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운다_러다이트
6. 귀뚜라미의 날 선 울음이 어디선가 들린다. 그들의 울음은 오늘따라 처절하다. 그들의 터전을 해하지 말라는 호소[427]로 들려서다. 딱하다. 더욱더 소리는 거칠고 강해진다.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인간이 지배한다고 믿는 세상, 이곳에서 벌어지는 섭리[428]를 인간의 능력으로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의식의 통제로 인간의 행동을 완성한다는 생각은 어리석다. 특정 행동을 제외한 나머지인 다수의 행동은 무의식에서 관장[429]하는 결괏값이서다. 자기 행동 하나 온전히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유약하다.[430] 인간은 그 정도로 어리석은 동물이다.
“할만해?”
“뭘요? 아, 자원봉사요? 할 게 뭐 있나요? 이처럼 대화나 나누면서 마을 구경하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네. 이방인은 늘 문제를 일으켜.”
“어르신, 이제 좀 이방인이라는 소리 좀. 그만하세요.”
“그건, 차차 변하겠지. 모든 게 급하면 체하는 법이야. 오늘은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자네도 첫날이니.”
“방범 근무하면, 종종 사건이 발생하나요?”
“사건? 사건이라면 사건이지. 사건이라고 해야 하나?”
“말씀 좀 주세요. 무슨 사건이요?”
“자네, 참, 우리 마을에 관심이 많아. 이상해. 수상하다고.”
아뿔싸.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
“관심이요? 그럼요, 관심이 많아요. B56 지역의 사태가 비단 어르신의 문제라고 생각이 들지 않아서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정말로 이방인을 수입하는 이 작태. 저는 싫다고요. 여기가 한국입니까? 아니면, 다른 나라를 위한 휴양지입니까? 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래서 돕고 싶습니다. 이 도시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돕고 싶어요. 모르시겠어요?”
완벽하다. 배운 대로 행했다. 때로는 감정적으로 의견을 토로[431]하는 게 신뢰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 다만, 적절한 흥분의 정도다. 이것을 해내야 한다. 적절한 흥분을 만드는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큰 국자로 두 번 휘젓듯 몸짓을 넣고, 작은 국자로 한 번 쓱 화를 섞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감칠맛 나는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를 조미료로 넣는다. 그렇게 주장의 진정성을 접시에 담아 내놓는다.
“이방...... 아니, 하진이, 그렇게 열 낼 일은 아닌데, 미안하네. 좀 심했어. 요즘 워낙 사람을 믿기 어려워서. 그런 세상이 되었어.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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