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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테난조 May 31. 2024

Lazy bear HK 미생(未生)-8화, 신입사원

Nanzo쌤의 하키토브




안녕하세요, 난조쌤의 하키토브입니다. 오늘은 신입사원에 관련한 이야기네요. 저 역시 Lazy bear HK처럼 회사에 입사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무엇을 해도 욕을 먹었던 악몽 같은 감정도 동시에 다가옵니다. 당시는 왜 그리도 조급했을까요? 왜 그리도 빨리 인정을 받고 싶었을까요? 그렇다고, 기회가 쉬이 오지도, 연봉이 선임처럼 오르지도, 남들과 다르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죠. 그 시간을 한참을 지나, 과거를 돌아볼 시간이 생겼어요.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말하는 게 좋겠지요. 당시에 제게 조언한 과장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기회라는 게 순서가 있어.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이야. 

그러니, 조급해 말아. 

오늘의 너는 아니야."



정말 듣기 싫은 말이에요.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공평하게 다가와야 하는데, 순서라니요. 너무 꼰대 같지 않아요? 하지만, 당시의 과장님 나이가 훌쩍 지나고 보니까 알겠어요. 과장님이 말씀한 기회는 결국, 체계의 이해였습니다. 현재 나의 위치를 깨닫지 못하면, 재량행위의 인지부조화가 일어납니다. 인지부조화는 확증편향을 불러일으켜, 아무도 그렇게 생각지 않는데,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스스로 세뇌합니다. 



스티브 잡스도, 일론 머스크도, 

우리가 말하는 천재 중 그 누구도

체계를 초월한 자는 없습니다. 



체계의 이해는 현재 얻을 기회의 폭, 즉 고유의 재량 범위를 깨닫게 합니다. 나의 재량 범위를 이해해야, 무엇이 현재 내게 온 기회고, 무엇이 시기상조인지를 알게 합니다. 이는 많은 이와 충돌하지 않고, 온전한 사회생활을 영유할 방법의 하나입니다.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지도요. 적어도 스스로 지구인이라 믿고 있다면. 



체계를 초월해, 

누구보다 빨리 목표에 달성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아무것도 스스로 이룬 게 없다는 방증일지도요. 



그럼, [Lazy bear HK 미생(未生)-8화, 신입사원] 시작합니다. 







[Lazy bear HK 미생(未生)-8화, 신입사원]



‘연봉을 받는 순간부터 프로의 시작이다.'


뜨거운 불을 태워 사람의 몸 안에서 데워진 담배 연기마저 차갑게 느껴진다. 선임과의 첫인사 후 매일 눈치 게임이다. 주어진 업무는 없다. 누구도 내게 신경 쓰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윈도우 배경화면만 열어 둔 상태에서 노트북만 만지작거린다. 의미 없는 행동이다. 타각타각, 타각타각, 타각타각, 냉소적인 소리만 내는 주변의 키보드 소리가 나를 힘들게 한다. 나를 제외한 모두는 할 일이 있을지도. 괜스레 신경만 예민하다. 혹시라도 누가 날 불러서 걸레라도 들고 선임들 책상이라도 닦으라고 하면, 찬물에 기꺼이 내 손을 담그리라. 손이 아린 게 대수인가? 그렇게나 눈치가 보이는 나날의 연속이다. 


눈치를 보다가 간혹 업무를 지시라도 받으면, 온몸의 생기를 집중하여 혼자서 회사 놀이를 시작한다. 놀이라고 한 이유는 신입사원에게 오는 업무는 많은 시간을 요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대부분 단순 타이핑 혹은 자료 정리가 전부다. 두어 시간 생기를 태우고 나면 다시 시계만 바라보는 무익한 나날을 보낸다. 


한 이 주 정도 신입사원의 무익한 시간은 흘러간다. 나는 베개가 필요했다. 곧장 서점으로 간다. 밤에 잘 때 써도 될 만큼 두꺼운 실용 엑셀 책을 한 권 구매한다. 배게 대용으로는 딱 맞다. 농담이다. 그만큼 불안하다. 사무실에 앉아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짓누른다. 이곳에 존재하는 의미를 찾고 싶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하나하나 실습을 해본다. 나중에 어떤 업무에도 막힘없이 해내고 싶은 마음에 미리 준비하고 싶었다. 무언가 집중하는 내 모습은 나름 기특하다. 누군가 다가와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알아서 일거리를 찾는 나를 칭찬하기를 바란다. 누군가 다가온다. 선임이다. 드디어 칭찬받을 시간이다. 너스레를 떨어야 하나? 두근거린다. 선임과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그리고 내 기대는 무너진다. 선임의 무차별한 팩트 폭격으로 나름의 기특함은 한순간에 분해돼 산화한다. 아, 나의 기특함이 공기를 타 아른아른 저 멀리 날아간다. 



“야 신입, 대학은 배우는 곳이니깐 등록금 내고 다녔지? 

여기는 회사야! 

여긴 돈 받는 곳이라고! 

공부는 집에서 하고 일을 네가 찾아서 하는 거야! 

군대도 졸업하고 대학도 다녀왔는데 아직도 대학생이야? “



틀린 말씀은 아니다. 옳고 지당하신 말씀이다. 하지만 야박하다. 서운하다. 난 신입사원이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디딘 내게 이리도 냉정하게 말하는가? 아, 이미 망한 건가? 잘 보이고 싶었는데...... 회사의 정직원이 되려면, 6개월 인턴 후 평가를 잘 받아야 한다. 유일하게 붙잡고 있는 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다. 첫인상은 이미 저점을 찍었다. 뭘 잘못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무척이나 잘못한 것 같은 심정, 다들 알겠는가? 정말로 선배님들, 야박하십니다. 야박하다고요. 아찔하다. 높은 건물에서 줄타기하는 심정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팀장에서 무시만 당하는 장그래가 외치는 절박한 대사가 떠올라 입가를 맴돈다. 



“모르니깐 가르쳐 주실 수 있잖아요, 

기회를 주실 수 있잖아요.”



그날 이후, 다른 이보다 일찍 출근한다. 그리고 엑셀 책으로 실습한다. 그리고 근무를 시작하면 책을 덮는다. 신입사원은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할 일도 딱히 없다. 또다시 무용한 일에 집중한다. 컴퓨터 배경화면을 보면서 하루에 두세 번 새로운 배경화면을 설정한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아무도 관심이 없으니까. 그럼 된 거다. 새로운 배경 화면 바꾸기는 미동 없는 시간의 유일한 취미다. 그렇게 유일한 취미로 버틴 지 한 달이 조금 되었을까? 팀장님이 부른다. 다음 주에 신입 사원 OJT가 있으니, 본사로 2박 3일 갈 준비를 하라고 말씀한다. 신입사원의 첫 출장이다.



to be continued..... 







감성 에세이형 장편소설 '하키토브'를 출간했습니다. 


하키토브'를 소개하면, 

'하키토브'는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감성 에세이형 장편 소설입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해 위안받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타인의 삶을 통해,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라고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40대 중반이 된 세 남자가 소설에서 등장합니다. 누구보다 친밀한 이들이지만, 가치관이 다르기에 살아가는 방식도 다릅니다. 함께 있어도 외롭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이라면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이야기로 세 남자의 독특한 심리적 변화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효상, 승기, 그리고 우현은 한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민하면서 이들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하키토브'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보편성을 이야기합니다. 



'하키토브'를 요약하면, 

성인이라면 누구라 겪을 수 있는 고민과 위기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세 남자의 여정입니다. 

치열하게 살아도 나아짐을 느낄 수 없는 우리네를 공감하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서사입니다. 

소소한 사건 하나가 삶에 미치는 파장과 변화를 조명해 인간의 보편성 탐구입니다. 

상처받기 쉬운 어른들의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감성 에세이형 장편소설입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감동과 위로로 보통 사람의 가치가 존중받기를 염원하는 책입니다. 

이익 추구와 성공만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행복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책입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019333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019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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