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이다. '청명'이란 이름답게 하늘이 맑고 바람도 깨끗하다. 사월에 태어난 막내아들 생일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기분 좋은 날이다.
청명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고 어획량도 증가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 날씨가 좋으니 우리나라 육지와 바다에 크나큰 행운의 기운이 마구마구 돌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6일 전만 해도울산 벚꽃이 만개해서 우리 마을 소공원 벚나무들이 화관을 쓴 신부처럼 무척 아름다웠는데,산책하는마을 주민에게 걷는 내내 벅차오름을 주었었는데, 사랑하는 손주가 벚꽃나무 사이로 토끼처럼 뛰어다니며 즐거워했었는데, 정말이지 꽃피고 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언제 네가 꽃피웠니? 언제 네가 열매 맺었니? 상점과 회사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진종일 일주일 내내 한 달 내내 바쁘다 보면 봄을 모르고 지나갈 때가 있을 것이다. 혹여 봄꽃들이 눈에 보이더라도 꽃이 아름답구나, 꽃나무야 정말애썼구나, 등을 말하는봄과 나와의 관계, 서로 간 안부를 묻는 편안한 시간적 여유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누군과와 대화를 하면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꽃이 좋다는 말을 어느 정도 해야지 자꾸 꽃이 좋다는 이야기로 말을 이어가니까 듣기 싫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즘 본인은 강변이나 공원을 산책하면 꽃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꽃을 보기 위해 산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운동을 하기 위해서 몸의 근육을 올리기 위해서 공원과 강변을 찾는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행동과 마음의 차이가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자꾸 신경이 쓰이는 말이 있다. '오로지 운동을 하기 위해 공원과 강변을 찾는다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단순함도 어느 정도여야지, 여러 번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는 강변에 나가서 빠르게 걷기를 하더라도 나의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다. 소박한 주변이 나를 끌고 앞으로 나아간다. 어제의 복잡한 기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소박한 주변에 감사할 때가 많다. 그리고 몸이 좋지 않을 때는 걸음이 아주느리다. 그래서 상처 입은 꽃, 가장 작은 꽃이 더 많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