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자리를 잡기 위하여 먼저 음식점으로 들어가고 나는 잠시 본고깃집정원 입구에서 핸드폰으로 미니장미꽃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한 청년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벙실벙실 웃으면서.
"네. 봄에 피는 꽃들은 제다 예쁘죠, 이 꽃도 예쁘고 저기 저쪽 꽃도예쁘고 저 아래 돌 사이 꽃도 예쁘죠. 청년들은 지금 여기 꽃 중에 어떤 꽃이 제일예뻐요?"
청년 세 명이 이구동성으로 저쪽 꽃이요!라고 말했다. 그 꽃은 낮달맞이꽃이었다. 장미가 아니고 달맞이꽃이라니, 의아했다.
고깃집에서 식사를 마친 후 청년 세 명이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던 중인 것 같았다. 배도 부르고 적당하게 술도 마신 것 같았다. 어머니 가까이에서 담배 피우면 해롭다고 친구 두 명에게는 저쪽으로 떨어져서 피우라고 말하고는 한 청년은 다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머니, 죄송해요. 오늘 행복하세요. 매일매일 건강하셔야 해요."
"아뇨, 담배 피워도 괜찮아요. 우리 아들도 담배 피우는걸요. 에고에고 괜찮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나는 여기 더 오래앉아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손을 흔들고 남편이 기다리는 가게로 들어갔다. 그리고진토닉 한 잔을 마시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처음 본 나를 향해 어머니라고 불러주는 것이 고맙기도 했지만 어머니라는 말이 쉽게 나온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청년은 이미 효자였던 거다. 어버이날이라서 그의 어머니가 생각났던 거다. 내가 쪼그리고 앉아서 꽃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의어머니를 생각나게 했던거다.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말의 능력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닐 테다. 타고난 것일 테다. 맛있게 구워진 고기로 위를 채우려니 엊그제 아들의 다정한 전화목소리, 아들 본심이 창가에 아른거렸다. 청년의 따뜻한 표정도 아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