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운다_러다이트
7. 눈알을 굴린다. 굴러간다. 그런 느낌이다. 눈을 떠야 하는데, 쉽지 않다.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올린다. 초기에는 새하얀 벽이었을 누런 벽, 요강처럼 보이는 도자기를 놓은 오래된 원형 탁자, 선반 위에 놓인 작은 텔레비전 그리고 여러 1인용 침대가 눈에 띈다.
“간호사! 환자, 깨어났어요.”
“여기가 어디예요?”
“어디긴, 병원이지. 나는 알아보겠나?”
“네, 어르신.”
“그렇게 무모한 사람이 어디 있어? 맨몸으로.”
그렇다. 무모한 행동을 했다. 떨어지는 잔해물을 피하기는커녕, 주위 사람을 감쌌던 모양이다. 기억에는 없다. 이것도 군사훈련을 통한 무의식 반응인가? 다행이었다. 떨어지는 잔해물의 무게와 속도가 죽을 만큼은 아니어서. 병실로 들어온 의사 선생님은 간단한 움직임을 요구한다. 따라 한다. 사지는 멀쩡하다. 정밀 검사를 해야겠지만, 단순한 타박상에 가벼운 뇌진탕이라고 한다. 기적이다. 단순한 타박상에 가벼운 뇌진탕이라니. 그나저나 어린 시절의 꿈을 꾼 듯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축축해진 몸은 당시의 긴박함을 기억한다. 난 장애가 있다. 일정 이상의 내면을 관찰하기 어렵다. 그럴 때마다 지독한 악몽을 꾸어서다. 이 악몽은 더는 내면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깊게 숨겨진 진실을 보호하는 문지기처럼. 이번 꿈은 다르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내면을 들여다본 기분이다. 누구였지?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명한 의사였는데, 아무튼, 꿈은 억압된 감정을 표출[443]하는 과정이라고. 그래서 꿈과 현실은 연결되었다고. 그렇다면, 지속적인 악몽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악몽에 관해서 지인에게 가끔 넋두리[444]한다. 주위 사람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위로한다. 자기 역시 악몽에 종종 시달린다고. 그리고 성격이 예민하니, 깊은 잠에 빠지기 어렵고, 그래서 그런 꿈을 꾼다고. 다 개꿈이니 잊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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