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Sep 18. 2022

아이유 콘서트 관람기

The Golden Hour: 오렌지 태양 아래

팬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종하는 가수는 많지 않습니다만, 아이유 소식은 꾸준히 챙겨보는 편입니다. 심지어 팬클럽도 가입해서 회비도 납부하고 있으니, 자본주의적 관점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이 팬클럽 회비 덕분에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 3년 만에 열린, 그것도 잠실주경기장 전석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아이유 콘서트를 예매할 수 있었고, 드디어 오늘 관람하고 왔습니다.  내일도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가실 분들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 당연한 말입니다만, 사람이 매우 매우 매우 많았습니다. 한국 여자가수 중 올림픽주경기장에 입성하여 전석 매진을 기록한 여자가수는 아이유가 최초라고 하지요(회당 4만 5천명).  뿐만 아니라 이번 주말에는 서울시민체육대축전, 프로야구 경기 등 잠실 인근에 다른 행사가 많이 개최되는 바람에 주변 도로는 거의 아수라장장이었고, 주차는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가실 분들께서는 자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길 권합니다.


-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한낮 기온은 30도에 육박했고, 그늘이 많지 않은 주경기장 특성상 일찍 도착하여 입장한 관객들은 더위와 땡볕에 꽤나 힘든 대기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본공연 중에도 인구밀집도가 워낙 높은 탓에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선풍기, 부채, 얼음물 등 더위에 대응할 수 있는 물품을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팬클럽 회원을 위한 유애나존은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였고, 결국 오후 5시 전에 입장 제한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공연 종료 후 2시간 더 오픈한다는 공지가 돌았고, 실제로 공연 종료 후에 줄을 서는 팬들이 있었습니다만, 만족스러운 운영 방식이라고 보긴 어려웠습니다.


- 팬클럽을 위한 사전예매기간에 이미 플로어/1층/2층 객석까지 매진되었다고 하지요.  팬클럽 회원이라 하더라도 1매씩만 예매할 수 있고, 팬클럽 사전예매 기간에 연석을 예매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탓에, 플로어/1층/2층 관객들은 대부분 지인들과 떨어져 혼자 관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각자 조용히 공연을 관람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아이크라 불리는 응원봉(4만원에 육박하는)은 체감상 99%의 관객들이 소지하고 있었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주최측에서 음악에 맞춰 응원봉의 불빛을 통제하는데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굳이 구입하지 않았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들고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흔드는 모습을 구경하는 편이 더 만족스러웠거든요.


- 객석이 엄청나게 좁고, 대다수의 관객이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관람합니다.  화장실을 자주 가시는 분들께서는 힘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입장 시 방석을 줍니다.


- 폭죽과 드론쇼가 엄청나게 펼쳐집니다.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주경기장 특성상 음향은 상당히 좋지 않으므로, 현장감에 의의를 두고 관람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가수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마지노선은 1층 앞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 뒤로는 스크린을 통해 아이유의 얼굴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스크린을 분할사용할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특수효과/필터를 입히는 바람에 개인적으로는 몰입감을 방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카메라가 담백하게 아이유를 따라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 주경기장 인근은 주거지역이므로, 아이유 콘서트 특유의 앵앵콜은 오래 이어지지 않습니다. 오후 10시가 마지노선이라고 공지하기는 했는데, 실제로는 10시를 약간 넘겼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인지 공연은 오후 7시에 칼같이 시작합니다.



전반적으로 '직업인으로서의 아이유'에 대한 존경심이 드는 공연이었습니다.  비록 유애나존 운영 미숙 등 진행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공연 자체의 퀄리티는 매우 높았고 아이유의 노래나 및 밴드/댄서분들의 퍼포먼스는 흠잡을데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규모의 공연을 이 정도 수준으로 진행할 수 있는 솔로가수(성별과 무관하게)가 한국에 누가 있을까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고요.


다만 신곡과 기존 히트곡 위주로 셋리스트가 쨔여진 탓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예컨대 이런 엔딩)을 들을 수 없었던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주경기장의 좋지 않은 음향이나 과도한 인구밀집도 역시 재관람 의사를 저하시키는 요소 중 하나였고요.


참고로 이번 공연을 끝으로 팔레트와 좋은 날은 더 이상 콘서트에서 부르지 않는다고 하네요... 두 곡 다 매우 좋아하는 곡인데, 마지막 라이브를 들을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남몰래 내다 버리고 싶은 가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