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고 일어나면 계속 귓가에 맴도는 노래가 하나씩 생길 때가 있습니다. 최근 들었던 노래도 아닌데, 뜬금없이 아침부터 계속 그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게 되는 것이죠. 오늘은 그 노래가 '화장을 고치고'라는 노래였습니다. 덕분에 하루종일 이 노래만 들었더랬죠. 아, 정말 명곡의 클라스는 영원한 것일까요. 결국 2001년 당시의 뮤직비디오까지 찾아보게 되었네요.
그때는 영화같은 뮤직비디오가 대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뮤직비디오도 장장 8분에 달하는, 단막극과 같은 뮤직비디오였네요. 아직 풋풋한 신은경, 김영호, 유해진(!) 배우가 나오는데, 2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원곡의 애절한 가사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물론 지금에야 뻔하디 뻔한 소재라고 폄하할 여지도 있지만, 무려 20여년 전의 작품이니까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유튜브님의 알고리즘을 타고 태연이 '비긴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부른 버전까지 듣게 되었는데, 이 친구도 노래를 참 잘 부르더군요. 왁스가 부른 오리지널 레코딩을 제외하면, 가장 원곡의 느낌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은...태연이 부른 버전의 가사가 원곡과 살짝 다르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원곡의 경우 '이미 지나가 버린 착한 남자의 순애보에 대한 뒤늦은 회한' 같은 정서라면, 개사된 버전은 '나쁜 남자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끌림'과 같은 분위기랄까요. 사실 개사된 부분은 '나'를 '너'로, '미안해'를 '미워해'로 바꾼 정도인데, 원곡을 문자 그대로 '몸으로 기억하는' 세대로서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이 들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왁스와 태연 둘 다 정말 훌륭한 가수이고, 이 곡은 저에게는 이십 년 이후에도 들을 것 같은 명곡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노래를 들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