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는 딱딱한 두 글자를 부드럽게 삼키고 싶은 이들에게.
책이라는 것은 참 읽어야지 말은 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내용만 읽게 된다. 필자의 경우 이상하게도 한자, 역사, 논어, 소크라테스 같은 단어만 보면 이상하게 잠이 오고 책을 덮곤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까지 스스로 충분히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늘 확답을 내리지 못했다. 마음의 양식이 부족했던 탓일까 지적 갈증에 허덕여서 일까? 나는 그 질문 자체가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왜 철학은 늘 어렵게만 느껴지는가? 왜 철학은 알 수 없는 말들로만 이루어져 있는가? 왜 철학은 이리도 딱딱하고 보는 사람을 재미없게 만들면서 필수 소양이라고 일컫는가?
이 책에서는 철학에 전혀 관심이 없던 여러분들에게 전문 용어나 어려운 문장을 최소화하여 철학이라는 지루한 학문을 '재미있게 한 스푼 떠서 맛있게 씹고 삼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철학이 무엇일까라는 호기심에서부터 종교만큼이나 스스로에게 믿음과 안정을 줄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해주고자 한다.
00. 어떤 사람이 철학을 읽어야 하나요?
철학은 머리 아픈 학문이다. 이 사람이 왜 이런 어려운 용어를 남발해가며 읽어도 이해 안 가는 주장을 하고 있고, 이걸 왜 사람들은 칭송하며 배우고 있는지, 칸트며 니체며 철학자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이걸 도대체 왜 배우고 읽고 있는지, 정말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쉽게 쉽게 철학 용어와 철학자들을 이해하고 술술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일상생활에서 묵혀두었던 응어리를 없애버릴 수 있다.
당신이 평소에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지 확인해보자.
"아...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데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사람의 행동과 말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데 맞서기에는 잃는 게 많고 버티기엔 내가 너무 힘들어."
"더 지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교양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
"더 어른스러워지고 싶고, 철들고 싶어"
"소신 있는 사람이 돼서 흔들리지 않는 나의 판단을 하고 싶어"
"내 삶을 살고 싶어"
위에 나열된 문장들 중 단 하나라도 해당된 적이 있다면, 쉽게 풀어쓴 이 책을 꼭 완독 해보길 권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변호사, 판사, 의사, 카운슬러가 되어줄 수는 없지만 여러분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비판의식과 판단력, 그리고 나의 지식의 덩치가 커지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어떤 철학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읽게 되든, 그것들은 첫 번째로 여러분들이 감정이 아닌 '이성'의 관점에서 여러 분들이 겪는 여러 상황과 세계의 현상을 바라보게 해 줄 것이며, 두 번째로 철학자들 마다 사고하는 방식과 그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정답'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줄 것이다.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글을 읽으면서 옳고 그름을 가리지 말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왜 그랬을까?"라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수저를 들어보자. 숟가락이 무거우면 밥 한 술 뜨기도 전에 지친다.
01. 철학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흔히들 사전적인 정의에서 철학은 어원을 따져 해석하여 설명한다. 철학, 즉 Philosophy는 그리스어인 Philo(사랑하다)와 Sophia(지혜)를 합친 말이다. 이 말은 곧 '지혜를 사랑하는' 애지의 학문이라는 것인데, 평소 철학에 관심이 없거나 접할 기회가 없었다면 이런 사전적 정의를 들어봤자 "그래서 뭐하는 학문이냐고"라는 질문을 지울 수 없다.
경영학, 경제학, 교육학, 물리학 등 대부분의 학문은 그 이름만 보아도 어떤 것들을 배울지 어림짐작 할 수라도 있지만 철학은 그 이름의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만약 내가 여러분의 입장이 되어 철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 누군가 와서 내게 철학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지혜와 그 원리를 공부하고 공유하는 학문" 혹은 "어떠한 것, 혹은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진리를 깨우치는 학문"이라고 답하겠다.
물론 철학을 순수 철학과 응용 철학으로 나누고, 그 순수 철학을 다시 인식론과 형이상학, 가치론 등으로 나눈 등의 행위와 설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다가 덮어둔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철학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쉽게 쉽게 나만의 언어로 글을 작성해 나가고자 한다. 수리철학이니 종교철학이니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프고 딱히 재미도 없지 않은가? 필요한 게 수면제라면 모를까.
다음 편 예고
<트롤리 딜레마>
당신은 트롤리라는 기차를 운행하고 있다. 두 갈래길에 진입하는데 한쪽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있고 한쪽에는 한 명의 사람이 있다. 브레이크는 고장 나서 멈출 수 없다. 당신은 어느 쪽으로 기차를 운행할 것인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