구가 있다. (나이를 막론하고 집중하는 사람의 눈빛만큼 멋진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다 문득 나의 막내도 9살이라 막내는 항상 애기 같은데 이 친구는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엄마를 만나자 애기 목소리로 작품을 보여주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교실에서와는 딴판이었다. '엄마의 아들로 돌아온 것이다'. 엄마도 꿀떨어지는 눈으로 아들을 연신 쓰다듬으며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있었다.



부모의 본능은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느끼게 한다. 소아정신과 서천석 박사님에 따르면 부모는 자기 아이의 울음소리에 특히 더 민감하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의 위험 알람을 빠르게 인지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진화해온 것이다. 특히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부모가 케어해주어야 하는 기간이 길다. (체감해보니 매우 길다..) 3~4세 정도까지는 거의 모든 것을 부모가 해주어야 하는 것 같다. (심지어는 혼자 잠도 못잔다.)


그런데 아이들은 성장한다. 성장하면서 어느 시점부터는 보호해주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해진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이 관점의 전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이를 계속 보호해야하는 존재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심지어는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기 보다는,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한다. 가령, "선생님, 아이가 같은 반 친구하고 잘 안 맞나봐요~ 반을 좀 바꿔 주세요~"라고 얘기한다. 부모가 친구와의 갈등 사항에 개입해서 반을 바꿈으로서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하는 것이다.


앞서 얘기한 응가 닦아주기로 돌아가보자. 선생님들이 나에게 아이들 응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난 이렇게 답해준다.


"어머님 입장에서는 그렇게 부탁하실 수도 있죠. 그런데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선생님은 아이에게 응가 닦는 법을 가르쳐 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휴지를 말아서 닦고 닦은 휴지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그리고는 스스로 처리하고 나오게 하세요. 물론 어른이 해주는 것처럼 깔끔하지는 않겠죠. 그건 어머님께 다시 한번 집에서 처리해 주시라고 말씀드리면 되는 겁니다. 아이 스스로 닦고 나와도 충분히 수업은 할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6세 정도면 충분히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나이이다. 교실에서 글루건도 쓰는 아이이고 선생님 설명도 다 알아듣는데 그걸 왜 못하겠는가. 나도 부모이기에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직접 하도록 계속해서 교육을 해나가야 한다.


"저희는 교사입니다. 언제나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저희가 가져야 할 자세입니다."라고 선생님들에게 설명을 마무리한다.  

 

그래서 두 번째 이야기에서처럼 나는 아이들의 작업 능력보다 스스로 해내려는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고민하는 것이 나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고, 내 손으로 직접 해야지 나의 소근육들이 발달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아이의 자립을 돕는 교육이라 생각한다.


가정에서는 이런 자세를 길러주기 위해서는 옷입기, 로션바르기, 책가방/준비물 챙기기 등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점점 늘려나가야 한다. 또한, 아이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청소, 쓰레기 버리기 같은 집안일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잊지말자. 아이를 부모품에 보듬고 있는 것만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상 매우 그 반대라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 아이가 성공하기 위해서 꼭 가르쳐야할 두 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