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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니발 Dec 22. 2023

영화 <휴고>(2011) 리뷰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마틴 스코세이지는 <휴고>를 만들면서 위 제목과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자신에게 던졌을 것이다. <휴고>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꿈의 실현과 현실의 고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결국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느끼는 그 감정을 통하여 우리는 영화관이라는 장소에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된다. 감독은 이러한 영화의 기능을 <휴고>에서 조르주 멜리에스와 휴고와의 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휴고와 멜리에스는 서로에게 영화가 되어준다. 극 초반에 휴고는 시계탑 안에서 멜리에스의 가게를 훔쳐본다. 그 가게에서 멜리에스와 이사벨이 함께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본다. 가족은 휴고가 현재 결핍하고 있는 것으로서, 하나의 꿈에 해당한다. 이때 휴고는 시계의 숫자 구멍을 통하여 그들을 보는데, 그 숫자는 ‘4’이다. 마치 스크린이라는 제4의 벽을 앞에 두고 휴고가 멜리에스를 영화처럼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꿈은 멜리에스가 휴고를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멜리에스도 영화라는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었지만, 휴고의 노력 덕분에 자신의 업적을 되찾고 영화에 대한 사랑을 다시 가지게 되었다. 박물관에 버려진 자동인형을 고치듯, 휴고는 멜리에스의 꿈을 이루어주며 그를 치유해주었다.


    이사벨은 휴고 덕분에 영화라는 경험을 처음 겪게 된다. 스크린에 영사된 영화를 보면서 즐거움, 긴장감, 놀라움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마 감독은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이 장면에 투영했을 것이다. 또한 영화에 대한 사랑과 그 이유를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당시 시대에는 움직임을 통해 삶을 재현하는, 소위 영상매체라고 불리는 것이 영화뿐이었다. 현대사회에서 영상은 너무나 익숙한 것이지만, 영화가 처음 나왔을 당시 사람들은 문화적 혁명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정교한 예술은 단지 상류층만의 것이 아니었다. 영화는 대중매체였고 어떤 예술보다 접근하기 쉬웠다. 마치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듯이 영화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이러한 영화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그 접근성을 대폭 늘렸다. 인터넷과 OTT의 발달로 우린 클릭 또는 터치 한 번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유튜브에서는 영화를 10분에서 20분으로 요약한 영상이 넘쳐난다. 그렇다면 우린 이 글의 제목이자 첫 번째 질문인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로 돌아갈 수 있다. 애초에 영화는 무엇이었을까? 최초의 영화는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상영한 <기차의 도착>이다. 그러나 이보다 6년 전 에디슨은 개인이 돈을 넣고 혼자 영상을 볼 수 있는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라는 기계를 발명했다. 하지만 이는 영화로 불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극장에서 영사기를 통해 상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사기로 상영되어야 영화라고 불린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관에 얼마나 가는가? 특히 코로나 여파로 극장가 흥행은 줄어들었고 티켓값은 올랐다. 집에서 간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데, 심지어 요약해서 짧게 소비할 수 있는데, 우리가 영화관에 가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극장이 없어진다면 영화의 정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영화가 발명되었듯, 기술의 발전이 영화를 바꿀 수 있고 영화는 바뀌어왔다. 영화가 앞으로 존속할지, 아니면 영화를 대체할 무언가가 나올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영화가 우리에게 주었던 꿈과 현실, 감정과 치유는 영원할 것이라 믿고 싶다. 영화가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탈출구이든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매개체이든, 영화는 우리의 손에 무엇이든 쥐어주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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