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isode 4: # 아방가르드- 디파퓰리스트, 4화

마음을 지운다_러다이트

by 카테난조






Episode 4:

# 아방가르드-

디파퓰리스트(Depopulist), 4화






6. 귀뚜라미의 날 선 울음이 어디선가 들린다. 그들의 울음은 오늘따라 처절하다. 그들의 터전을 해하지 말라는 호소[427]로 들려서다. 딱하다. 더욱더 소리는 거칠고 강해진다.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인간이 지배한다고 믿는 세상, 이곳에서 벌어지는 섭리[428]를 인간의 능력으로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의식의 통제로 인간의 행동을 완성한다는 생각은 어리석다. 특정 행동을 제외한 나머지인 다수의 행동은 무의식에서 관장[429]하는 결괏값이서다. 자기 행동 하나 온전히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유약하다.[430] 인간은 그 정도로 어리석은 동물이다.


“할만해?”

“뭘요? 아, 자원봉사요? 할 게 뭐 있나요? 이처럼 대화나 나누면서 마을 구경하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네. 이방인은 늘 문제를 일으켜.”

“어르신, 이제 좀 이방인이라는 소리 좀. 그만하세요.”

“그건, 차차 변하겠지. 모든 게 급하면 체하는 법이야. 오늘은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자네도 첫날이니.”

“방범 근무하면, 종종 사건이 발생하나요?”

“사건? 사건이라면 사건이지. 사건이라고 해야 하나?”

“말씀 좀 주세요. 무슨 사건이요?”

“자네, 참, 우리 마을에 관심이 많아. 이상해. 수상하다고.”


아뿔싸.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

“관심이요? 그럼요, 관심이 많아요. B56 지역의 사태가 비단 어르신의 문제라고 생각이 들지 않아서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정말로 이방인을 수입하는 이 작태. 저는 싫다고요. 여기가 한국입니까? 아니면, 다른 나라를 위한 휴양지입니까? 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래서 돕고 싶습니다. 이 도시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돕고 싶어요. 모르시겠어요?”

완벽하다. 배운 대로 행했다. 때로는 감정적으로 의견을 토로[431]하는 게 신뢰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 다만, 적절한 흥분의 정도다. 이것을 해내야 한다. 적절한 흥분을 만드는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큰 국자로 두 번 휘젓듯 몸짓을 넣고, 작은 국자로 한 번 쓱 화를 섞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감칠맛 나는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를 조미료로 넣는다. 그렇게 주장의 진정성을 접시에 담아 내놓는다.


“이방...... 아니, 하진이, 그렇게 열 낼 일은 아닌데, 미안하네. 좀 심했어. 요즘 워낙 사람을 믿기 어려워서. 그런 세상이 되었어. 안 그런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카테난조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낮에는 한글을 쓰며 밤에는 카테 잉글리시 영어작문을 가르치는 “하키토브”와 "나는 B급 소피스트입니다."를 집필한 안정호입니다. 많은 이와 즐거운 소통하고 싶습니다.

5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