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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May 18. 2024

2024/05/18

  나와 함께 살아. 아침이면 너에게 계란을 구워주고 빵을 사다줄게. 주말에는 같이 누워 남미의 음악을 듣자.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낭만적인 그 리듬이 좋아서 너와 듣고 싶어. 어제는 뜨거운 햇살을 피해 들어간 곳에서 마리아치의 연주를 들었어. 그들의 복장, 그들의 악기, 그들의 목소리, 그들의 자세. 자신들이 가진 문화에 대한 자부심. 어느 연인이 길에서 입을 맞추었지. 그들은 뜨거운 햇살 따위나 지나는 이들의 눈 같은 건 신경쓰지 않았어. 넋을 놓고 바라봤어. 그 순간 네가 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왜 이곳에 혼자 왔을까. 길거리 사이마다 들려오는 음악과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나를 휩쓸었어. 이들의 나라에는 어디에나 색이 가득했지. 프리다 칼로의 집에는 파란색이, 숙소에는 붉은색이, 도심은 녹음이 져있었어. 길모퉁에서 꽃이 그려진 헐렁한 남방을 한 벌 구입할 때 아이에게 선물할 원피스도 한 벌 같이 골랐어. 노점의 노인이 나에게 다가와 작은 칼라베라스 조각 하나를 건네었지. 어딘가에서 많이 듯한 해골 조각은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었어.

  "이건 당신의 딸을 위해서. 선물을 하며 당신은 언젠가 죽는 다는 걸 말해줘요. 하지만 괜찮아요. 우리는 잊혀지는 게 아니에요. 죽음은 슬픈게 아니에요. 우리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어디에선가 마리아치의 연주가 들려왔어. 한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지. 나는 100페소를 쥐어줬어. 아이는 환하게 웃었고 길을 내달렸어. 여행이 끝났을 때 모든 게 꿈이라는 걸 깨달았지. 순간은 꿈처럼 사라졌으니 꿈이라고 할 만했어. 네가 있다면 꿈은 사라지지 않을 텐데. 거리의 의자에 앉아 오르차타를 마실 때.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순간. 어느 아이가 나를 보고 웃음 지을 때. 너를 생각했어. 매거리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어. 나와 함께 살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매일 아침 같이 눈을 뜨고 입을 맞추고 밥을 먹자. 매일 밤 같이 길을 걷고 서로의 안부를 묻자. 날이 추워지고 찬바람이 불면 남미에 가자. 그곳에서 마리아치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입을 맞추자. 길 위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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