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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Jan 31. 2022

첫 면접에서 덜컥 붙었다!

내가 생각하는 합격의 이유 3가지 

2019년 3월 7일 (수요일) 오전 11시 11분 대표님한테 전화가 왔고, 오퍼를 받았다. 너무 좋아서 완전 "YES"를 남발한 것을 생각하니 조금 부끄럽지만, 나의 기분은 정말 날아 갈듯이 너무 좋아서 진! 심! 미치는 줄 알았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구나! 너무 좋아서 손이 떨렸고, 전화통화가 끝나자마자 오만 때만 전화와 카톡,  왓츠앱, 페이스북, 이메일로 소문을 냈고, 축하를 많이 받았다. 


I've got a job offer and said YES!!!!!


먼저 구두로 근무 시간, 휴가 관련, 연봉 등을 논의하였다. 보스는 전화로 오고 간 내용을 이메일로 정리하여 보낼 테니까 그 이메일을 다시 천천히 읽어 보고 그 내용이 마음에 든다면, 이메일로 오퍼를 수락해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첫 출근 날 계약서를 쓰자고 하심. 면접 당일에는 목요일까지 알려준다고 했는데, 화요일에 전체 인터뷰가 끝났고 수요일 오전에 바로 전화 온 것을 보니까... 나를 많이 원했네 원했어! 


이메일로 Acceptance 완료!


연봉의 경우,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낮지만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었고, 또 영국 사무직의 초봉으로서는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바로 오케이를 했다. 보스가 이 연봉이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 "물론 나는 더 받고 싶다. 그러나 내가 면접에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너희 회사랑 성장하고 싶고, 이건 롱텀이라고 생각해. 이 돈으로 일할 수 있어."라고 대답했더니 전화 저 편에서 들리는 보스의 호탕한 웃음소리.  


3개월의 수습 기간동은 이 금액으로 일하고 3개월 뒤 다시 연봉 이야기를 다시 할 수 있는 여지는 전화 상으로 열어 두었다. 그 시기가 오면 적극적으로 대시해야지. 당일은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냥 헬렐레 했는데, 차분하게 앉아 내가 어떻게 첫 면접에서 바로 붙을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봤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1) 준비성, 2) 자신감, 그리고 3) 하향 지원이다. 기회가 된다면 왜 나를 선택한 이유를 꼭 물어볼 예정.   




1) 준비성


진짜 간절했다. 본격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이렇게 구직이 된 기간을 보면 약 한 달이다. 2019년 2 월 19일에 첫 지원을 시작해서 마지막 지원은 3월 3일이니 한 달이 안 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지원서를 넣기 전까지 정신적으로 대비 쪼고, CV 가다듬고 하는 것에 시간이 많이 소비가 되었다. 특히나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내가 될까?, 나 여기서 뭐 하는 겨?"라는 다운 상태에서 "뭐 어떻게든 되겠지, 놀자"라는 업 상태를 미친 듯이 반복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있고. 

Anyway, 간절함은 태도를 만든다. 내 생각에는 나의 간절함에서 나오는 준비성을 면접관들이 잘 봐주신 것 같다. 지금까지 받은 상장들, 증명서들과 재직증명서 등 중요한 서류가 들은 파일을 한국에서부터 들고 왔다. 나는 이민을 생각할 때부터 계속 일할 생각이었고, 때문에 한국 직장을 떠나오면서는 추후에 내가 필요할 추천서 생각도 했어야 했다. "나 혹시 영국에서 일 잡을 때 추천서가 필요하면 함 잘 써 줘용, please"라고 인사를 하고 온 상태하지만 지금 이 직장에서는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미래의 부탁 정도로만 끝내고 온 것은 잘한 것 같다. 추천서가 꼭 아니더라도 직장 경력/평판 확인(reference check)도 필요할 것이니, 미리 직장 경력을 때어 놓거나 이전 직장 동료들과 좋은 관계, 아름다운 엔딩으로 퇴사를 하는 것이 좋다. 이전 직장은 나의 이민을 결정하는 것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할 만큼 힘든 곳이기도 했지만, 정말 많은 보람도 느끼고 일을 배웠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도 그곳이 궁금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랑하는 곳이라서 이번에 영국에서 첫 직장을 잡은 것 역시 알려드렸고, 많은 축하를 받아서 행복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사실 나의 구직 관련 활동은 이전 직장의 퇴직을 하면서 시작된 것이니까 1달이 아닌 1년 2개월이 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면접관들이 관심 있어할 서류 순으로 바꾸는 수고스러움도 간절함에서 나온다.

이 붉은 파일에 여러 가지가 들었는데, 일단 면접날 보여준 것은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었다. 면접이 끝나고는 '아... 뒤에까지 다 보여주고 설명했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일단 파일까지 들고 가서 보여준 것이 나의 간절함 + 준비성을 나타낸 것은 아닐까 한다. 다른 구직자들은 어떤 것을 준비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이 파일을 들고 간 것 자체가 '나 일단 너희한테 굉장히 진지해 그래서 널 위해 준비했어'라는 것이니까 좋게 봐주셨을 것 같다. 


면접 당일 실제로 내가 보여준 페이지


면접에서 스케줄 관리에 대해서 물어보았을 때, 기회는 이때닷! 싶어서 다행스럽게 가방에 있었던 플래너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아주 짧게 보여주면서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나는 우선순위를 두고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B는 없었지만, "A"와 "C"를 가리키며 이렇게 우선순위를 두면서 스케줄을 짜고 있음을 어필하였는데, 이 역시 나를 광고하며 간절함을 보여준 것 같다. 글씨는 개발 소발이다. 자세히 보면 한글로 "설거지"까지 적혀 있다. 면접관들이 한글을 몰라서 다행이었달까?  


일단 나한테 면접하자고 연락 온 곳은 이곳뿐이니 나는 정말 이곳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간절한 심정으로 면접에 임했다.


2) 자신감


나는 이메일에도 나의 사진을 넣어 둘만큼 상판때기가 두꺼운 사람이다. 이메일 서명뿐 아니라 명함에도 내 사진을 넣었다. 이메일에 내 사진을 넣은 이유는 업무를 하면서 이메일로 연락을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내 사진을 넣어 두면 뭔가 친근감과 함께 내 일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내 사진이 나가는 이메일인데 더 전문적으로 일하기 위해 노력했다. 


명함에도 사진을 넣어 둔 이유는 나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해외 출장이든 국내에서의 미팅이든, 일단 사진을 넣은 명함을 건네는 순간 Ice breaking이 된다. 


"어 명함에 사진도 넣었네요." 

"저 기억하기 쉽겠죠? 명함에 있는 사람이랑 저랑 너무 다른가요? 하하하 사실, 이 사진, 살짝 오래된 사진이에요. 하지만 그 여자, 여전히 제 안에 있습니다." 라며 너스레를 떨며 나를 한번 더 각인시키기를 바랐다. 또 글이 많은 명함들에서 사진이 있는 명함이 별로 없을 것이고, 그렇다는 말은 나를 찾기가 한결 수월할 터이니 그 역시 내가 바라는 것이었다. 

일단 83명 서류 통과에서 이메일로 대답하는 것이 있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이메일에 이미 포함된 내 사진이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메일에 사진 보고 "어락, 이 사람 자신감 있어 보이는데"라고 생각했을 수도.... 물론 이것은 나의 생각일 뿐이다. 

나는 영어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에 문법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나는 영어를 익히기 위해 어학연수로 해외를 간 적은 없다. 집이 가난해서 어학연수를 꿈꾸는 대신,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들만큼 잘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었다. 영국인들의 그 완벽한 영어는 아니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나 완전 일 잘할 수 있어"라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었다. 몇 번 영어로 버벅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농담을 할 수 있을 만큼 영어로 말하는 것이 편안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나의 성격적인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 하나의 이유일 것 같다.


3) 하향 지원


난 영국에서 공부한 것도 아니고, 영국에서 직장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니 '영국에서의 나의 첫 직장은 한국에서의 나의 경력을 오롯이 다 인정해 줄 곳은 많이 없다'라고 생각했다. 한국 관공서 또는 한국인과 관련된 사업이 아닌 이상 나의 이전 경력을 알아봐 주고 연봉을 측정해 줄 회사를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곳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고, 난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의 직급보다 한 단계 낮춰서 지원을 여러 곳을 하였다. 그 대신 내가 한국에서 이루어 낸 실적을 열심히 기술하였다. 내가 잘해 낸 것들을 수치화하고 그것을 Cover Letter에 많이 녹여내려고 했고, 정말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지원서를 냈다.

내가 지원한 이 회사의 경우 신생회사이다. 그러니 나같이 행정업무 경력이 있지만 하향 지원을 한 사람을 뽑는다면, 트레이닝 기간은 짧고 업무 투입에 좀 더 수월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나 역시 회사 안에서의 쓸모를 많이 인정받아서 업무를 더 받고, 승진하고 싶은 것이 내 욕심이기 때문에 면접 마지막에도 이와 관련돼서 어필을 했었다. 


하! 지! 만! 이 모든 것은 완전 내 생각일 뿐. 나를 왜 선택했는지 그들의 입에서 듣기 전에는 모를 일이다. 


우야든동. 이유를 떠나 외국인인 나를 이렇게 선택해주어 진심으로 고맙고, 

돈을 팍! 팍! 팍! 올려주고 싶을 만큼 완전 열심히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 아니다. 열심히 보다는 SMART 하게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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