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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합격수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난조쌤의 하키토브

by 카테난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네, 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뚫어지듯 본다.

그 눈망울로 쏟아낸 불안한 감정은 순수하다.

숨김없는 감정은 올곧게 흘러온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네,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과정은 고통스럽습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문자가 온다.

그녀의 영어 면접 답변 녹음 파일.

40분의 분량이다.


40분을 쉬지 않고 말해본 적 있는가?


침 분비가 줄어 혀는 갈라지고 입은 마른다.

성대의 과도한 사용으로 목은 피로해

쉰 목소리를 유발한다.

턱 근육의 통증과 어깨 결림은 따라오는

불편한 훈장이다.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 고통을 견뎌낸다.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고민한다. 내가 무엇을 했을까?

아니다. 무엇을 한 게 없다.


훌륭한 여성이라는 사실을 일깨울 뿐,

충분히 아름답다는 현실을 말해줄 뿐,

자신을 믿으라는 진실을 전달할 뿐.


요즘 세상에서

멋진 엄마로 살아가라고 요구하는 건,

폭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잔인한 발상이다.


화려한 환상만 쫓기에 이어지는 상실감은

우리를 자괴감이라는 종착지로 이끈다.


점점 더 가혹한 잣대로

더욱더 완벽한 인재가 되라고 몰아가는 현대 사회.


대한민국은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걸쳐 선진국으로 입성한

고도로 발전한 국가이다.


다음 무대로 변모하는 과정은

급했기에 정보의 유입은 무분별했다.


남성의 역할은 건국 이례,

지금까지 변함이 없지만,

여성의 역할은 건국 이례,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한다.


과거의 여성 역할과

새로운 시대의 여성 역할을 다 해내야 한다.


급격한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 요구는

옳고 그름을 떠나 폭력적이다.


그래서, 2025년 멋진 엄마로 살아가라는 조언은

폭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누구나 1년은 성과를 낸다.

하지만 3년 동안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자영업이 3년 내에 폐업률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물며, 5년을 버티고 10년을 성과를 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직장인은 연봉의 앞자리가

살아간,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성과를 말해준다.


매스미디어는 노력의 성과를 초라하게 한다.

다른 방향으로 효율적으로 살아가면,

연봉의 앞자리가 쉽게 변한다고 우리를 현혹한다.


시스템은 그리 허술하지 않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그녀는 이 힘든 대한민국에서 굳건히

10년 이상을 버티며, 멋진 엄마로 살아간다.


좌절만 그득한 어두운 곳에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누구보다 멋진 엄마이지 않는가?


그렇기에 그녀의 행보는 존경스럽다.


나는 그녀가

수많은 청년에게 좋은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그녀가

수많은 청년을 이끄는 리더가 되리라 생각한다.


후안무치가 세상의 정답처럼 느껴지는

표리부동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녀의 뚝심은 우리에게 묻는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네,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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