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음식'하면 대부분 카레를 연상할 것이다. 그렇다고 카레를 매일 먹을까? 인도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대답을 한다면 'Yes'다. 인도 학교 기숙사에 살면서 기숙사 식당에서 매일 식사를 했었는데 항상 카레가 나왔었다. 그 카레들은 매번 다른 카레였겠지만 나에겐 항상 같은 카레였다. 너무 강한 향신료 때문에 모든 음식이 같게 느껴졌다. 거의 매일 대부분의 음식을 남기고 방에 들어와 과자와 콜라로 배를 채웠다. 기숙사 식당에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온 날에는 제대로 된 영양분을 보충하는 날이었다. 아이스크림을 한입 먹고 아이스크림이 다 녹기 전에 바로 카레와 밥을 욱여넣었다. 그렇게 아이스크림 맛으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밥을 섭취했다. 인도인들은 그런 나를 보고 아이스크림을 정말 좋아하는 친구로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날이면 내가 앉은 자리는 친구들의 인심으로 아이스크림이 가득 찼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귀엽고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기숙사 식당에서도 정말 맛있었던 음식이 있었다. 그건 식사 시간이 아니라 티타임 시간에 종종 나오는 음식이었다. 인도는 더운 나라라서 그런지 가장 더운 오후 두시쯤이면 티타임 시간을 다 같이 가졌다. 그때 '푸리'라는 음식이 나오면 몇 번을 더 받아서 먹을 정도로 정말 좋아했었다. 푸리는 가루 반죽을 동그란 모양으로 얇게 밀어 기름에 튀겨낸 인도의 전통 빵으로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따뜻한 우유랑 함께 먹으면 정말 천상의 맛이었다. 기숙사에서는 항상 티타임 때 따뜻한 우유와 따뜻한 차이 티를 줬었는데 차이 티도 먹을만했지만 우유가 익숙했던 나는 거의 항상 우유를 선택했었다. 특히 푸리가 나오는 날이면 더더욱 그랬다.
<실제 기숙사 모습>
기숙사 식당 말고 학교 내에 식당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이 식당은 기숙사에 살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식당이었다. 기숙사 식당은 매일 단일 메뉴로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면 이 식당은 보통 식당처럼 다양한 메뉴가 있었으며 유료였다. 주말에 쓸 돈과 교환학생이 끝나고 다닐 여행비를 모으기 위해 평일에는 돈을 아껴 썼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지는 못했었다. 티타임에 푸리도 나오지 않고 점심시간에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과자까지 물릴 때는 식당 문이 닫기 전 오후 5시쯤에 저녁으로 버터 난과 탄두리 치킨을 사 먹었다. 탄두리 치킨을 뜯어서 버터 난에 싸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 맛을 기억하고 싶어 한국에 와서도 인도식당에 방문하여 탄두리 치킨과 버터 난을 시켜 먹었었는데 버터 난은 그 맛이 나는데 탄두리 치킨은 그때 그 맛이 안 나서 아쉬웠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맛이다.
먹는 것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인도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음식이었다. 향신료 때문에 정말 맞지 않는 음식들 가운데 맞는 음식들을 찾게 된 것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으며 기쁨이었다. 흔히 음악을 그때의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는 타임머신이라고 부르는데 음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클래식 OST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들으면 그 영화를 보면서 울고 있던 고등학생인 내가 되는 것처럼 인도음식을 먹으면 교환학생 때 추억이 떠오르면서 20대 초반인 내가 되어있는 것 같다. 생각난 김에 가족들이랑 오랜만에 인도 음식점에 방문해서 그 시절을 여행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