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는 화가 천경자의 그림으로 과거 한국에서 벌어진 대표적인 위작논란에 휘말린 주인공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걸려있던 <미인도>에 대하여 작가 본인이 위작이라 주장하였지만, 이를 소장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품이라고 반론하며 논란이 시작되었다. 천경자의 위작 주장에 대해 진위 확인을 위한 과정에서 미술관 측의 위촉을 받은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는 1991년 4월 11일 진품이라고 판정하였고 작가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람들은 언론에 보도된 '과학적' 감정과 논란 당시 작가의 나이가 67세였던 점이 맞물려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작가' 라는 오명을 입게 되었다. 결국 큰 충격을 받은 작가는 사건 직후 예술원 회원직을 사퇴하고 전시회 출품 등 작품공개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한 끝에 한국을 떠나게 된다.
이후에도 <미인도>에 대한 논란은 1999년 고서화 위조범 권춘식이 자신이 미인도를 위조했다는 증언을 함으로써 다시 재개되는 등 아직까지 한국 미술계에서 대표적인 위작 논란으로 남게 된다. 이처럼 작품의 진위 여부와 원본의 소유권 증명은 현재 미술계에서 중대한 문제 중 하나이다. 특히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é)가 없는 경우 어떤 작품이 진품이고 위작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굉장히 고가에 거래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구매자들이 위작인지 모르고 지나가거나,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
이러한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NFT 산업이다. 대체불가능한 토큰인 NFT는 고유한 인식 코드를 가지므로 위조가 불가능하고 블록체인 기술에 힘입어 소장 기록이 투명하게 나와있게 되면서 진위여부와 소유자에 대한 증명이 명확해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추적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이다. 탈중앙화를 바탕으로 중앙기관이나 단일 서버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가 분산되고 안전하고 변경불가능해진 구조를 갖게 된다. 이로 인해 각 NFT는 대체 불가능한 고유 식별자를 갖게 되며 NFT가 블록체인에 저장되면, 해당 NFT의 불변한 기록이 생성된다. 바로 이 블록체인 기술이 미술계를 흔들고 있다. 세계적인 경매사 크리스티가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주최한 경매에서 한 디지털 아티스트가 수집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발행한 NFT, 디지털 아트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가 무려 6,390만 달러에 판매된 것이다. 이외에도 '얼굴 없는 화가'로 알려진 뱅크시의 작품이 NFT로 발행되면서 이 허상 없는 NFT 아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NFT 아트는 매우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최초의 NFT 아트는 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 케빈 맥코이(Kevin McCoy)에의해 만들어졌으며 <퀀텀> 이라는 최초의 NFT아트를 공개했다. 이 작품은 디지털 아트의 소유권과 이력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록하고 보증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 작품으로, 디지털 아트에 대한 소유권을 명확히 정리하며 NFT 아트의 탄생을 알리는 혁명적인 작품이었다. 이러한 발견 이후 국내에서도 최소 800명이 넘는 작가들이 NFT 아트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누구나 발행할 수 있는 점에서 앞으로도 시장성장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침체를 걷고 있는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NFT 아트 분야만큼은 선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러나 현재는 NFT 아트가 무엇인지 아직까지 엄밀히 정의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에게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NFT를 설명해야 한다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 나오는 답변은 “휴대폰으로 내가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찍었어요. 이 사진을 여러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을 때, ‘이거 내 거야’ 하고 알려줄 수 있는 증서(證書)예요.” 라고 답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왜 이 증서가 혁신적인 발견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것이다. 바로 이러한 시각이 전통적인 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NFT 아트이다. 특히 NFT 로 주로 거래되는 미술품의 경우 디지털 아트가 주이며 이러한 디지털 자산은 손쉽게 복제가능한데 이는 NFT 작가가 출품하는 경로를 살펴본다면 더욱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NFT 작가는 작품(디지털 파일)과 함께 메타데이터 등을 플랫폼을 통해서 NFT로 발행하고 메타데이터에는 작품명, 창작자 정보, 재판매시 창작자가 받는 로열티 비율 등의 정보가 담긴다. 이렇게 만들어진 NFT는 이론적으로 플랫폼에서 암호화폐를 대가로 판매된다. 구매자는 NFT를 전자 지갑에 저장하고, 작품은 플랫폼에서 단순한 마우스 조작만으로 다운받거나 작가로부터 이메일 등을 통해서 직접 전달 받을 수 있다. 무제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파일에 ‘원본’의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갖고 다운 받을 수 있고 오히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작품이 된다는 의미인데 해당 미술품에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원본의 희소가치에서 나오게 된다. 쉽게 복사될 수록 작품의 문화적 인식이 커지고, 가치가 높아지지만 그 인기있는 작품의 원본은 결국 내가 소유하고 있는 NFT로만 증명되는 것이다.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을 예시로 들어보자. 이 그림의 원본은 뉴욕 현대미술관에 있지만 그림의 복사본은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그러나 유명하고 많은 복사본이 걸려있기 때문에 뉴욕에 있는 원본의 희소가치가 더 올라가는 것이다. 이 <별이 빛나는 밤>을 디지털 자산으로 환산한다고 하였을 때 이 그림의 원본 증명서, 그것도 증명서의 일부분만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로 평가될 것이다. 이처럼 NFT는 디지털 이미지나 영상을 활용하여 발행하는 경우가 보편적이고 그럼에도 누구나 인정하는 속성이자 유용한 기능은 바로 디지털 작품의 원본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흥행에도 미술계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앞서 설명하였 듯 NFT 아트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NFT 아트가 예술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앞으로 미술의 한 영역으로 굳게 자리 잡을 수 있는지도 미지수로 평가된다. 특히 주로 논점이 되는 것은 NFT 아트가 작품의 유통 기술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NFT 아트 세계에선 NFT 거래를 두고 작품을 매매한다기보다는 그림을 갖고 있다는 영수증을 사고 판다고 말하기도 한다. NFT 자체가 영수증 같은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영수증을 하나의 예술 산업으로 볼 수 있을까.
NFT 아트의 미래를 긍정하는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시장의 특성이 미술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술시장에서 갤러리가 책정하는 판매 수수료는 50%에 이르지만 NFT 플랫폼이 떼어가는 수수료 비율은 굉장히 낮다. 대표적 플랫폼인 오픈시의 수수료는 2.5%다. 거래 이력이 블록체인 장부에 쌓이기 때문에 작품이 재판매되면 작가에게 일정한 로열티까지 돌아가기 때문에 신인 작가들에게는 큰 기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갤러리들간의 담합도 불가능하다. 최근 신인 작가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활발하게 홍보활동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작가의 권리 보호 측면에서도 이득이라는 평이다. 특히 소수의, 고가의 거래가 위주인 미술계에서 블록체인이 선순환을 일으킨다면 작가와 컬렉터가 모두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기대된다. 기존 일러스트나 애니메이션 형식 외에도 퍼포먼스, 증강현실과 같은 다양한 형식의 디지털 아트가 NFT로서 판매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유통방식의 등장일 뿐 하나의 미술의 영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위변조 문제를 앓고 있던 미술계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블록체인과 NFT 기술은 원본 보장에 큰 장점을 제공하며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한 번 기록하면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작품의 소유권, 거래 내역, 이전 소유자의 정보가 변조 없이 보존된다. 이는 작품이 거래될 때 원본의 진위와 출처를 쉽게 검증 가능하다. 이는 작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도 활용가능하다. 만약, 천경자 화백이 NFT로 작품을 발행했둔 기록이 존재했다면 국립현대미술관이 해당 NFT 구매 이력을 통해 작품의 진위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원작자로서 권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 논의에 반해 NFT 아트의 예술적 가치를 낮게 보는 비관론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NFT로 발행되는 작품들에서 시각적 자극만 보일 뿐, 예술적 성취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NFT 아트의 순기능은 인정하지만, 이는 유통기술일 뿐이지 하나의 작품성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이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NFT 아트란 것은 파생상품에 불과하다”면서 “암호화폐 시장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판에 NFT 아트만 제대로 돌아갈리도 만무하다”고 주장하였다. 선순환을 기대하는 긍정론과는 달리 결국 유행이 끝나고 나면 관심이 집중된 스타 작가 혹은 극소수의 갤러리에게만 수혜가 돌아갈 것기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다른 문제는 블록체인 시스템의 취약점을 이용한 해킹의 문제다. 블록체인 기술은 보안적 측면에서 기존시스템 보다 안전하고 보다 완벽하다 여겨져 왔지만, 오래전부터 보안취약점을 노린 해킹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21년 4월 해커무슈 페르소네(Monsieur Personne)는 NFT 붐의 시초격인 마이크 윈켈만(MikeWinkelmann)의 두 번째 에디션을 판매하는 것처럼 시스템을 조작했다. 그는 NFT의 기술적 취약점을 이용해 원작자의 이름을 도용해 새로운 에디션의 작품을민팅 한 것처럼 꾸몄다. 이렇게 복제품을 민트하는 행위를 ‘슬립 민팅(sleep minting)’이라고 부른다. 이후 무슈 페르소네는 자신의 행동은 NFT 시스템의 결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였으며 실제 판매되고 있는 작품들 중 80%가 이런 ‘슬립민팅’에 취약한 상태라고 주장하였다. 정말 그의 주장대로라면 유일무이 하다는 토큰을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희소성과 가치를 부여하는 NFT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 실제 뱅크시의 작품 중 일부가 NFT로 발행되어 거액에 거래되었지만 작가 본인이 해당 NFT를 발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해프닝으로 끝난 사건도 존재하였다. 혁신성으로 주목받았던 진위여부 판별과 안정성에도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NFT 시장에서는 누구든 수수료만 지급하면 자신만의 NFT를 발행할 수 있다. 이때 정말로 이 작품이 당사자가 제작하였는지에 대하여 아직까지 적법한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권한 없는 NFT의 발행과표절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NFT 아트의 예술적 가치를 떠나서 NFT 자체가 미술시장과 사회 전반에 불러올 변화에 주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디지털 콘텐츠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며 미술계에 부는 NFT 바람은 미술 창작과 유통 과정, 과학기술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현대 미술이 여러 실험을 거듭하며 전통예술계에서의 논란을 딛고 개념미술을 바탕으로 새롭게 성장하듯 NFT 아트 역시 이런 실험의 하나로 인정해야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궁극적으로는 기존 예술계의 병폐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고, 극소수가 수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얼마나 어렵게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창작을 독려하고 힘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자료 출처
강경석. "NFT가 적용된 디지털 아트의 물질화와 저자성 비평." 국내석사학위논문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2024. 광주 이데일리-[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비플의 NFT 미술품 판매는 어떻게 이슈가 됐나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16886629179136&mediaCodeNo=257&OutLnkChk=Y
월간조선-박지현 기자 [성소라 前 워싱턴대 교수 인터뮤: 뜨거운 NFT 열풍, 냉정하게 보기]
https://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E&nNewsNumb=202203100035
한국일보-NFT아트, 예술적 가치 있을까?…미술계 “파생상품 불과” “미술 대중화” 분분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1816570004278?did=NA
작성자: ITS 27기 황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