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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리밀리 Oct 22. 2023

남편이 망하게 된 이유

남편이 코인에 투자해서 날린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내 자산이었으면 깔끔하게 끝날 수 있는 일인데 그게 빚을 져서 한 거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 또한 진행형인 것이다. 남편은 블록체인 기술이 데이터 분산 저장을 통해 정보 조작을 못하게 만들어 원본의 기록을 신뢰할 수 있다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에 투자를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사기를 당하긴 했지만 거기서 얻은 레슨은 믿음직한 NFT를 사자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년에 NFT 가치는 천정부지로 솟구쳐 2022년 크립토펑크(Cryptopunks) #5822가 약 2,370만 달러(약 302억원)에 판매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자가 돈이 되는 시장이 형성이 되니,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는 NFT에 뛰어 들어야 돈을 벌 것처럼 떠들어 댔고, 사람들은 디지털 수집품을 구매하고 거래하는데 수백만 달러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유명 연예인들도 여기에 가세해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의 NFT를 구매해 SNS 소셜 계정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NFT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것이 바로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ored Ape Yacht Club, BAYC)이다. 저스틴 비버, 마돈나, 에미넴, 스테판 커리, 페리스 힐튼, 지미 펠론, 스테판 커리. 스눕 독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구매를 하면서 그 가치가 상승했다. 또한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의 개발사 유가랩스는 NFT 소유자들을 위해 뉴욕, 캘리포니아, 홍콩, 영국 등지에서 요트 선상에서 진행되는 콘서트 파티를 열고 있어 그 프리미엄을 붙이고 있다. 남편은 이걸 산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NFT가 뭔지 몰라 돈을 못 버는 것처럼 떠들어 댈 때 나는 열심히 NFT를 공부했다. 그리고 그룹으로 논술 과외를 하고 있는 학생들과 NFT가 투자인지 투기인지를 함께 논하기도 했다. 이때 내가 내린 결론은 NFT는 뭣도 아닌 것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하이 리스크를 가진 투자 방식이라 결국 돈을 버는 사람은 창작자라는 것이었다. 투자를 할 바에 작품을 만들어 내다 파는 것이 더 큰 투자가 되는 셈이었다. 나는 이에 대해 여러 차례 남편에게 언급을 했다. 그러나 NFT 열풍 속에 지루한 원숭이 NFT를 구매한 남편에게는 뭣도 모르고 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남편은 카카오톡 그룹채팅으로 지루한 원숭이 소유주들과 NFT가 100배로 뛸 것을 예상하며 가상의 부를 즐기고 있었다. 가족과는 딴 세상을 살았던 것이다. 


지루한 원숭이 NFT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와중에도 우린 멕시코 칸쿤으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그 때 돈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편이 칸쿤을 가자는 말을 꺼냈기 때문에 나는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3시간 거리의 놀이공원에만 데리고 가도 너무도 신나해 할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굳이 칸쿤을 갈 이유가 없었다. 그것도 예전에 갔던 똑같은 리조트를 말이다. 그러나 남편은 여름 휴가가 다가오자 여유가 생겼다며 신나게 다녀오자고 말을 했다. 이 말에 적극 동조를 했던 것은 첫째였다. 


칸쿤에 갔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막상 여행을 떠나니 다시 돈이 없다는 타령과 함께 그 어떤 액티비티도 할 수 없다는 말에 못을 박고 우리는 4박 5일 동안 숙소에만 머물러 있어야했다. 그렇게 여행을 다녀오고 나는 남편과의 몇 번의 말다툼을 했다. 그렇게 힘들면 왜 굳이 갔던 데를 또 갔냐. 나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형편에 맞게 여행을 가야지 왜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갔냐는 나의 이성이 그때는 가도 될 형편이었다는 남편의 반박과 맞섰다. 나는 이런 어이없는 상황 속에 18년이란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편의 짜증이 예민함 속에 증폭되어가고 있던 중 나는 NFT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NFT 소유주들은 이미 2022년 12월, 폭락하는 가격에 구매를 후회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지루한 원숭이 제작자 유가 랩스(Yuga Labs), 페리스 힐튼, 스눕 독, 마돈나 지미 펠론, 스테판 커리 등 유명 인사를 고소한데 이어 지난 8월 4일 소더비(Sotheby) 경매소를 피고로 추가했다. 자판만 두드리면 금새 얻을 수 있는 정보인데 남편은 이걸 걸렀던 모양이다. 


희소성을 통해 상품의 가치를 내세우던 NFT가 구매자의 희소성 때문에 시장이 막혀버린 상황이 지속됐다. 상위 소장품에 있는 NFT 중 80%가 올해 한 번도 거래되지가 않았다. 공급과 수요로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에서 유동성이 부족은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저스틴 비버가 가지고 있는 지루한 원숭이 NFT는 2022년 130만 달러(약 16억 7천 7백만원)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약 6천 달러(약 765만원)에 불과하다고 하니 지난 1년 반 동안 가치가 약 95% 하락한 것이다. 시장에서 거래량 감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올해 NFT 하락세는 계속 이어질 게 뻔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남편은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이 NFT 소유주들에게 스테이킹 서비스를 오픈해 암호화폐 에이프 코인을 예치해 준 것에 빨려 들어갔다. 스테이킹을 하게 되면 매일 일정량의 보상으로 코인을 지급 받을 수 있고 코인 상승과 함께 이자 수익이 발생해 은행 이자 수익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두어 달 11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이러다가 벼락부자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즐거운 상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높은 이자 수익이 장점이 있다면 그만큼 위험률도 크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코인 등락폭이 심할 경우 출금이 바로 되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눈에 들어올 리 없던 남편은 에이프 코인의 수익이 커지자 에이프 코인을 더 예치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 NFT를 담보로 가격이 저렴한 NFT를 구매를 했다. 인디언 서머처럼 좋았던 순간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그만큼 또 짧았다. 지난 7월 원인 모를 가격폭락이 발생하면서 코인의 지급이 끊겼고 이에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투자했던 에이프 코인은 물론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2억 5천만원 상당의 NFT까지 물리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눈뜨고 코 베인다고 가지고 있던 모든 게 순간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투자 불변의 법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다. 위험이 높은 투자는 수익이 크다는 말이다. 이런 투자를 결정할 때는 수익에만 눈이 멀어 그것에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해야하는 손실을 먼저 따져 봐야한다. 이 세상에 수익은 크고 리스크는 작은 투자는 없기 때문이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욕심을 앞세울 때마다 겸허하게 떠올려야 할 말은 잠언 16장 8절 말씀 “적은 소득이 의를 겸하면 많은 소득이 불의를 겸한 것보다 낫다.”일 것이다. 진짜 그랬다. 노동의 가치는 신성하고 그렇게 번 돈이 정직했다. 그러나 남편은 이것을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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