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얌전하여 조심스러운 복순이는 아주 가끔 용감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산책길에 레트리버와 같은 큰 개를 만날 경우인데, 앞장서서 목이 쉬어라 짖으며 주인을 보호하는 듯한 행동을 취할 땐 이야기책에 그려진 충성심 강한 개가 따로 없는 듯했다. 가령 주인이 자는 사이 풀밭에 불이 붙자, 자기 몸에 물을 묻혀 불을 끄고 주인의 목숨을 구하여 죽었다는 ‘오수의 개’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하얗고 작은 털 뭉치의 복순이가 때때로 용맹한 개만큼이나 믿음직스러워 보이니 이런 모순도 없다.
13살의 늙은 할머니가 된 복순이는 갈수록 능청스럽다. 귀찮으면 이름을 불러도 듣지 못한 채하고 잠에 취하면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녀석이 천둥이 치면 무섭다고 재빠르게 다가와 몸을 찰싹 붙인다.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온몸의 무게를 사람에게 부치며 의지하는 것인데, 같이 잠이라도 자게 되면 밤새 서로를 지키자는 듯 자신의 엉덩이를 사람의 몸에 꼭 붙이곤 한다.
할머니 복순이는 2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심장약을 복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 가족의 근심을 사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산책에 대한 무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 던져진 목줄을 물고 와 반드시 건네주어야 산책을 비로소 할 수 있는데, 매번 이 임무를 완수하기 때문이다. 길에 떨어진 모든 것과 길가에 피어있는 잡초에 코를 벌름거리고 냄새를 맡는다. 무엇을 기억하려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미지의 세상을 공부하려 애쓰는 것 같기도 하여 긴 시간 기다림에도 웃음이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