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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Rtist Feb 14. 2022

자살과 정책

심리학도의 글


A. 들어가며


 오늘 작성할 글은 자살 시리즈의 첫 주자, 한국의 자살과 자살 방지 정책에 대한 내용이다. 자살 시리즈는 글의 주제도 무겁고 글도 길 것이며 내용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심각한 자살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이 외환위기 사태 이후 오랜 기간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을 유지하는 국가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살 문제가 너무 오랜 기간 지속되어 감이 오지 않을 테지만, 이 좁은 땅에서 하루에도 30~40명가량이 스스로 삶을 종결하고 있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일반 시민들은 자살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없다. 유명인이 자살한 개별 사례에 대해서만 언론에서 오르내릴 뿐이다. 아마 사람들이 자살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정신 질환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관련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다지만, 과거 우리는 우울증이나 우울감을 정신력 부족이나 의지로 극복할 대상으로 보았다. 우울증은 생활 스트레스나 유전적 소인뿐만 아니라, 내분비 이상 문제나 신경전달물질 체계의 이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결부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은 감기처럼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감기와 마찬가지로 병원에 가서 약 처방을 하는 것으로 상당히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다양한 정신질환을 해결하는데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기는 할 것이나, 우리가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감기를 이겨낼 의지가 부족하다고 타박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갖는 것과 정신병원에 방문하는 것에 대해 지나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의 심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편견과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감기를 엄격하게 다루는 사회를 가정해보자. 이 사회에서 혹자는 감기에 걸리는 것이 의지 부족이라 말한다. 그들에 의하면 감기를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만 충분하다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이나, 비판하는 사람들조차 나와 가족이 감기에 걸리는 것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회사에서는 감기 감염 경험이 있는 자가 감기 재발 가능성이 높고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되도록 뽑고 싶지 않아 한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이비인후과 방문 시 진료 기록이 남는 것인지, 취업에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부모들도 자녀들의 감기 감염 사실을 알고도 혹여나 자녀의 앞길에 문제가 생길까 되도록 참으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감기에 걸린 것을 숨기기 위해 기침을 삼키고 약봉투를 꽁꽁 숨겨 가방 밑바닥에 넣고 다닌다. 혹여나 타인이 알게 될까 두려워 치료 전까지는 되도록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려 한다. 감기에 걸렸던 것을 스스로 밝힌 유명인들에게는 유명인 A 씨가 감기 감염 사실을 ‘고백’하였다는 기사가 붙는다. 병원 방문과 약 처방 자체가 도전인 이런 사회에서는 감기도 사람을 죽인다.


우리 사회는 정신적으로 곪고 있다. 가벼운 정신 질환에도 그리 엄격한데 자살은 어떠할까. 우리는 자살이나 정신문제에 대한 강한 편견을 가지고, 논의 자체를 외면하려 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지만, 이 사회에서 진지하게 자살 문제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은 마치 도전처럼 느껴진다. 나는 앞으로 자살을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작성할 계획이다. 간접적으로 자살과 관련된 법이나 경영 칼럼을 작성할 수도 있고, 오늘은 직접적으로 자살과 국가의 자살 방지 정책을 주제로 글을 작성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자살과 방지 정책에 관한 논의를 한다.

 


B. 자살에 관하여


[자살의 의의와 구성요건]


자살의 정의는 다양하나, 상담학 사전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끊는 행위’라 정의 내리고 있다. 즉, 자살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어서 고의적으로 인생을 종결하는 행위이다. 자살의 구성요건을 세분화하여 재정의한다면, a. 생명을 끊을 자유의사로 이루어져야 하며 b. 실제로 생명을 끊어진 경우를 의미하고, c. 행위의 주체와 객체 모두가 자기 자신인 경우로 분설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다루기 이전에, 임의로 분류한 구성요건을 조금 더 검토하도록 한다. 전술한 구성요건에 비추어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a의 대안으로 1. 스스로 생명을 끊고자 하는 자유의사를 감소시키거나, b의 대안으로 2. 생명을 끊는 행위를 방지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후 살펴볼 정책에 대해서도 1과 2 가운데 어떤 것에 해당하는지를 기준으로 하여 정책의 의도와 그 효과성 측정을 달리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1과 2 기준을 이하에서는 ‘두 기준’으로 약칭하여 서술할 것이다.


1 기준의 정책 의도에 대해 검토한다. 1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은 자살의 원인이나 취약층을 미리 선별하여 선제적으로 자살을 해결하는 예방적 정책이다. 자살은 그 원인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발생한다. 따라서 자살의 원인을 일률적으로 무엇이다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자살과 관련된 가장 큰 이상 심리적 증세가 우울증이라는 점에는  학계의 이견이 없어 보인다. 사례 중심의 이상심리학에 따르면 자살한 사람의 70%가량이 심각한 우울증 병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가 차원의 자살 방지 정책을 구성함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우울증 자체를 감소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통해 자살률을 감소시키려고 하는 경우는 두 기준 가운데 1. 생명을 끊을 자유의사 자체를 감소시키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1 기준은 자살률 감소에 앞서 자살의 원인이 되는 변인들을 감소시키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 따라서 1 기준에 따라 정책을 운영할 경우 정책의 효과성은 단순히 자살률의 감소뿐만 아니라 우울증의 감소율, 자살기도 감소율, 자살사고 인구의 감소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기준의 정책 의도에 대해 검토한다. 2 기준은 생명을 끊는 행위 자체를 방지하는 취지의 제도를 의미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으나 자살률 자체를 낮추고, 자살 의사를 가진 자의 행위가 실제 자살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정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2 기준 정책의 효과성은 자살률 감소와 자살의도 및 시도 대비 자살률 등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 기준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1 기준이 종국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이른바 “본질적인 해결책”들은 장시간이 걸리고 난이도가 높다. 반면 2 기준의 경우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난이도가 높지 않고 1 기준 정책이 효과를 보일 때까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양자는 상호 보완적이며 두 기준을 모두 활용하여 자살률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자살 문제]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외한위기 사태 이후 자살률이 급증하며, 2021년 현재까지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2위를 다투는 나라이다. 2019년에는 10만 명당 자살자가 24.6명에 달하여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였고,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 불황, 대인 관계 감소 등으로 인한 우울증 환자 증가 등으로 인해 전망 또한 긍정적이라 할 수 없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 유병률은 코로나 이전에 비하여 6~7배가량 증가하였고, 자살 동기도 3배가량 증가하였다고 한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얻은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나라의 자살 방지 정책 예산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많이 편성하지 않고 있다. 옆 나라 일본은 연간 7000억 원 정도를 자살 예방 정책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2020년 자살예방 정책 예산은 300억 원도 되지 않았다. 양국의 인구수가 두배 넘게 차이 난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확연한 차이이다. 심지어 300억도 이번 정부가 자살률 감소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며 예산을 3배가량 증가시킨 결과이고, 2017년까지는 100억 미만의 예산이 책정되어 왔다.


자살률 감소는 이번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실제 자살률 추이는 어떠하였을까. 2019년에서 2020년에 소폭 감소하였으나, 2017년 이후 자살률은 줄곧 증가 추세에 있었다고 보여진다. 자살 예산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다고는 하나, 절대적으로 예산이 3배 증가한 것을 고려할 때 큰 성과를 보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자살 인구 가운데 2030 세대의 비율이 증가하였음을 고려할 때 질적으로는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이하에서는 국가의 자살 방지 정책을 살펴본 이후 운영 사항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C. 국가 차원 정책 분류


2021.6.9 정부 서울청사에서는 보건복지부 주관 제4차 자살예방위원회가 열렸다. 자살예방위원회는 모두발언에서 정부 정책이 자살률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였음을 밝히며, 코로나 19 이후 각계의 전문가들이 자살률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예측한 점을 밝히며 문제의식과 함께 회의를 진행하였다.


자살예방위원회의 보고자료를 요약 및 분석하면,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살 방지 정책은 크게 1. 자살 위험군 발견 및 관리와, 2. 자살에 대한 접근성을 감소시키는 정책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살 위험군 발견 및 관리는 두 기준 가운데 자살률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1 기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자살에 대한 접근성을 감소시키는 정책은 생명을 끊는 행위 자체를 막는 2 기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두 기준의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기준 정책의 경우 자살예방사업, 생명지킴이 사업(충청북도), 국민참여형 생명존중 캠페인, 정신질환자 조기 발견 및 치료, 의료진 및 확진 경험자에 대한 맞춤형 심리상담 제공 등이 있었다. 2 기준 정책의 경우 자살예방 인프라 구축, 투신 빈발 교량의 정비, 유해화학물질 유통 방지, 자살예방 안전난간 설치(인천광역시), 농약안전보관함(전라북도) 등이 있었다.


이하에서는 대안 정책을 기준 별로 검토하고, 정책에 대한 생각을 작성 후 글을 마친다.


D. 자살 문제와 해결방안


[1 기준 정책: 심리 부검]


 1 기준 정책은 자살의 원인을 조기에 해결함으로써 자살률 감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에 해당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1 기준 정책은 자살의 원인이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을 선행 조건으로 한다. 한편, 자살의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하여 파악하기 어렵고, 접근 방법에 따라 동일한 자살의 원인이 달리 해석되기도 한다. 자살의 원인을 가장 확실하고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은, 망자에게 그 원인을 묻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군대에서 다사다난한 사건이 있었던 2006년부터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수립하여 이른바 ‘심리부검’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바 있고, 2014년부터 중앙심리부검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심리부검은 망인의 죽음과 그 원인에 대한 주요 변수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법이다. 자살자의 경우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 사망자의 특징을 파악하여 우리나라의 자살 위험 요인을 규명하고, 차후 1 기준 정책 수립을 위한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심리부검을 자살률 감소에 성공적으로 활용한 국가로 핀란드를 들 수 있다. 핀란드는 80년대부터 심리부검 방법을 활용하여 20여 년 동안 자살률을 절반 가까이 감소시킨 바 있다. 그러나 우리와 핀란드의 상황은 여러 차이가 있다. 자살 부검 실시 당시 핀란드의 인구수는 우리나라의 1/10도 되지 않았고, 정신보건에 대한 시민의식 또한 높은 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심리 부검을 적용할 경우 중앙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기보다는 지방 자치 단체로 권한을 분할하여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2015년부터 심리부검을 통해 얻은 자살 사망자에 관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적합한 자살 예방 방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심리부검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앙 정부에서 자살 유족 대상 원스톱 서비스 등의 정책을 시행하는 한편, 그 실질적인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심리 부검은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기술적 발전을 위해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심리부검의 저변이 확대되고 지방자치단체로의 분권화가 어느 정도 구축되었고, 정신건강의학과와 응급의학과 등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킹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잘 운영되고 있고 기대되는 정책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SSRI 항우울제 규제]


두 기준 가운데 1 기준에 따라 자살률 감소 정책을 구성할 경우, 자살 이전의 주요 증세에 해당하는 우울증의 유병률을 감소시킴으로써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과 치료에 부정적인 인식이 큰 우리나라의 경우, 우울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다른 국가에 비하여 어렵다. 따라서 정신과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이나, 정신치료의 저변을 넓혀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SSRI계 항우울제 규제 정책의 경우 그 규제의 당위성을 찾기 어렵고, 전술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3월부터 대표적인 우울증 치료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의 규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규제의 내용은, 정신과 이외의 일차의료 의사들에게 SSRI 항우울제 처방 시 의료보험 적용 기간을 60일로 제한하는 것이다. SSRI 항우울제는 199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시판되기 시작한 항우울제이며, 일차의료에서 우울증 치료율을 증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차의료에서의 SSRI 항우울제 처방을 규제하고 있고, 따라서 1차 의료에서는 일반적으로 삼환계 항우울제(TCA)를 처방하게 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정신과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 조기 발견과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정신치료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저변을 높여 우울증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일차의료에서 SSRI 항우울제 처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행정 규제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SSRI 항우울제 규제의 경우 마땅한 원인을 찾기 어려웠다. 규제 철폐의 반대 입장 측 의견을 충분히 찾기도 어려웠고, SSRI가  ‘조증 전환이나 자살률 증가 위험이 있다’는 주장을 찾았으나, SSRI에 비하여 안전하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1세대 항우울제 TCA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규제가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또한, 자살률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 차례 SSRI의 처방권에 대한 요구가 이루어졌으나,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2 기준 정책]


 2 기준 정책의 경우 자살 시도를 저해하는 정책으로서, 자살 접근성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 2 기준 정책 중 마포대교의 자살예방 문구를 실패한 정책으로, 이를 대체하기 위해 설치된 자살 방지 펜스를 잘 운영되고 있는 정책으로 꼽을 수 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마포대교 난간에 자살예방 문구를 작성하였다. 따듯한 문구를 통해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본래 행정 의도였으며, 시행 초기에는 외신에 보도되는 등 성공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하였다. 아마, 지금까지도 성공한 자살 방지 사업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마포대교 자살예방 문구 사업이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문구 작성 후 마포대교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일반적으로 각인 효과나 고전적 조건화로 설명된다. 마포대교의 자살 예방 문구가 유명세를 타며 마포대교와 자살이 같은 맥락으로 미디어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었다. 그 결과 행정 의도와는 달리 ‘극단적 선택=한강 다리’라는 관계가 설정되기 시작하였고, 2012년 이후 2년 만에 마포대교 투신 시도자가 10배 넘게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19년 마포대교의 표어를 모두 철거하고, 안전펜스를 설치하였다. 안전펜스에 손상이 갈 경우 곧바로 119 구조대에 연락이 되고 수상보트가 출발한다. 펜스 설치 이후 자살 시도 시 구조율이 사실상 100%에 달한다. 자살을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는 1 기준 정책뿐만 아니라, 자살의 접근성을 낮추어 1 기준 정책이 효과를 보일 때까지 시간을 벌어 놓는 2 기준 정책을 제대로 설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C. 정책에 대한 대안


1.SSRI 계열 항우울제 규제 완화


 정책을 고려할 때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잃는 것이 많다면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이다. SSRI 계열 항우울제에 대한 규제는 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고, 일차의료에서의 약물 선택권을 제한하며, 일반 시민이 이를 통해 어떠한 이익을 받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 국가이고,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대하였음에도 특별한 성과를 볼 수 없었다는 점이나 정신과 진료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세계 모든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차의료에서도 SSRI 항우울제 활용을 확대하여 반전을 노려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2. 심리 부검의 활성화


 심리 부검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검토사항이 있다. 그중 하나는 심리부검의 방법론적 일원화이다.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고 조사방법론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각 지역별로 인구통계학적인 특성이 달라지므로 특색은 살려야 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중앙부처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심리부검을 담당하는 부서가 생겨나고 있으나, 조사 방법론과 데이터 수집 방법의 차이가 있고 표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공조와 데이터 활용이 용이하도록 방법론적 일원화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심리 부검의 활용 빈도를 늘리고 심리 부검에 대한 사회적 홍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심리 부검이 기술적으로 성장한다고 할지라도 전체 자살자 가운데 부검 비율이 적다면 대표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 심리 부검의 의미와 활용 방안을 구체화하여 일반 시민에게 알리고, 자살자의 유가족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이후의 자살률 감소에 기여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E.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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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정 외(2013). 자살예방정책의 우선순위 및 추진방식 효율화 방안 조사. 순천향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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