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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리 Feb 11. 2024

불순한 헌혈

350g의 감량...

헌혈하면 몇 킬로 빠져?

요즘 친구들과 다이어트 챌린지 중이다. 일주일 남았는데 목표까지 - 1.2kg...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 불행 중 다행인지 다들 고만고만한 목표를 앞에 두고 있다. 채팅방에는 단기간 살 빼는 방법이 쏟아진다. '다이어트 약을 주문한다' '72시간 단식을 시작한다.' '머리를 자른다', '사우나에 간다' 그리고 '헌혈을 한다'.

'헌혈하면 몇 킬로 빠져?'. 진리를 알려준다는 챗GPT에 문의했다.'헌혈은 체중 감량의 올바른 방법이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450g 이 감량된다.'는 팁을 주었다.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에는 이런 불순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종종 있었나 보다.


 헌혈은 다이어트에 무관하다...(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


하지만... 대의를 좇는 나는 당연히 헌혈을 하기로 마음먹고 회사 주변 주변 헌혈의 집을 검색했다. 그러던 중 정말 마침 회사에서 단체 헌혈을 한다는 메일 왔다.(이런 우연!) 바로 온라인 문진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쌀쌀해진 다음날 아침 정신없이 회사 앞 헌혈 버스에 올랐다. 문진 후 마주 앉은 간호사는 혈액형을 물어보며 간단한 질의를 했다.

최근에 한 헌혈이 10년 전이시네요.

그리고 11번째 헌혈이라고도 가르쳐 주었다. 10년 전 데이터가 남아있다는 놀라움, 그리고 10번이나 했다는 자부심을 동시에 느꼈다.




10년 전 헌혈

대학 때 가졌던 막연한 생각 중 하나가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생각을 실천하기 적절한 것이 헌혈이었다. 당시 즐겨 찾던 헌혈의 집은 역과 매우 가깝고 좋은 목을 가진 건물에 있었다. (찾아보니 아직도 운영 중이다. 건물주 인가...) 들어가면 넘어가는 따뜻한 햇살이 창으로 뉘엿뉘엿 들어오며 사-각 사-각 미세한 기계 소리가 들렸다. 대기실에는 막 도착한 사람들과 헌혈을 마친 사람들이 여유롭게 앉아있다. 주변에 놓여있는 물품과 과자를 보며 '오늘은 어떤 기념품이 있나'도 보는 재미도 있다. 당시에 초코파이를 무제한으로 줬는데 항상 2개 이상은 먹지 못했던 것과 오예스로 바꿔주면 안 되나 의문을 가졌고 헌혈하고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영화를 보고, 3단 우산을 가져와서 집에 쌓아뒀었다. 명함 크기의 헌혈증은 기념품으로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2013년식 헌혈증 (사진 출처 매일신문)




그 목적이 몸무게 감량으로

10년 전 기억을 떠올리고 한숨 자려고 하는 찰나 헌혈이 끝났다. 15분 정도? 지혈을 하며 이온음료를 마시니 상품을 고를 시간이 왔다. 현물 위주로 줬던 10년 전과 다르게 5000원 상당의 상품권 2종을 고르게 바뀌었다. 오른 물가 실감. 편의점 죽돌이는 편의점 상품권 2개를 선택하고, 롯데샌드 파인애플맛을 하나 들고 버스를 나왔다.(우리의 정 초코파이는 어디에...) 퇴근 후 체중을 재보니 350g 정도 감량되며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였다. ^^


오래간만에 마주하니 바늘이 생각보다 크다!





헌혈의 목적

대한적십자사에서는 헌혈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혈액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

기부와 같다. 사회를 향한 헌납. 10년 전에 내 마음속에 있었던 인류애.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짐에 자기 몸 하나 챙기는 게 유일한 목적인 요즘 헌혈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어떤 목적이 사람들을 100회 200회 훈장을 받게 하는 걸까.

 

그리고 나 역시 내 몸 하나 챙기는 것을 넘어 다시 인류를 생각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헌혈 #다이어트헌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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