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칼럼에서는 심리학도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아주 가끔 심리학을 주제로 글을 연재할 계획이다. 오늘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서술한다.
질병과 인간
인간 역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인간 역사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로 균을 언급한다. 유럽 국가의 대륙 정복은, 단순히 총과 쇠의 발견을 통해 융성해진 문화의 전파뿐만 아니라, 유럽 대륙에만 존재하였던 균의 대륙간 전파 또한 가져왔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총기가 아닌 균에 의해 몰살당하였고, 원주민의 급속한 인구 감소는 결국 새로운 노동력의 필요성을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다양한 세계 이주민들로 구성된 거대한 연방국가, 미국을 만들었다. 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논의 없이 세계사를 논하는 것은 어려울 정도로 인간의 역사는 오랜 시간 균과 함께 하였다.
전염병, 그리고 코로나-19
인류는 탄생 이래 수많은 질병들을 견뎌왔다. 그중 천연두, 흑사병, 사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신종플루, 메르스 등, 몇몇 강력한 질병들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수많은 사상자들을 낳았다. 이런 질병들의 공통점은 강한 전염률과 높은 치사율을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강한 전염력, 그리고 긴 잠복기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에 발생한 질병 중 가장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코로나 19는 현대인들에게 상당한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로 인한 사람들의 일상 변화와, 그로 인한 심리적 문제를 작성하도록 한다.
코로나 장기화와 인간 심리
전염력이 높은 질병인 만큼, 전 세계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위난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초중고,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기관의 기능이 정지되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국가행사가 중단되고 수많은 소상공인들과 기업들이 아픔을 겪는 등 유래 없는 국가 행정 기능 정지가 오랜 시간 계속되고 있다.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어김없이 악당처럼 다시 등장하는 코로나로 인하여 국가 전체적인 피로감, 가계 경제난, 기업 도산 등 경제적인 문제,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인간 고립감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공포감은 질병 감염 그 자체뿐만 아니라 사회적 낙인 인에 대한 공포, 사회 단절에 대한 공포, 주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공포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코로나 자체가 주는 종합적인 공포감도 심리적인 문제의 발생 요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영향을 미친 인간 심리를 세분화하여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A. 공포와 인간 행동
공포의 근원에 대해서 ‘죽음의 존재’라고 표현한 철학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물론, 죽음이 공포의 근원이라는 말에 대한 과학적인 논거를 찾기는 어렵지만, 사회심리학자 샐던 솔로몬, 제프 그린버그, 톰 피진스키는 죽음의 공포가 인간 행동의 기저에 있는 주된 원동력이라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죽음의 존재로 인해 공포를 느끼며, 인간의 행동은 공포에 의해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장의 신뢰성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인간의 공포심은 보편적인 감정이며, 죽음의 존재는 인간에게 공포를 부여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는 인간들에게 나와 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가능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공포스럽다. 공포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독한 고립감과 사회 단절을 견디게 하는 주요한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공포는 강하고도 짧은 자극이다. 모든 자극이 그러하듯, 공포 또한 장기화되면 무던해지고 약해진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코로나가 부여하는 공포감으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사람들의 행동을 행동주의 심리학의 조작적 조건화의 기본 원리를 빌려 설명해보자.
1. 인간들은 자신을 통제하는 부정적인 정서 요인이 감소되면 행동을 증가시킨다.
2. 죽음의 공포에 대해 무던해지면, 사람들은 그동안 죽음의 공포로 인하여 억제되었던 외출, 모임 등의 행동을 강화할 것이다.
3. 정부는 사회활동을 감소시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외출 등에 대한 통제와 규제 등 처벌인을 증가시키게 된다.
4. 죽음은 불가항력적이지만, 정부 통제와 규제는 한계를 가진다. 통제와 규제의 증가는 일시적으로 외출 등 행동을 감소시키는데 기여하나, 장기적으로는 통제와 규제를 회피하는 대안 행동을 증가시키거나 규제에 대한 반발 행동을 할 가능성을 높인다.
코로나가 장기화됨에 따라, 통제와 규제 회피 시 발생할 수 있는 손해의 기댓값보다 통제와 규제 그 자체로 인한 피해가 현저히 높아졌다. 또한 치사율은 낮아지고 전염력은 강해진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됨에 따라 인간의 근본적인 공포감이 더 이상 부정적 정서 요인으로 작용하기 어려워졌다. 현실적으로 과거와 동일한 수단과 방법을 이용한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효과적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규제 완화와 피해 보상 중심의 행정 정책에 대한 요구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B. 통제감
인간은 통제감을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며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비관적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존감이나 자아 통제감, 자기 효능감 등 다양한 내적 기제를 통해 자신이 상황을 통제한다는 환상을 가지려고 한다. 통제 가능성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상황 (이를테면 고등 문명을 가진 외계인의 습격, 말기 암, 도저히 구원의 손길을 바랄 수 없는 고립된 상황, 지구종말 등)에 빠지게 되면, 인간은 좌절감과 무력감, 그리고 극도의 불안감을 겪게 된다. 심각한 경우 자신이 자신을 인생의 종말을 결정하는 최악의 방법을 실행하기도 한다. 인간은 통제의 환상을 통해 사실상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들을 극복하려 하며, 그 대상은 국가나 집단이 될 수도 있고, 타인이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질병은 고대부터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들 중 하나였다. 국가에 역병이 돌면 왕의 덕을 탓하거나, 제사를 지내는 등, 고대부터 인간들은 도저히 대항할 수 없는 병으로부터의 통제불능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과학적인 통제 수단들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물론 현대는 백신, 치료제등의 개발로 어느 정도는 병의 통제가 가능해졌다. 다만, 코로나는 다양한 종류의 백신 보급과 높은 비율의 국민 접종 수준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가 거의 종식되어가고 있다는 판단이 들 때마다 반복되어 발생한 집단 감염은 국민의 국가 주도의 통제 환상을 공격한다. 통제의 환상으로 만들어낸 스키마를 공격하는 종말적인 상황은 인간에게 상당한 인지적 노력을 불러일으키고 사회 전반의 분노를 발생시킨다.
C. 고립감
최근 개인주의와 비혼 주의로 인하여 독신생활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고립은 점점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되어가고 있지만, 이와 함께 고립과 외로움과 관련된 통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결론에 도달한 연구결과는 혼자 있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병에 걸리고 요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시카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고독하게 자란 아이들이 심각한 질병을 겪거나 요절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다고 한다. 고립감은 인간의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신체건강까지 위협하는 요소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와 단절된 현 사태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SNS 등을 통해 비대면적인 인간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을 고립시킨 주요 원인으로 평가되는 인터넷이, 역설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은 연결해주는 소중한 수단이 되어준 것이다. 물론, 비대면적 관계가 대면적인 관계를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단절이 계속되는 지금, 특히 인터넷에 친숙하지 않은 노년층을 중심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집단 우울, 집단 단절감으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결론
인류의 탄생부터, 한 인간의 소멸까지, 미생물은 언제나 인간 안과 밖에서 언제나 함께 해왔다. 뿐만 아니라 몇몇 미생물은, 인간의 역사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 코로나 19 또한 현대인의 일상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일상 변화를 야기하였다. 문화, 경제, 사회, 역사 등 다양한 영역에 유기적인 변화가 가해졌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예상되는 중요한 인간 심리적 문제를 중심으로 에세이를 서술하였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공포, 통제 상실감, 고립 감등 다양한 심리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사실상 전 세계가 코로나의 종식이 아닌 동행을 선택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와 사회를 돌보며 사회, 심리적 치유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나가며
앞으로 간간히 심리학을 주제로 글을 작성할 계획이다. 주로 사회현상이나 정책을 심리학도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글을 작성하고자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자살 문제를 중심으로 노동법, hr, 심리학에서 각각 하나의 글을 작성할 계획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다음 심리학 칼럼은 자살과 정책에 대한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