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탐색
오랜만에 남편의 출장이다. 아이 둘이 독립하여 집을 떠나니 일주일의 출장이 길게만 느껴진다. 아침 챙기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 평소에도 하던 일들이 온전히 혼자가 되니 공연히 바쁘고 분주하다.
너무나 보통의 아저씨인 남편은 집에서 한결같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소파에 누워 TV를 보거나, 야식 먹기로 하루를 마감한다. 그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남편이 했던 집안일이 생각보다 많았던 모양이다. 단어로 나열하면 몇 되지 않는 소소한 일들이 자꾸만 하기 싫어 미루고 또 미뤄진다.
돌봐야 할 아이들로 몸이 바쁘고 그래서 마음은 더욱 바빴던 때는 출장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일손을 던 듯 홀가분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침의 분주함을 뒤로하고 차 한잔에 음악을 곁들이는 시간은 새삼스러운 인생 예찬을 늘어놓기에 충분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우리 집 강아지 복순이의 식사를 위해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 준다. 그리고 나는 식탁에서 강아지는 그 아래서 식사한다. 복순이는 사료에 섞어주는 닭 가슴살을 얼른 먹고 사람이 먹는 진기한 것을 소원하며 나에게 애원한다. 남편이라면 몰라도 평소의 나는 이런 간절함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데 오늘은 두부, 감자, 달걀을 조금씩 떼어준다. 나이 들어 이빨이 숭숭 빠진 강아지는 콩알만 한 크기의 음식을 홀랑 먹어 치우고 더 달라며 보챈다.
“아휴~ 맛있어? 맛있으면 말을 해야 더 주지”
나 혼자 내뱉은 말이 공허하게 집안에 울려 퍼지니 불현듯 사소한 이야기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