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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자 없는 예술 시장: Web3가 만드는 창작자 경제

1. 우리는 왜 여전히 ‘가난한 예술가’를 보고 있을까?

스트리밍은 넘쳐나고, 전시회는 줄을 서고, SNS에는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엔 예술 생태계가 어느 때보다 활기찬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작 예술가들은 말한다.

“듣는 사람은 많은데, 돌아오는 수익은 없다.”

“작품이 팔렸는데, 나는 겨우 40%만 받았다.”

문제는 단순하다. 예술가와 관객 사이에 너무 많은 문지기(gatekeeper)가 있다. 음악에선 플랫폼과 레이블이, 미술에선 갤러리와 경매사가 이 문을 지키며 수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간다.

이 오래된 구조를 정면으로 흔드는 기술이 바로 Web3다. 블록체인이 예술 시장의 무대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오면서, 예술가들은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가치의 소유권과 수익 구조를 직접 설계할 수 있게 됐다.


2. 예술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Web3의 등장

예술 산업은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함께 외형적으로는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보상 구조는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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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례 배분 방식이다.

현재 대부분의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지불한 구독료를 전체 재생량 기준으로 나누어 지급한다. 이는 겉보기에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소수의 인기 아티스트에게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를 만든다.

A 이용자가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70회, B 이용자가 30회를 재생했더라도 두 사람의 구독료가 전체 시장 재생 점유율에 따라 재분배되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로 들은 아티스트에게 정확히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플랫폼 전체에서 누적 점유율이 높은 아티스트만이 혜택을 받는 구조가 유지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논의되는 방식이 인별 정산(유저-센트릭) 모델이다.

이 방식은 이용자가 낸 금액이 ‘그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아티스트’에게 직접 배분되기 때문에, 재생량이 적더라도 충성도 높은 팬을 보유한 창작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플랫폼들은 정산 시스템의 복잡성, 재계약 구조, 운영 비용 등을 이유로 이 방식을 적극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미술 시장 역시 유사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작품의 판매 과정에는 갤러리, 딜러, 경매사 등 여러 중개자가 개입하며, 이들은 통상 30~5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가져간다. 또한 작품의 소유 이력과 거래 기록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아 위작이나 불완전한 프로비넌스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결국 작가가 창출한 가치의 상당 부분이 시장 구조로 인해 누수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공통적으로 중개자 중심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에는 다층적인 유통 과정이 존재하고, 이 과정에서 투명성이 낮아지며 수익이 분산된다.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이 복잡한 구조 그 자체다.

Web3 기술은 바로 이 지점을 변화시키기 위해 등장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불변성(Immutability), 투명성(Transparency)이라는 특징을 기반으로, 창작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체계를 제시한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정산 과정을 자동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블록체인 기반 기록은 작품의 소유 이력을 명확히 증명해 신뢰성을 높인다.

즉, Web3는 기존 예술 산업이 지닌 중개자 중심 구조에서 창작자 중심 구조로 전환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예술 경제 전체의 흐름을 재편할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3. NFT가 만드는 소유 가능한 예술의 시대

NFT는 디지털 예술의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기술이다. 디지털 파일은 쉽게 복제되기 때문에 희소성을 갖기 어렵고, 그로 인해 상업적 가치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NFT는 특정 디지털 파일과 1:1로 연결된 고유한 토큰을 생성하여, 디지털 작품에도 정품 개념을 부여한다. 이로써 디지털 예술은 실제 미술 작품처럼 소유, 이전, 거래가 가능한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image (13).png 베리사트의 작품 인증서

NFT 기반 예술 생태계에서 중요한 변화는 소유권이 기술적으로 증명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베리사트와 같은 블록체인 인증 플랫폼은 작품의 제작 시점, 소재, 크기, 일련번호, 소유자 정보 등을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하나의 디지털 진품 인증서처럼 제공한다. 아래 이미지는 실제로 작가 Shepard Fairey의 작품 정보가 블록체인을 통해 검증된 사례이다. 이러한 디지털 인증 구조는 위작 우려를 줄이고, 거래 과정에서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또한 NFT는 예술가의 수익 구조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전통적인 미술 시장에서는 작품이 2차로 거래될 경우 원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NFT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재판매가 일어날 때마다 창작자에게 로열티가 자동 지급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는 예술가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공한다.

음악 분야에서도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음원을 단순히 NFT로 발행하는 수준을 넘어, 음악과 시각예술을 결합한 오디오비주얼 NFT, 작품 내 서사를 확장하는 스토리 기반 NFT, 등 다양한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확장은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음악 자체의 예술적 표현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결국 NFT는 디지털 예술이 단순히 ‘파일’로 소비되던 시대를 넘어, 명확한 소유권, 거래 가능성, 장기적 가치 축적이 가능한 예술 자산으로 전환되는 기점이 되고 있다. 이는 Web3 시대의 예술 생태계가 기존 유통 구조의 한계를 넘어,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예술가에게 돌아가는 시장의 주도권

예술 산업에서 중개 단계가 제거된다는 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권한의 중심이 이동한다는 의미다. 기존의 예술 시장에서는 플랫폼, 갤러리, 유통사가 작품의 노출·판매·정산 구조를 사실상 결정해 왔다. 그러나 Web3 환경에서는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발행하고 가격을 설정하며, 팬과 컬렉터와의 연결 방식까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이 변화는 창작자에게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첫째, 수익 안정성이 높아진다. 중개 수수료나 불투명한 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던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둘째, 창작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확대된다. 기존 시장의 상업적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과 실험적 작업이 더 쉽게 유통될 수 있다.

셋째, 팬과의 관계가 강화된다. 팬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작품의 가치를 함께 지지하고 소유하는 참여자가 되며, 창작자는 자신의 커뮤니티와 더 긴밀하게 연결된다.

결과적으로 Web3는 예술의 가치가 창작자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키며, 예술가가 스스로의 경제 구조를 설계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


5. 예술과 경제의 새로운 시작

예술가는 오랫동안 복잡한 중개 구조 속에서 자신이 만든 가치에 비해 낮은 보상을 받아왔다. Web3와 블록체인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다. 작품의 발행, 소유, 거래, 정산 과정이 모두 투명해지고, 창작자가 수익 흐름을 직접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예술 시장은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창작자와 소비자가 함께 시장을 만들어가는 참여형 생태계로 변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팬과 컬렉터는 예술의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 참여자가 되고, 예술가는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라 시장의 중심에 서게 된다.

즉, Web3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으로 구축하는 지속 가능한 창작자 경제의 출발점이다.

예술가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자율성이 주어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참고문헌 출처

최해민, 최해민. (2024). 음악저작권자의 미술과 음악 융합을 통한 수익 창출 방안연구 :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석사학위논문, 상명대학교]. https://www.riss.kr/link?id=T16981681

문성림, & 안형준. (2018). 미술시장에서의 블록체인 기술 응용에 대한 연구. 예술경영연구, 47, 65–92.


작성자: ITS 29기 김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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