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챔스 진출, 손흥민 득점왕! you guys nailed it!
오래전 티비에서 인조인간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경기 운영, 선수들의 퍼포먼스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지만, 너무 뻔한 완벽함과 치열하지 않은 모습이 경기를 기대하지 않게 만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극 중 관중들도 모두 외면하는, 그래서 인간의 경기는 위대하다는 그런 내용의 광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다시 찾아보려니 못 찾겠다.)
오늘 손흥민이 출전하는 토트넘 경기를 보고 누우니 갑자기 몇 년 전에 봤던 이 광고가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가 잠을 버리면서까지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끼리의 미묘한 사인, 인간관계, 개인이 가진 역량과 그 역량을 뛰어넘게 만드는 정신력, 경기의 진행 흐름, 관중석의 응원과 같이 인간이 만드는 수많은 변수가 얽히고설켜서 결과라는 미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는 경기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 팀이 전력이 약하니까 우리가 무조건 이길 거야."라는 말은 오만이다. 약한 팀도 이길 수 있고, 강한 팀도 질 수 있다. 우리는 때로는 그것을 기적이라고도 하고, 절망이라고도 부른다.
어쨌든 오늘 경기는 대단했고,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초반에는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던 손흥민이 후반에서 골에 또 실패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연달아 골이 터졌다. 역시 마음을 비웠을 때 비로소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일까? 리그 티켓을 따고 득점왕을 배출한 팀은 완전한 축제 분위기였고, 그 모습을 지구 반대편에서 본 한국 사람들도 축제 분위기인 것 같았다.
뻔한 결말이었다면 이렇게 기쁠 수 있을까? 미래를 모른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인지도 모른다. 내가 변할 수 있다고 믿고 나아가는 것, 누군가의 미래를 응원하는 것 모두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를 모른다는 것은 가끔 불안감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기대되는 삶이 아닐까? 내일도 잘 살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