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Feb 26. 2023

뭐가 부족해서?

간과하기 쉬운 물질만능주의의 부작용

얼마 전 굴지의 게임회사 창립자가 해외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연예계에서는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고요.  이렇게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들릴 때,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뭐가 부족해서?" 

비슷한 말로는 '복에 겨워서 그래' '행복한 줄 알아야지' 등이 있는데, 저는 이런 말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당연히 만족감과 행복을 얻을 것이라는 가치관에 기반한 것일 텐데, 당연하게도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이런 말을 거리낄 것 없이 한다는 점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지향점이 전부 물질적 성취로만 몰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서글픈 마음도 들고요.  


객관적인 지표로만 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전 세계 상위 1% 이내에 드는 부유한 사람들이고, 그 중에서도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수 억 명의 지구인들이 부러워 할 만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물질적으로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고 해서 모든 부분에서 어떠한 결핍도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그러한 결핍이 (경제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삶을 더 이상 지속할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가 그러한 결핍에 대한 공감대 형성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유명인들이 느끼는 고통과 외로움은 일반인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클지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함부로 재단하거나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독립된 우주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회가 되기를, 도저히 살아갈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해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복에 겨워서 그래' 따위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사람들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생각하는 천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