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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츄리샘 Dec 26. 2024

선생님 내년에 책 출간하실 거예요.

교육이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작은 간식을 나눠주며 미션을 주었습니다.

그 미션은 한 명씩 받으러 올 때 선생님께 축복의 한 마디를 해주는 것입니다.

사춘기를 앞둔 6학년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 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쁘지 않아요"란 말은 정말 마음에 든다는 뜻입니다.

과연 이 정도의 표현을 하는 우리 아이들이 축복의 메시지를 잘 전달해 주었을까요??


한 명씩 나오기 시작하며 제 마음도 콩닥거립니다.

서로 어색 어색한 몸짓과 표정이지만

축복의 말을 하는 아이들도 받는 저도 하회탈처럼 웃고 있습니다.


"선생님 내년에는 50킬로가 되실 거예요~"

"어머 너무 좋다. 고마워. 메리크리스마스야~"

"선생님 내년에는 더 좋은 선생님이 되실 거예요"

"선생님 내년에는 더 미덕이 넘치는 선생님이 되실 거예요"

"선생님 내년에는 금쪽이가 없는 반을 맡으실 거예요"

"선생님 내년에는 두 아들이 착하게 자랄 거예요" 등등 생각보다 따뜻한 축복 메시지속에

'우와 대박~ 우리 아이들이 역시 잘 컸다'하며 흐뭇할 때 


"선생님 내년에는 책 출간하실 거예요" 하는 남자아이의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선생님은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언젠가 꼭 책을 내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잊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평소 제 말을 건성 들어 잔소리를 많이 듣던 그 아이의 말이라 더 놀라고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우와, 너 그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너무 고맙다. 선생님 진짜 감동받았어."

간식을 하나 더 쟁취한 그 아이는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를 배웠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말해주면 상대방은 기뻐하는구나.

그리고 내 기분도 좋아지는구나.'




나는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다만 생각하게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


우리 아이들에게 축복의 말을 하면 좋은 이유에 대해 제가 아무리 100가지를 들어서 설명한다 한들 아이들이 오늘 한 번 선생님께 축복의 말을 해 봄으로써 자신의 마음에 들었던 스치는 생각만큼 효과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저도 오늘 이 일을 통해 배웁니다.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것은  스스로 해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그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다짐해 봅니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지식을 넣어주느라 바쁜 어른이 아니라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삶 속에서 만들어주는, 인생길을 먼저 걸어가 본 선생(先生)이 되야겠노라고.


배움을 욱여넣는다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헛수고에 불과할 수 있는 육아, 교육의 현장에서

소크라테스가 한 말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배워갈 수 있는 판을 깔아준다면 우리 아이들 생각보다 더 자신의 인생길을 잘 걸어갈 것입니다.

암요. 우리만 잘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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