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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an 26. 2023

내가 생각하는 천국

사소한 비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특히 틀렸다는 지적을 받으면, 어떻게든지 그 지적이 잘못되었거나 부당하다는 부분을 찾기 위해 몇 시간이고 자료를 찾아보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그러다 결국 상대방의 지적이 옳았다는 결론이 나오면...냉장고로 가서 맥주캔을 땁니다.  패배감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이겨내거나 심지어는 발전의 기회로 삼는 훌륭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위인이 못 되어서 알코올로 뇌를 멍하게 만든 후 시간이 흘러가게 두는 편입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이 더러운 기분 또한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또 하루가 시작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천국이란,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어서 특별한 비판이나 갈등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입니다.  저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굳이 묻거나 심지어 의문을 가지지도 않고, 지적하거나 비난하지도 않는 곳.  파벌을 형성하거나 뒷담화를 할 필요 없이, 모두가 여유롭고 안온하게 지낼 수 있는 곳.  


당연히 이런 유토피아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니, 생각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은 가급적 사람들과의 접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영업직이나 접객업과 같은 직종은 꿈도 꿀 수 없고, 다양한 집단이 어우러지는 장소로 매일 출근하는 방식의 일터도 곤란합니다.  집에서 혼자 조용히 맡은 일을 수행하며 남은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삶이 적당한데, 이 역시 상당한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판타지에 가까울 것입니다. 


결국, 오늘도 퇴근 후 냉장고로 가서 캔맥주를 땁니다.  냉장고와 캔맥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세계 상위 1%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애써 상기함과 동시에, 별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원망하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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