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 안의 주문
때로는 쓸데없이 남 눈치 많이 보고 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나 자신이 답답한 적 있지 않으신가요? 자려고 누우면 오늘 실수한 일만 둥둥 떠오르거나 몇 시간째 내 카톡을 읽지 않는 상대에 내가 뭘 잘못했는지 신경 쓰이고, 불쾌한 상황에서 내 주장도 제대로 못 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합리화해서 넘어갔다가 퇴근길에 후회하면서 혼자 씩씩거린 경험, 있으신가요?
이번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여러 상황 속 불필요한 외부 자극으로부터 제가 제 자신을 지키고 단단한 자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받은 마음가짐들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이중에 독자 분들이 실제 활용해 보실 수 있는 팁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전에, 짧은 프롤로그를 먼저 읽어주시면 이번 글을 읽는 데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https://brunch.co.kr/@heatseekerkr/56
내 마음이 불안정하면 위에서 언급한 상황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을 거예요. 어떤 상황에서든 내 마음이 고요한 호수처럼 동요 없이 잔잔해야 나다운 모습으로 대처할 수 있는데요, 그러려면 우선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고 상황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쉽게 말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짱이야! 하는 태도인데요,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게 도와드릴 마인드셋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어요.
마음가짐 1. 나를 싫어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글자로 쓰고 보니 좀 웃긴데.. 모든 마인드셋의 가장 끝판왕이에요.(저 좀 돌 i 같나요?ㅎㅎ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아래의 모든 팁들은 이 1. 번이 기반이 되어야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어요. 내가 오늘 무슨 실수를 했을까 봐 전전긍긍, 그것 때문에 상대가 나를 안 좋아하게 될까 봐 보게 되는 불필요한 눈치를 못 해도 70%는 줄일 수 있습니다.
[예제 1]
연락하고 싶은데 답장 바로 안 오면 어쩌지? 그러면 상처받을 것 같아..
내 연락이 안 반가울 수 있다고? 그게 가능해? (연락하고 싶으면 한다)
[예제 2]
저 모임에 내가 껴도 되나? 재밌을 것 같기는 한데 누가 '쟤는 왜 왔대?' 하면 어쩌지?
일단 가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재밌게 놀면서 내 매력을 보여주면 되지! (모임 나가고 싶으면 나간다)
아, 혹시 매력 못 보여주면 어떤가요. 어차피 나를 싫어하는 건 쉽지 않은데 말이에요.
당당한 공주, 당당한 왕자로 조금은 속 편히 살아 보세요.
마음가짐 2. 별 수 없지 뭐. 다음에~ (자매품: 뭐 어쩌겠어)
나도 모르게 크리티컬 한 실수를 했을 때는 당사자한테 확실히 사과하고 양해를 구해야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짚고 넘어가기 뭐 할 정도로 너무도 소소하게 삐끗(?)하는 경우는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 작은 것 하나하나 내 행동을 되돌아보고 곱씹으면서 스트레스받으신다면 2. 번처럼 생각하고 훌훌 털어버리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예제 1]
호기롭게 모임에 나갔는데 내가 재밌다고 한 얘기들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가 됐다. 아씨, 괜히 왔나.. 사람들이 나 별로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에이, 별 수 없지 뭐. 다음에 더 재밌게 놀면 되지!
(훌훌 턴다)
[예제 2]
헐, 지난주 OO 집들이 때 OO가 우리 빨리 집에 가라고 눈치 줬다고? 난 그것도 모르고 계속 놀자고 했네..^^; 별 수 없지 뭐, 다음엔 적당히 분위기 봐서 파해야지!
(훌훌 턴다)
[예제 3]
직장 동료 A 씨가 나의 이러이러한 성격이 본인과 안 맞는다고 했다는 이야길 어쩌다 들었다. 알아버린 이상 불편하고 눈치가 보인다..
뭐 어쩌겠어, 내 성격이 이런데. 일만 똑바로 해 주자!
(훌훌 턴다)
마음가짐 3. 인간은 기본적으로 조금의 불편함을 주고받으며 산다
내가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 또 남이 나에게 피해 주는 것에 많이 민감하신 분들께는 3번이 팁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음으로 넘어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매 순간 나이스하게 행동해서 거슬리는(?) 점이 1도 없는 사람과 가끔은 내 맘과 다르지만 솔직한 자기 모습대로 행동하는 사람 중에는 후자 쪽에 정을 쉽게 붙이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번 마인드셋이 잘 먹혀요. 마찬가지로 내가 상대를 조금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 보는 거예요. 왜냐하면 나도 여러 사람들을 위해 알게 모르게 불편함을 감수하고 양보하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의사 표현도 당당하고 편해질 수 있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내가 상대방 때문에 조금 불편해지는 일도 많고 그 반대로 내가 모르는 사이 작고 사소하게 내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어 그쪽에서 나를 위해 양보해 주는 일들도 아주 많을 거예요. 이렇게 서로 불편함을 주고받는 게 불가피하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단순하고 쿨해질 수 있습니다. (야, 미안하다 나 때문에 불편했지? 다음에 안 그럴게!) 어떤 행동 이전에 너무 깊게 고민하는 것도 피할 수 있어요.
가령 집에 친구를 초대했는데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귀가할 기미가 안 보여 내가 졸리고 피곤해지는 경우를 상상해 볼게요. <원래 조금씩 불편한 부분을 감수하고 양보해 주면서 살아간다>는 전제가 내 안에 깔리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예전엔 "시간 늦었는데 이제 그만 가"라고 하면 친구가 서운하고 불편해할까 봐 걱정돼서 말을 못 했다면 이제는 '좀 불편해해도 어쩔 수 없지.. 난 너무 졸린데..'와 같이 내 마음을 먼저 돌아보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말을 뱉고도 마음이 불편하다면 이 마음의 빚을 다음에 꼭 갚아줘야지! 더 잘해줘야지! 하고 생각하면 그만이에요. 꼭 필요할 때 부탁하는 것도 쉬워져요. 왜냐하면 나도 다음에 그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거니까요.
마음가짐 4. 언쟁과 대립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당신과 나는 다른 사람, 생각도 의견도 다른 사람, 그러니 우리는 이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대립할 수밖에 없다 - 잘 아는 사실이지만 이 생각을 평소에 기본 전제로 깔고 가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반대 의견 내면 안될 것 같고, 혹여 목소리를 냈다가 싸울까 봐 무섭고,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상대에 맞춰 주면서 정작 내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지 못하고 나중 가서 후회하는 일이 많죠. 친구 사이에서도, 그리고 사회에서도요.
저는 특히 회사 동료나 유관 부서 카운터파트와 의견이 달라 미팅이 길어지거나 긴 통화를 하게 될 때 2.처럼 생각하면 두뇌와 심장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덤덤하게 제 할 말을 하게 되는 경험을 했어요. 입사 초반 아주 어릴 때에는 내가 저 사람한테 이런 의견을 얘기해도 될까? 반대했다고 기분이 상하면 어떡하지? 같은 눈치도 많이 봤는데 이제는 이 정도의 대립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내 의견을 내고 상대의 의견을 수용하는 게 아주 담백하고 쉬워지더라고요. 만약 자기와 다른 내 의견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가 언짢아한다면 그건 그쪽 문제인 거예요.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묘하게 계속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언행을 하거나 꼭 말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어도 친구랑 관계가 안 좋아질까 봐, 혹은 친구가 기분 상할까 봐 그냥 속으로 꾹 참고 넘어가는 경험 있지 않으세요? 이럴 때도 2. 번처럼 생각하면 단호하면서도 담백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용기가 생긴답니다. 내가 지금 이 친구와 대립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나는 지금 당신과 싸우려는 게 아니라 의견이 다른 걸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의견이 다르니 우리가 대립하는 건 당연한 거다. 어떻게 합의점을 찾을지 대화 랠리를 해 보자! 드루와!
마음가짐 5. 너도 내가 보고 싶었을 거야/너도 내 연락 기다렸을 거야
1. 번과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 하는 내용인데, 제 주변에서 정말 많이 보는 케이스 중 하나라 따로 빼 보았습니다. 친구건 이성이건 보고 싶고 연락하고 싶은데 상대는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봐 마음을 접는 경우인데요, 걔도 나랑 만나고 싶고 내 연락 기다렸을 거야!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보세요.ㅋㅋ 그 사람이 궁금하고, 오래간만에 얼굴 보고 싶고, 연락하고 싶어서 내가 먼저 다가가는 건 인간관계를 단단하게 해 줄 고마운 용기인데 상대는 나와 다를까 봐, 그래서 내가 상처받거나 혹은 자존심 상할까 봐 주저할 필요 없는 것 같아요. 나를 먼저 찾아주는 사람이 반갑고 고맙지 않은 사람 있을까요? 혹시 내 연락을 이렇게 생각하는 상대가 있다면, 이것 역시 그 사람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리고 내 마음에 담아두지 않기로 해요.
마음가짐 6. 내가 베풀고 싶은 호의
우리는 남에게 뭔가를 해줄 때조차도 베풂을 받는 상대방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이렇게 했을 때 부담스러워하면 어쩌지? 이거 지금 내가 괜히 오버하는 건가? 만약 안 고마워하면? 상처받을 거 같은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내 위주로 생각하면 되는 문제 같아요. 내가 그 사람이 좋아서, 신경 쓰여서, 잘해주고 싶어서 베푸는 호의는 내 마음에서 우러나서 해줘 버리면 그만, 그걸 받아들이는 상대가 부담을 느끼던 고마워하던 그때부터는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훨씬 단순하지요? 돌아오는 반응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도 뭐 어때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인데!
써먹어봄직한 게 있었을까요? 사실 이 모든 걸 아우르는 궁극적인 큰 틀은 내가 상대로 하여금 연락이 기다려지는 사람이 되고, 내가 미움받기 어려운 사람이 되고, 내가 보고 싶어 지는 사람이 되도록 나 자신을 가꾸고 다듬는 것인데요. 그러려면 먼저 온전한 내 모습을 찾아야 하고, 나를 파악하고 또 드러내기 위해 불필요한 눈치나 잡생각을 없애야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심플한 진짜 내 모습을 찾는 데에 위의 마인드셋들이 도움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