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한 브런치 작가님의 출간 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브런치에서 출간 기념회를 할 예정이라는 글을 보았을 때만 해도 제가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고민이 되기는 했습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보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온라인에서만 글을 읽고 얘기를 나누던 브런치 작가님을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는 생각에 조금은 흥분되기도 했고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출간 기념회에 참석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같은 날짜에 친척의 결혼식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출간 기념회는 오전 11시에 서울에서 열렸고 친척의 결혼식은 12시에 안산에서 있었기 때문에 두 군데 동시에 참석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날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저는 출간 기념회에 참석을 하고 친척의 결혼식에는 아내 혼자 다녀오기로. 물론 아내의 조언이 있기도 했습니다.
8월 말의 어느 토요일 오전, 저는 출간 기념회가 시작되는 11시보다 조금 일찍 장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서성거리며 안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직 11시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빈자리가 많이 보여서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더군요.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갈 수는 없고 들어가자니 머쓱하기도 하고 쑥스러워서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면서 오늘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부를 살펴보았습니다.
11시를 몇 분 남기고 출간 기념회가 열리는 행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에 온 분들 중에 브런치 작가 분들이 몇 분이나 계실지는 전혀 예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들어올 때 입구에서 나눠 준 비닐봉투를 들고 빈자리에 앉아서 봉투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으잉? 새 책이 한 권이 들어있더군요. 저자 사인을 받기 위해 책을 가져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책을 사지 않는 건데 하는 불경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는...
책 이외에 백설기 떡과 또 뭐였더라, 쿠키 같은 거였는데...
아, 맞다. 모나카였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쓰신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날 마스크를 쓰고 갔습니다. 거기에 오신 분들 중에 마스크를 쓴 사람은 저 이외에 여성 한 분이 더 있었습니다.
저는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이중에 글로서 이미 만나본 사람들이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 조금 이상했습니다. 글로서만 알다가 실제로 얼굴을 대면하는 것은 정말 다른 일이니까요.
글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머릿속에 그리던 모습과 실제의 모습은 아마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많이 다를 것입니다. 때로는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뒤에 동선 작가님과 이연 작가님의 ‘영화처럼 산다면야’ 출간 기념회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캐나다에 거주하시는 동선 작가님은 화상채팅으로 참석하셨고 브런치에서 여름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연 작가님은 앞자리에 참석자들을 마주 보며 사회자와 함께 앉아 계셨습니다.
사회는 브런치에서 폴폴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계시고 책 ‘아끼는 마음’의 저자인 박화진 작가님이 맡아서 진행을 하셨습니다.
실제로 근거리에서 폴폴 작가님을 보고 이연 작가님을 보니 느낌이 이상하더군요. 브런치에서 글로서만 마주하다가 실제로 보게 되니 뭐라고 해야 하나...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좀 어리벙벙한 느낌이었습니다.
폴폴 작가님의 부드러운 진행과 두 분 작가님의 말씀과 참석자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날 제 옆에 놓인 가방 속에는 저자 사인을 받기 위해 가져온 ‘아끼는 마음’, ‘영화처럼 산다면야’ 두 권의 책과 작은 선물이 든 봉투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날의 제 계획은 가져온 책에 사인을 받고 준비해 간 선물을 주고서 조용히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출간 기념회를 이상 마치겠습니다, 라는 멘트가 끝나고 제가 가방에서 책을 꺼내려는 그 순간 갑자기 이연 작가님이 제자리로 와서 저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기 실례지만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마스크 때문에 제 표정이 안 보였겠지만 정말 엄청 당황했습니다.
“이름요? 이름은 왜요?”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제가 뭐라고 대답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비밀입니다.”라고 했는지 그냥 침묵으로 일관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엄청 당황해서 거의 멘붕에 가까운 상태로 가방을 뒤적거려서 책과 종이봉투를 꺼내어 사회석에 앉아 있는 폴폴 작가님에게 가려고 하는데 저를 막아선 이연 작가님이 대뜸 하는 말이,
“자작가님이죠?”
“아, 아닌데요.”
“자작가님 맞죠?”
“아닙니다.”
“맞잖아, 맞잖아. 자작가님 맞잖아요.”
그 당시 저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지...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가 아니었을지...
그런데 어떻게 아셨을까?
촉이 좋은 이연 작가님에게 그만 들키고 말았습니다만 저는 아니라고 부인을 했습니다. 그 후에 어떤 말을 했는지 순간 필름이 끊긴 것처럼 기억이 희미하기만 하네요.
제 기억에는 저를 가로막는 이연 작가님을 지나쳐 저자 사인을 받기 위해 폴폴 작가님에게 걸어갔고 폴폴 작가님이 성함이 어떻게 되냐고 묻길래 “J”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폴폴 작가님에게 사인을 받고 있는데 갑자기 이연 작가님이 제 뒤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J라는 이니셜을 보고는 거봐, 맞잖아. 자작가의 J잖아, 라고 하는데. 그때 드는 생각이 아차, 다른 이름을 댈걸.
이연 작가님에게도 사인을 받고 준비해 간 작은 선물이 든 봉투를 전달해 드렸습니다. 물론 그 봉투 안에 저라는 힌트를 살짝 남겼지요. 일정이 다 끝난 후에 나중에 집에 가서 제가 드린 봉투를 열어봤을 때 ‘뭐야? 자작가가 왔다 간 거야? 아까 그 사람이 자작가였던 거야?’ 하고 깜짝 놀라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만 들키고 말았네요. 제 연기가 어설펐나 봅니다. 아니면 마스크가 눈에 띄었나? 아니면 제가 너무 빤히 쳐다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흠... 제가 좀 눈에 띄기는 하는 편이라... 그래서 그랬나? 하하하, 농담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참석하신 분들 중에 브런치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이 여러 분 계셨더군요. 물론 서로 알지 못하니 인사를 드리지도 못했고 알았더라도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인사를 하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을 겁니다.
온라인에서만 만나던 분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다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상상했던 모습과 현실의 모습은 아마 많이 다를 겁니다.
소설가와 그가 쓴 소설의 내용을 그와 혼동해서 바라봐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죠.
폴폴 작가님과 여름 작가님을 뵙게 되어 반가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앞모습보다는 옆모습이, 옆모습보다는 뒷모습이, 뒷모습보다는 글에서의 모습이 더 나은 자작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