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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테난조 Jun 11. 2024

[Lazy bear HK 미생-9화, 어머니의 눈물]

Nanzo쌤의 하키토브-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나니





[Lazy bear HK 미생(未生)-9화,
OJT(신입사원 교육) 그리고 어머니의 눈물 ]



사회의 첫발을 알리는 신입사원 교육(OJT)이다. 두근거려야 하는데, 이 감정은 무엇일까? 교육 장소가 멀다. 그래서일까? 그건 아니다. 물리적인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멀게만 느낀다. 신입사원 교육인 OJT는 본사에서 2박 3일 진행이라고 팀장님은 말씀한다. 퇴근 후 출장 준비를 시작했다.


출장은 처음이다. 신입사원 교육도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무지함과 긴장감을 마음의 봉투에 주워 담는다. 그리고 마음의 봉투를 집까지 가지고 온다. 방으로 들어간다. 내게 여행 가방이 있었던가? 그래 있다. 어디 있더라? 저기 있구나. 미안하다. 그동안 너를 만날 기회가 이리도 없었던가? 오랜 시간 동안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장롱 위에 보관되어 있던  짐가방이 보인다. 쿨럭쿨럭, 먼지가 너무나 많다. 다시 한번 네게 미안하구나. 그렇게 먼지 쌓인 짐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뿌연 먼지 냄새가 방 안에 퍼진다. 어머님은 방 안으로 들어와 한 소리 할 것 같다. 더럽게 뭐 하는 짓이냐고.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님. 방은 깨끗이 치우지요. 누구도 몰랐던, 오랜 시간 동안 공간만 차지하던 그 짐가방은 왠지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다. 가끔은 널 찾아, 닦아줘야 했거늘. 회사에서 집까지 들고 온  마음의 봉투를 짐가방에 투영한다. 내성적인 성격을 반영하는 걱정과 우려를 함께 넣어서.   



‘복장은 어떻게 준비하지?’  

'첫인사는 어찌하지?’

'내 동기들은 누굴까?’

‘임원 분들에게는 어찌 인사해야 하지?’



그렇게 나의 걱정과 우려로 짐가방은 조금씩 무거워진다. 앞으로 고객의 얼굴을 맞대고 회사를 대표해야 하거늘, 영업맨으로서 탈락이다. 이리도 마음의 봉투를 무겁게 하다니. 어쩌면, 회사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지도.


짐가방이 무거운 이유가 오롯이 마음의 봉투 때문은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서다. 사실 이게 나를 더 압박한다. 이제 사회생활의 첫발을 디딘 인턴사원이다. 신용카드가 있어야 출장비를 청구한다. 법인카드를 인턴사원에게 줄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신용카드를 발급할 신용도가 있어야 하는데, 내 의지와 관계없는 내 사정은 신용카드 회사의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돈을 모았는가?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다.



통장의 잔고를 확인한다. 막막하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설정한 내 사정으로 이미 통장은 너덜너덜해진 상태다. 누구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취업 준비로 그동안 모은 돈은 거의 다 쓴 상황, 신입사원 교육인  OJT에 참여하려면, 버스비, 호텔비, 택시비 등등 다양한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머리로는 경비를 계산하지만, 두 눈은 핸드폰 화면에 비친 은행 잔고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 뚫어지게 본다고 은행 잔고가 늘어나지 않음에도, 그래도 늘어났으면 했다. 더 뚫어지게 본다. 가끔 마법이 일어나는 기적도 있지 않은가? 누가 실수로?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게  마음의 봉투와 현실적인 문제의 무게는 나를 힘들게 한다. 기대와 다른 한없이 가벼운 은행 잔고에 화가 난다. 핸드폰을 침대에 집어던진다. 그리고 냉큼 달려가 핸드폰을 다시 확인한다. 할부가 끝나려면 멀어서다. 방법은 하나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돌아오신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인 어머니다. 어머니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무거운 말을 건넨다.



"어머니, 신용카드 좀 빌려주세요,

신입사원 출장 가야 하는데

먼저 결제를 해야 해서요.

다음 달에 출장비 나오면 바로 드릴게요."



갑작스럽게 필요해진 40 만원 정도의 돈, 지금 생각하면 고작 40만 원이다. 하지만 그때의 40만 원은 끔찍이도 무거웠다. 적어도 우리 가족은 그랬다. 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자연스레 집안 형편은 기울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전기장판 한 개로 겨울을 버텨야 했다. 내 말을 들은 어머니의 얼굴이 더욱 얼어붙는다. 아들의 신입사원 교육을 반가워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그런데도, 어머니의 얼굴은 40만 원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웠을까? 한동안 말이 없다. 굳어진 얼굴로 아들을 응원하려고 웃어주는 어머니의 얼굴이 보인다. 이미 난 눈의 초점을 잃어간다. 눈물이 맺혀서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서로를 지켜주고 있었기에.   



"어 그래 아들, 신입사원 교육?

대단하네, 우리 아들, 너무나 흐뭇해.

내일 아침에 엄마가 챙겨줄게.

일찍 나가야 하지?

우선 어서 자거라 걱정하지 말고."



늦은 시간 갑작스러운 통보였을까? 어머니는  잠시 볼 일이 있다고 밖으로 나간다. 무겁고 차가운 밤공기 밖으로 다시 나가는 어머니의 모습에 맞이할 내일 아침이 너무나도 부담스럽다. 아침이다. 어머님은 환하게 웃으며, 내게 무언가를 쥐여준다. 어머니의 카드 그리고 현금 10 만원이다. 힘들게 취업한 아들만 생각하며,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위해, 늦은 밤 추위도 잊어가며 지인에게 부탁했던, 어머님의 눈물과 바꾼 소중한 10만 원이다.



to be continued.....




[Lazy bear HK 미생(未生)-9화,
OJT(신입사원 교육) 그리고 어머니의 눈물 ]










안녕하세요, 하키토브 저자 난조쌤입니다.  "Lazy bear HK 미생(未生) 9화, OJT(신입사원 교육) 그리고 어머니의 눈물"을 읽으니, 눈물이 멈추지 않네요. 주책입니다. 그래서, 과거 집필했던 "나는 B급 소피스트입니다."의 한 단락으로 저의 이야기를 갈음하려 합니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나니, 부모님 말씀을 새겨들어라.
나는 B급 소피스트입니다. p 124



" 눈을 떠보니 코스피 지수가 불안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널뛰고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충격적인 외부 소식에 나만 뒤떨어진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MZ 세대가 있다면 부모님과 통화하면서 그 마음을 풀어보라 당부하고 싶다. 천지개벽하더라도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어서다. 천지개벽하더라도 당신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변함이 없어서다. 흔들리는 것은 세상이 아니다. 흔들린 당신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세상이 빠르게 변모하기에 불안하다면 잠시 눈을 감고 부모님과 통화했으면 한다. 당신을 걱정하는 단단한 목소리는 세상의 변화와 관계없이 늘 한결같다. 직접경험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다른 이도 아닌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의 단단함을 배웠으면 한다. 부모님이 세상 변화의 보폭을 따라잡지 못하기에 답답하다 느낀 적도 있었다. 40대가 지나서 알게 되었다. 어차피 세상 변화의 보폭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결국, 스스로 눈을 감고 보폭을 줄이는 시기를 정해야 하는 거다. 부모님이 모진 풍파에도 견딜 수 있는 이유이다. 당신이 오늘까지 살아서 나의 글을 읽고 있는 게 그 증거이다. 세상의 모든 변화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게 얼마나 미련한 행위인지 혼돈의 사회 초기 10년 동안 알기는 어렵다. 걸음을 멈추고 자기 세계를 만들지 않는 한 우리의 세계는 항상 천지개벽한다. 타인의 의지로 천지개벽한 타인의 공간에서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하루를 빨리 정리할 수 있다면 자연스레 부모님의 단단함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로운 작은 변화에도

불안감을 느끼며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이다.


조약돌의 던짐으로

물의 파동이 크다고

기껏해야 10cm인

조약돌의 크기를 원망할 텐가?


인간의 나약함이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방증이겠지.


문명의 발전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면

세상이 이처럼 시끄러울 수 있을까?


문명의 발전으로는

인간이 단단해지기 어렵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렇기에


모진 긴 풍파를 견디며 얻은

주름살 가득한 온화한 얼굴로

사랑스러운 당신의 존재를

유일하게 조건 없이 응원하는


부모님 말씀을

새겨들었었으면 한다.


그들이 떠나면

누가 당신을 이처럼

응원할 수 있을까? "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나니, 부모님 말씀을 새겨들어라.
나는 B급 소피스트입니다. p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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