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두통이 가끔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졌기에 스트레스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그러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두통약을 챙겨먹기 시작했다.
아파도 되도록 약을 먹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무 심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먹었다.
한 달에 두 세번 정도 그렇게 두통약을 먹었나보다.
나이가 들면서 소화가 되지 않으면 머리까지 같이 아파왔다.
머리가 아픈 것이 먼저인지 소화가 되지 않는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그럴 땐 소화제와 두통약을 같이 챙겨먹었다.
두통이 있을 때 머리 전체가 무겁고 어깨부터 뒷목, 뒤통수까지 결린 듯한 느낌과 누르면 통증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에게 마사지를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조금 풀어졌기에.
그런데 그게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 있으면 또 아파오기 시작하고.
그래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지냈다.
추석에 강원도 시댁에 내려가서부터 머리가 조금씩 아팠다.
심하지 않았기에 두통약을 먹지 않고 지냈다.
추석 끝나고 집에 왔는데 몸이 무겁고 머리도 무겁게 느껴졌다.
뭔가 머릿속이 엉망인 느낌?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강원도에서 집까지 7시간 넘게 온데다 집에 와서도 쉬지 않고 집안일을 계속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왼쪽 관자놀이 부근이 꽤 아팠다.
머리만 아픈 것이 아니라 왼쪽 어깨에서부터 뒷목까지 뻐근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왼쪽 팔과 손가락 끝에 가끔 저릿한 느낌도 들고, 어지러움증까지 동반됐다.
안되겠다 싶어 평소 먹던 두통약을 먹었다.
먹으면 다음날 좀 괜찮아졌기에.
그런데 다음날이 되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조금 덜한 정도일 뿐 시간이 지나니 어제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신경과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남편이 머리 뒷통수 쪽 통증이 있어 신경과를 갔었는데 한 번 치료받고 약 먹은 후 괜찮아져서 그곳으로 갔다.
진료받기 전엔 이 생각 저 생각이 든다. 특히 머리쪽이기에 더욱 더.
진찰 받으면서 증상을 말씀드렸다.
내 얘기를 다 듣고 머리, 어깨, 뒷목 부근을 만져보시더니 통증이 있냐고 물으신다.
정말 아팠다. 너무 아프다고 말씀드렸더니 '만성 두통'이란다.
한 달에 두 세번 정도 두통약을 먹은 것이 10년 넘었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런 것 같았다.
만성 두통으로 뒷목과 어깨 부근까지 다 통증이 있는거라고 하시면서 치료를 6~8회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하셨다. 약없이 지내는 것이 목표라고 하시면서.
우와... 그게 가능할까? 지금까지 두통약은 항상 상비약으로 챙겨둔 나였기에 약없이 살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이 뒷머리, 뒷목 부근에 주사기를 넣으신다. 아프다. 이런 치료도 있나 싶다.
물리치료와 이온치료도 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했다.
당일 치료를 받고 집에 와서 시간이 좀 지나니 두통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깨, 목 부근의 결림과 뻐근함도. 신기했다.
비상약으로 두통약을 챙겨주시면서 너뭇 심하면 먹으라고 하셨는데, 먹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앞으로 몇 번 더 치료받으면 정말 괜찮아질까? 맑은 머리로 생활할 수 있을까? 기대감이 생겼다.
한편 의문도 들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두통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꽤 있지 않을까 해서.
남편에게 물어봤다. 한 달에 두통으로 약을 얼마나 먹냐고.
남편, 한 달이란 말에 의문을 나타내며 일 년에 한 두 번 먹는 정도라고 했다.
내가 많이 먹는 편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생각해보니 남편이 두통약을 찾을 때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내가 먹었지.
지금까지 만성 두통인 줄도 모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지냈던 것이다.
아니면 어딘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그랬을수도.
나름 건강하다고 믿고 살았으니까.
일단 남은 치료를 잘 받아보려고 한다.
지금 괜찮다고 중간에 멈추면 나중에 더 아플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치료하면 약 없이 지낼 수 있다고 하니까 그게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