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의 코로나 일기
회사의 친한 동기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아주 맛있는 우육탕면과 군만두였다. 우육탕면을 처음 접했던 건 26살 여름 대만에서였고 두번째 우육탕면은 1년 전쯤이었다. 그리고 이번이 세번째 우육탕면이었는데 이날 갔던 식당은 우육탕면도 맛있지만 사이드인 군만두가 예술이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내고 다음날 휴가였기에 기쁜 마음으로 퇴근길에 올랐는데 함께 먹은 동기가 확진이 됐다고 연락을 해왔다. 시댁에 가는 중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거의 도착한 시댁을 등지고 다시 집으로 유턴했다.
코로나 확진자와 예전에도 밥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옮지 않았어서 이번에도 걸릴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게다가 목요일 이후 금,토,일 신속항원과 자가진단키트를 했을 때 계속 음성이 나왔기에 마음이 놓였었다. 하지만 월요일 새벽 이 생각은 완전히 뒤집혔다.
월요일 새벽에 분명히 방은 따뜻했는데 너무 추워서 깼다. 오한이란 걸 처음 겪어본 것 같다. 이렇게 추울 수가 있다니.. 마치 한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난 집에서 자는 느낌이었다. 혹시 몰라 체온을 재봤는데 39.1도였다. 이때부터 내가 코로나에 걸렸구나 느꼈었다. 너무 추운데 몸은 뜨겁고 정말 이상했다. 일단 잠에 들기 위해 방 온도를 조금 더 올린 후 누워 있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었는데 너무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잠에서 깼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근처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을 받았지만 음성이었다. 오한과 근육통 그리고 인후통까지 있었지만 음성이 나와 ‘그냥 감기에 걸린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혼란스러웠다. 이 날은 다행히 재택근무라서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집에 돌아와 일을 했다. 혹시 코로나에 걸린 게 맞다면 일주일동안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므로 요청이 온 일들을 빠르게 처리했다. 병원에서 준 약을 먹고 열은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고 오한 증세는 없어졌다. 대신 목이 많이 아프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체온은 37도정도였으나 목이 매우 따가웠다. 코로나검사를 한번 더 받아보기로 하고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다시 병원에 갔다. 신속항원 검사를 받고 결과는 문자로 보내준다고 하기에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자가진단키트 2개와 음료를 사고 어플로 족발을 시켰다. 아프지만 식욕은 떨어지지 않았다. 족발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편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조금 전에 받았던 신속항원 검사가 음성이라고 병원에서 보낸 문자였다. 하지만 내 핸드폰은 조용했다. ‘혹시 양성이라서 연락이 늦는건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병원에서 전화가 와 양성이라고 자가격리를 시작해야 된다고 했다.
양성이라는 연락을 받고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에 기분이 안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편해졌다. 심한 발열 증세와 오한 증세는 거의 하루만 발생했기에 이번에도 음성이 나왔다면 '일반 감기인가?'라는 생각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다음날 회사에 출근할지 개인휴가를 써서 검사를 한번 더 받아야 할지 크게 고민이 되었을 것 같은데 그런 고민을 안 해도 되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목이 점점 더 심하게 아파왔다.
체온은 36.5도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말을 하면 목이 너무 아파서 말을 잘 안하게 되었고 목소리는 정말 이상해졌다. 기침이 계속 나오고 힘이 없어서 누워서 밥먹고 약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계속 누워만 있어서 그런지 소화도 안돼서 식욕도 떨어졌다. 그래도 밥을 먹을때랑 잠시 깨어있을 때 재밌는 것을 보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코타로는 1인 가구'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다. 코타로가 귀여우면서 안쓰럽고 이야기가 너무 따뜻해서 감동하면서 봤다. '코타로는 1인 가구' 정말 강력 추천한다.
증세는 어제와 같았으며 계속 누워있을 수 밖에 없는 컨디션이었다. 약을 먹기 위해 억지로 일어나서 밥을 조금 먹고 약을 먹은 후 잠이 들어버렸다. 낮잠을 2시간정도 잔 후 일어났는데 갑자기 목이 갑자기 급격하게 좋아졌고 컨디션도 급격하게 나아졌다. 점진적으로 컨디션이 좋아진 게 아니라 갑자기 좋아져서 놀랐다. 목소리는 조금 이상하고 목의 통증은 좀 있긴 했지만 훨씬 나아져서 샤워도 즐겁게 하고 저녁도 힘내서 맛있게 먹었다. 유튜브를 보다가 잠에 들려고 했으나 갑자기 콧물이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 코가 막혀서 잠에 쉽게 들지 못했다.
기침도 거의 안나오고 목도 거의 안아팠다. 이정도면 거의 다 나은 것 같다. 그런데 코는 왜 계속 막히는가! 콧물이 어제보다 더 심해진 것 같다. 코로나 증상 중에 콧물, 코막힘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증상이었다. 목감기가 끝나니 코감기가 시작되는구나. 그래도 이정도면 일상생활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목은 이제 하나도 아프지 않았으나 가래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전히 코감기에 걸린 것 같다. 계속 코를 풀어댔다. 생각해보니 내일 회사 동기 결혼식이었다. 아쉽게도 월요일까지 격리라서 가지 못한다. 난 분명 집순이인데 집 밖에 한발자국도 못나가니 많이 답답하긴 하다. 몸이 괜찮아지니 이제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누워만 있다보니 좀 걷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자가격리가 해제되면 산책 좀 가야겠다.
목에 가래가 낀 느낌은 있지만 이제 완전하게 코로나가 나은 느낌이다. 그런데 남편에게 그저께부터 오한 증세가 생겼고 컨디션도 급격히 안 좋아졌다. 하지만 어제랑 그저께 모두 신속항원 검사를 받았는데도 음성이었다. 남편의 목아픔은 일주일전부터 있었지만 며칠전에 받았던 PCR검사에서도 음성, 5번의 신속항원검사에서도 음성만 나와서 ‘그냥 일반 감기에 걸린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문득 오늘 회사 후배가 코로 검사를 했었는데 안 나와서 목으로 했더니 양성이 뜨더라는 얘기가 생각나서 목으로 한번 자가진단키트를 해보라고 남편에게 권했다. 정말 목으로 했더니 양성이 나왔다. 이럴수가.. 나의 격리해제는 내일 끝나는데 남편의 자가격리는 다시 시작되겠다.. 남편은 내일 아침이 되자마자 PCR검사를 받으러 갈 예정이다. 아마 양성이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