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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N Aug 17. 2022

2022.08.17

일일초고 #3

'일일초고'는 매일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프로젝트로 20분간의 짧은 시간동안 그저 생각나는 대로 작성합니다. 문맥이 이상하기도,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도 하겠지만 '초고'로서 앞으로 쓸 글들의 밑바탕이 될 글을 씁니다.


늘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고된 현실 앞에 지쳐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잊고 싶지 않은 일들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났다. 늘 글을 쓰며 기록했어야 했는데 가물가물해지는 기억이 아쉬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먼저 어떤 기억부터 기록해볼까.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세번째 사람을 떠나보냈다. 자신의 인생에 책임감이 있고 성실한 모습이 좋았던 사람이었다. 이 삶이 궁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호기심이 상대방에게는 부족했나보다 서로 관심을 보였지만 이 관계가 확신이 되지는 못했다. 확신을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더 아프기 전에 떠나보냈다. 


인생이란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세번째 사람을 떠나보내고 아프게 떠나갔던 그 사람이 연락이 왔다. 어떻게 보면 첫번째 사람. 잊지 못할 사랑이다. 몸이 스스로를 가둬야할 정도로 아파서 모든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살아왔다고, 그래서 보고싶다는 말에 답을 하지 못했다며 원하지 않았던 사과를 했다. 좋아해줘서 고맙다며 우리가 함께했던 기억은 평생 마음속에 품을 행복한 기억이라고. 나와 너무나도 닮아 미워할 수 없는 이 마음이 너무 미웠다.


늘 옆에 있던 사람들과 헤어짐을 고한 후에는 아픔이 있었지만 후련함이 뒤따랐고 공허함이 남았다. 새로운 일들에 치여 미뤄덨던 습관들을 다시 채우는 것만이 이 공허함을 고요함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들어가는 모임어플을 찾다 혼자 그리고 함께 책을 읽는 모임을 발견했다. 모임 당일 새벽 1시에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지만 모임장은 웃으면서 반겨주었다. 늘 들고 다니며 넘겼던 알베르 카뮈의 '이인'을 들고 모임을 찾아갔다. 고요한 책방에서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으며 다시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시간동안 책을 읽고 다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책에서 질문을 뽑아 돌아가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고 일회성으로 기획된 이 모임은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인연의 끝에 또 인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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